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팬덤은 다른 음악 팬덤과는 다르다.”
박진영 대중문화교류위원회 위원장이 팬덤 시상식을 주축으로 개최하는 패노메논(FANOMENON)을 소개하며 내놓은 발언이다. 정부가 대통령 직속 기구를 통해 팬덤에 상을 주는 시상식을 추진하고 있다. 과연 정부 주도로 탄생한 패노메논이 ‘한국판 코첼라’로 성공할 수 있을지 글로벌 K-팝 팬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1일 대통령 직속 대중문화교류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공동위원장은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가 맡아 패노메논을 맡는다. 정부의 추진력과 지원에 더해 산업을 직접 이끌어온 현직자를 대표직에 앉혀 시너지를 내겠다는 정부의 방침을 엿볼 수 있다.
실제 기획과 운영은 민간이 맡는다. 하이브·SM엔터테인먼트·JYP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까지 4대 기획사는 행사 운영을 전담할 합작법인(JV) 설립 절차를 밟고 있다. 정부는 관광·안전·출입국 지원 등 행사 전반의 기반을 담당한다.
◆가수 아닌 팬덤에 트로피
패노메논은 팬(Fan)과 현상(Phenomenon)을 결합한 신조어로, ‘팬들이 일으키는 문화적 현상’을 뜻한다. 2027년 12월 약 2주간 펼쳐질 이 행사는 팬덤 시상식을 중심축으로 K-팝 콘서트와 K-컬처 전시·체험 프로그램을 결합한 대형 음악 축제로 기획됐다. 2028년 5월부터는 세계 주요 도시를 순회할 예정이다.
박 위원장은 “K-컬처의 진짜 힘은 아티스트를 넘어 이를 함께 키우고 확산해 온 팬덤에서 나온다”며 “민관이 유기적으로 결합한 성공 모델을 만들어 대한민국을 글로벌 팬덤 산업의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판 코첼라’를 만들겠다는 대중문화교류위의 구상은 팬덤 시상식으로 구체화됐다. 패노메논은 가수가 아닌 팬덤이 수상 대상이 된다. 기존 아티스트 중심의 시상 방식을 뒤집어 팬덤에 상을 수여할 계획이다. 수상 대상이 된 팬덤의 지지를 받는 가수가 대리수상하는 방식이다.
핵심은 팬덤이다. K-팝의 발전 과정에서 팬덤이 빼놓을 수 없는 동반자로 성장을 함께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러나 팬심을 시상의 대상으로 바라보면 문제는 달라진다. K팝이 글로벌 시장에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다는 기대감과 더불어, 대대적인 정부 개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자발적 애정으로 형성된 팬심에 정부가 개입해 지표를 만들고 순위를 매기는 것이 타당하냐는 지적이다. 해마다 늘어나는 우후죽순 시상식에 정부 주도 시상식까지 더해지는 것에 대한 피로감도 존재한다.
◆경제효과 1조원이라지만…기대 반 우려 반
K-팝을 앞세워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행사를 육성하고, 관광·콘텐츠 등 연관 산업의 성장까지 확산하겠다는 취지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패노메논 개최를 통해 총 방문객 약 52만 명, 이 중 외래 방문객 약 20만 명, 경제효과 1조원 이상을 기대하고 있다. 올 초 방탄소년단의 광화문 컴백쇼, 지난해 코첼라 등의 사례를 토대로 산출한 수치다.
아직 밑그림 단계다. 팬덤을 어떻게 평가하고 순위를 매길지, 대형 기획사와 중소 기획사·인디 아티스트의 팬덤이 같은 잣대로 경쟁하게 될지 등 구체적인 운영 방식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대리수상 대상 가수를 정하는 기준, 팬덤 간 순위를 가르는 지표 등 세부 내용도 베일에 싸여 있다.
정부와 4대 기획사가 그려온 청사진이 실제 행사로 이어지기까지, 채워야 할 물음표는 여전히 많다. 정부도 단 한 번의 행사로 코첼라 같은 브랜드를 완성하겠다는 목표보다는, 첫 회를 시작으로 해를 거듭하며 자리를 잡아가겠다는 방침이다. 그 첫 시험대가 될 내년 12월, 패노메논이 어떤 모습으로 첫 발을 뗄지 주목된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