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인터뷰] 한계 깨니 금빛 보였다… 우슈 산타 송기철, 이번엔 AG 정상 도전

송기철. 사진=대한우슈협회 제공
송기철. 사진=대한우슈협회 제공

 

“즐기면서도,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다 쏟겠습니다.”

 

한때 패배 하나에도 스스로를 몰아세웠던 송기철(30·충북개발공사)은 숱한 국제무대를 거치며 매트 위 중압감을 성장의 자산으로 바꿔냈다. 한국 우슈 산타의 간판으로 올라선 그는 이제 생애 두 번째 아시안게임(AG)을 바라본다.

 

2026 아이치·나고야 AG를 한 달여 앞뒀다. 이미 남자 75㎏급 ‘실전 모드’다. 시합 체중에 근접할 만큼 일찌감치 몸을 만들어 부담을 덜었다. 송기철은 “감량은 선수들에게 꽤 힘든 과정”이라며 “그런 걱정 없이 시합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미리 몸을 만들어놨다”고 말했다.

 

산타는 주먹과 발차기에 잡기와 메치기까지 활용해 점수를 겨루는 종목이다. 토너먼트에 따른 체력 안배는 물론, 포인트 획득을 위한 수싸움도 중요할 터. 송기철이 “마치 체스를 두는 느낌이 든다”고 빗대 표현한 배경이다.

 

사진=선수 본인 제공
사진=선수 본인 제공
사진=국제우슈연맹 제공
사진=국제우슈연맹 제공

 

첫 AG 출전은 쓰라린 기억을 남겼다. 3년 전 항저우 대회서 70㎏급으로 출전, 1회전부터 산타 전설이자 종합격투기(MMA) 무대에서도 뛰는 모센 모하마드세이피(이란)를 만나 탈락한 바 있다.

 

아쉬움을 뒤로한 송기철은 이후 국제무대에서 존재감을 키워갔다. 지난해 청두 월드게임 금메달(70㎏급)과 세계선수권대회 동메달, 올해 산타 월드컵 은메달(이상 75㎏급) 등을 잇달아 수확한 게 대표적이다.

 

강자들과 부딪치며 경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한층 진화했다. 최근엔 즉각적인 대응에 집중하고 있다. “해외 선수들은 몸싸움이 훨씬 거칠고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압박해 오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 송기철의 설명이다.

 

우슈와의 인연은 7세 때부터 시작됐다. 그는 “당시 본가가 있던 경기도 송탄에 남다른 우슈 열기가 있었다”고 떠올렸다. 그 중심엔 서 있던 이가 바로 이 지역 출신인 박찬대 현 대표팀 총감독이었다. 한국 우슈를 대표하던 박 감독의 활약 덕에 종목 자체가 동네서 제법 친숙했던 것. 송기철 역시 자연스럽게 부모님의 손을 잡고 우슈 체육관으로 향했다.

 

사진=국제우슈연맹 제공
사진=국제우슈연맹 제공
사진=대한우슈협회 제공
사진=대한우슈협회 제공

 

산타에 빠질수록 ‘국가대표’라는 꿈도 선명해졌다.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에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홀로 청주로 향할 만큼 의지도 강했다.

 

지나친 간절함은 어느 순간 적잖은 압박으로 번지기도 했다. 실력이 늘고 주변의 기대까지 커질수록 패배 하나에도 자신을 심하게 몰아세웠다. 송기철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스스로를 계속 갉아먹으면서 운동했었다. 한 번이라도 지면 커리어와 인생이 잘못되는 것처럼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전환점은 가족이었다. 결혼한 뒤부터 결과에 매달리기보다 승부를 조금 더 여유롭게 바라보게 됐다. 아들이 태어난 4년 전 무렵에는 그토록 바라던 성인 국가대표에도 처음 이름을 올렸다.

 

말 그대로 ‘복덩이’였던 셈이다. 이 표현에 고개를 끄덕인 송기철은 활짝 웃으며 “가족 덕분에 조금은 편안하게 생각하고 그 순간을 즐겨야 좋은 경기력이 나온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사진=신화/뉴시스
사진=신화/뉴시스
사진=신화/뉴시스
사진=신화/뉴시스

 

선수로서의 또렷한 도약도 일궜다. 한계를 넘어선 건 지난해 월드게임이었다. 체력이 바닥난 상황에서도 끝까지 버텨 정상에 섰다. 그는 “그 정도로 힘든데도 이긴 건 처음이었다. 이럴 때면 항상 무너졌던 기억이 난다”며 “이번엔 달랐고, 또 확신이 들더라. 한 번 (알을) 깨보니 두 번, 세 번도 깰 수 있을 것 같았다. 선수로서 한두 단계 올라선 계기였다”고 했다.

 

자신감을 안고 두 번째 AG에 나선다. “항저우 때보다 지금은 뒤가 없다”는 각오로 모든 걸 쏟을 참이다. 그러면서 “기절할 각오로 (매트 위에) 올라갈 것이다. 다음 대회를 의식할 겨를이 없다. 이 순간에 충실하고자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린 시절 박 감독을 보며 우슈인의 꿈을 키웠듯, 자신도 후배들이 보고 따라가고 싶은 선수가 되길 바란다. 송기철은 “잘했다거나 훌륭한 커리어를 쌓았다는 말보다 ‘저 사람처럼 우슈하고 싶다’는 말을 듣고 싶다”며 “요즘 표현으로 ‘우슈, 참 맛있게(멋있게) 한다’는 평가라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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