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의 글로벌 영향력이 커지면서 팬덤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단순히 음악을 소비하는 데 머물지 않고 아티스트의 성과를 직접 만들어내는 적극적인 주체가 됐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정부 역시 이 같은 팬덤의 영향력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팬덤이 가진 가장 큰 힘이 자발성에 있다는 점에서 정부 개입이 오히려 그 특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심재걸 대중문화평론가는 17일 K-팝 팬덤에 대해 “단순한 음악 소비자를 넘어 아티스트의 성과와 지표를 만들어내는 데 적극적으로 기여한다”고 짚었다. 팬덤의 역할이 이처럼 커진 배경에는 SNS를 비롯한 디지털 플랫폼의 발달이 있다. 심 평론가는 “참여와 확산의 플랫폼이 발달하면서 홍보, 콘텐츠 재생산, 스트리밍, 기부, 광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때로는 기획사 역량을 넘어선다”고 분석했다.
경쟁과 연대가 동시에 나타나는 독특한 문화도 발견된다. 심 평론가는 “다른 아티스트 팬덤과 경쟁하지만 특이하게 연대와 상부상조도 흔하게 목격된다. 개인적 감상의 집단을 넘어 목표와 전략을 공유하는 조직적 공동체로 진화했다고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같은 팬덤의 특성은 정부가 공연이나 스타 자체가 아닌 팬덤을 국가 이벤트의 전면에 내세우는 배경과도 맞닿아 있다. 정부가 구상하는 패노메논은 글로벌 K-팝 팬덤을 대상으로 한 축제와 시상식을 국가 차원의 이벤트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심 평론가는 K-팝 주요 기획사들이 앞장서 참여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아이디어 자체는 매우 흥미롭고, 가장 많은 스타를 보유한 빅4 기획사들이 선제적으로 뭉쳤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경쟁력을 갖춘 셈”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정부가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그림이 된 데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봤다. 심 평론가는 “정부가 한 축을 맡았다는 것이 유일하게 우려의 목소리를 키우는 요소다. 문화에서만큼은 정부가 나서면 경직되고 퇴보하는 경우가 너무 많지 않았나. 대외적으로는 공익적 가치를 입히는 역할이라고 하지만 선뜻 명확하게 와닿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가 차원의 행사인 만큼 정부가 공익적 가치를 부여하고 국제적인 확장을 지원할 필요성은 있지만, 정부가 팬덤 문화를 직접 이끌어가는 방식에는 경계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국가가 팬덤 문화를 직접 기획하고 이끌려 하기보다 이들이 자발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안전하고 공정한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팬덤 활동이 지속될 수 있도록 제도적 안전망을 마련하는 것이 정부가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지원이라는 것이다.
심 평론가는 “안전하고 공정한 기반을 마련하는 데에만 역점을 두면 좋겠다. 진흥은 민간 영역에 맡기고, 이들이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위해 요소를 제거하는 데 집중하면 된다”며 “불공정과 불투명, 권리 침해 등 민간이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에 힘을 보탠다면 팬덤은 자발적으로 지금보다 더 확장되고 활발한 K-팝의 기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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