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가 오는 22일 2026~2027시즌의 막을 올리는 가운데 한국과 일본의 희비가 엇갈린다. 일본은 역대 최다인 9명의 선수가 EPL 무대를 밟는 반면, 한국은 한 명도 없는 시즌을 맞이할 위기에 놓였다.
17일 현재 올 시즌 EPL 무대를 누비는 일본 선수는 총 9명이다. 미토마 카오루(브라이턴)를 필두로 엔도 와타루(리버풀), 가마다 다이치(크리스털 팰리스), 다나카 아오(리즈 유나이티드), 사카모토 다츠히로(코벤트리 시티), 마에다 다이젠(입스위치 타운), 모리타 히데마사(헐시티), 도미야스 다케히로(크리스털 팰리스), 타카이 코타(토트넘 홋스퍼) 등이다.
반면 한국은 2005년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입성 후 21년 동안 이어온 프리미어리거의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 지난 시즌 도중 손흥민(LAFC)이 토트넘을 떠나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MLS)로 자리를 옮겼다. 황희찬의 소속팀 울버햄튼은 지난 시즌 챔피언십(2부)으로 강등됐다. 원소속 구단이 EPL인 한국 선수들의 입지도 여의치 않다. 토트넘에 입단한 양민혁과 브라이턴 유니폼을 입은 윤도영(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은 각각 벨기에 베스테를로와 독일 2부 마그데부르크로 임대를 떠났다. 박승수(뉴캐슬 유나이티드)와 김지수(브렌트퍼드)도 1군에 모습을 드러내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영국 가디언은 “박승수와 김지수는 임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단순히 선수가 많아진 게 전부가 아니다. 오랜 기간 이어진 J리그의 선수 육성 시스템이 성과를 거두면서 유럽 구단들의 일본 선수에 대한 평가도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J리그는 출범 이후 각 구단의 유소년 육성 시스템을 꾸준히 발전시켜 왔다. U-12부터 U-15, U-18까지 연령별 육성 체계를 구축했고, 2000년대 초반부터는 이를 ‘J리그 아카데미’로 체계화했다. 유소년에서 프로까지 이어지는 성장 경로를 구축했다. 2005년부터는 아카데미 선수들의 해외 캠프와 국제대회 참가도 지원하고 있다. 어린 선수들이 일찍부터 국제무대를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유럽과의 연결도 강화하고 있다. 일본축구협회는 현재 독일 뒤셀도르프에 유럽 사무소를 두고 있다. 유럽에서 뛰는 일본 선수들을 지원하는 한편 유럽 현지 축구계와의 네트워크 구축에도 나서고 있다. J리그는 유럽 일정에 맞춰 올 시즌부터 춘추제에서 추춘제로 전환했다.
물론 일본의 방식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어린 나이에 유럽으로 향한다고 해서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선수의 성장 단계에 맞는 팀과 출전 기회를 확보하는 것이다. 양민혁이 대표적이다. 2024년 K리그1 강원FC에 준프로로 입단해 돌풍을 일으키며 영플레이어상(신인상)을 받고 이듬해 곧바로 토트넘이라는 빅클럽에 입단했다. 하지만 1군 데뷔 없이 임대만 전전하고 있다.
결국 EPL에 다시 한국인 선수가 등장하기 위해서는 선수 개인의 선택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축구계 차원의 장기적인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축구협회가 독일에 유럽 거점을 마련해 현지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과 달리 대한축구협회는 아직 유럽 현지 사무국을 갖추지 못했다. 북중미 월드컵 부진 이후 각종 논란과 내부 현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럽 진출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장기적인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한국 축구의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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