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현장] “VIP가 원하는 건 시간과 경험”…서울 강남에 들어선 첫 프라이빗 클럽

한국에 영국식 ‘프라이빗 멤버스 클럽’이 문을 열었다.

 

‘식스센스 두바이 마리나’와 ‘뉴욕 월도프 아스토리아 타워’ 등 글로벌 하이엔드 레지던스 세일즈에 참여해온 영국계 부동산 컨설팅 기업 나이트프랭크가 서울 강남에 ‘더프리비하우스(The Privy House)’를 선보였다.

 

이는 호텔이나 골프장에 부속된 회원제 시설이 아니다. 선별된 회원과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운영하는 영국식 프라이빗 멤버스 클럽을 표방한다. 더프리비하우스는 이달 소프트 오프닝을 통해 베일을 벗었다.

 

클럽은 더갤러리832 최상층에 위치한다. 132m 상공에서 강남 도심 스카이라인을 내려다보는 야외 인피니티풀과 사우나, 피트니스, 라운지 앤 바, 임기학 셰프가 이끄는 프렌치 다이닝 ‘르프리베 브라서리’ 등을 갖췄다. 강남 내 5성급 호텔에서도 이처럼 탁 트인 도심 조망을 갖춘 야외 수영장은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공간 자체의 희소성도 눈에 띈다.

 

하지만 운영진이 반복해서 강조한 것은 하드웨어가 아니었다. 시설은 기본이다. 14일 만난 최유나 나이트프랭크코리아 대표와 최석원 상무는 클럽 안에서 보내는 시간과 경험, 그리고 이를 통해 형성되는 관계의 가치가 핵심이라고 짚었다.

◆하이엔드 주거의 다음 경쟁력은 ‘시간과 서비스’

 

그동안 고급 주거 시장에서는 유명 호텔 브랜드를 붙인 ‘브랜디드 레지던스’가 대표적인 프리미엄 요소로 통했다. 하지만 시장이 성숙할수록 브랜드 못지않게 실제 생활을 편리하게 만드는 서비스와 콘텐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게 나이트프랭크의 판단이다.

 

이 같은 판단은 나이트프랭크가 글로벌 차원에서 축적해온 리서치와도 맞닿아 있다. 나이트프랭크는 프라이빗 멤버스 클럽을 별도의 부동산·호스피탈리티 시장으로 보고 관련 연구를 이어왔다. 2024년에는 ‘프라이빗 멤버스 클럽 가이드’도 발간했다.

 

최 상무는 “과거에는 어느 브랜드의 수전, 어느 지역의 대리석을 쓰는지의 여부가 중요했다면 지금은 내가 있는 빌딩에 어떤 서비스가 있느냐가 관건이 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나이트프랭크가 세일즈에 참여한 호주 시드니의 ‘크라운 레지던스 앳 원 바랑가루(Crown Residences at One Barangaroo)’ 사례를 들었다. 입주자들에게 만족도가 높은 요소를 물었더니 건물 내 유명 일식 레스토랑 ‘노부(Nobu)’를 꼽았다는 것이다.

 

특히 시간이 중요한 자산인 고액 자산가에게 이동과 예약, 준비에 드는 과정을 줄여주는 서비스는 그 자체로 주거의 가치가 될 수 있다. 집에서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은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셰프의 다이닝을 바로 이용할 수 있다. 강남과 강북을 오가는 교통체증 속에서 식사 한 번을 위해 시간을 쓰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최 상무는 “호스팅하기 쉬운 이런 서비스는 삶의 질에 바로 영향을 준다”며 “충분한 가치를 제공하면 결국 자산 가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프라이빗 클럽의 핵심은 ‘사람’… 취향으로 만드는 커뮤니티

 

프라이빗 멤버스 클럽은 영국에서 발달했다. 과거에는 귀족과 정치인, 사업가들이 모이는 폐쇄적인 사교장 성격이 강했다. 이제는 취향과 관심사를 매개로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을 연결하고 정보와 아이디어, 문화가 오가는 커뮤니티로 진화하고 있다.

 

현대 프라이빗 클럽의 경쟁력도 결국 회원들이 그 안에서 어떤 관계를 만들어가느냐에 달려 있다. 더프리비하우스가 핵심 운영 과제로 꼽은 것도 회원 간 자연스러운 ‘밍글링(Mingling)’이다. 최 상무는 “한국 사람들은 밍글링을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다”며 “어떻게 하면 회원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도록 만들지가 가장 큰 숙제”라고 꼽았다.

 

이에 더프리비하우스는 노골적인 네트워킹 행사 대신 공통의 취향과 경험을 사람을 연결하는 매개로 삼았다. 미식·지적 교류·웰니스·네트워킹·자산관리 등 다섯 가지 영역을 프로그램의 큰 축으로 두고 다양한 경험을 클럽 안에서 제공한다.

 

여기에는 시간과 경험에 가치를 두는 자산가들의 소비 방식도 반영됐다. 유명 브랜드를 섭외해 특별한 경험을 만들거나, 각 분야 전문가를 클럽으로 불러 ‘회원만을 위한’ 전용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회원들은 별도의 정보 탐색이나 예약 경쟁 없이 이를 누릴 수 있다. 인기 장소나 브랜드 경험을 위해 ‘오픈런’을 하거나 예약 창을 수시로 확인하는 데 드는 시간까지 아껴주는 셈이다.

 

최 상무는 ‘남들이 해보지 못한 것, 아무나 갈 수 없는 것’을 프라이빗 클럽이 제공해야 할 중요한 경험으로 꼽았다. 실제 뵈브 클리코와 함께한 샴페인 클래스에서는 처음 만난 여성 회원 네 명이 자연스럽게 친분을 쌓아 골프 모임을 만들기도 했다. 클럽이 마련한 하나의 경험이 새로운 소규모 커뮤니티로 이어진 사례다.

 

결국 이런 커뮤니티를 만드는 출발점은 회원 구성이다. 더갤러리832 소유자는 ‘파운더(Founder)’로 회원 자격을 유지하며, 외부 회원도 선별적으로 받는다.

 

최유나 대표는 금융·스포츠·법조·의료·문화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고르게 구성해 클럽 안에 “작은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구상을 밝혔다. 최석원 상무도 “액티브하고 긍정적이고 에너지가 있는 사람들이 커뮤니티를 만들어간다”며 “같이 커뮤니티를 빌딩할 수 있는 사람을 모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늘 사모님 생일이신데요”… 일상 아우르는 컨시어지

 

나이트프랭크가 더 중요하게 보는 것은 회원이 두 번째, 세 번째로 다시 찾아올 이유를 만드는 일이다.

 

이를 위해 더프리비하우스는 ‘사람을 기억하는 서비스’를 내세운다. 회원과 클럽을 연결하는 릴레이션십 매니저가 음식과 와인 취향, 운동은 물론 가족의 주요 일정까지 파악해 필요한 서비스를 먼저 제안한다. 개인 비서형 컨시어지에 가까운 역할이다.

 

최 상무는 “바쁜 일상에서는 기념일을 놓치기 쉽다”며 “예를 들어 일주일 전이나 당일에 ‘사모님 생신인데 레스토랑을 몇 분 예약해드릴까요, 꽃도 준비해드릴까요’라고 먼저 제안하는 식”이라고 예를 들었다.

 

클럽의 가치는 회원 본인이 서비스를 받는 데만 있지 않다. 중요한 손님을 초대했을 때 자신이 누리는 서비스를 함께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회원 경험의 일부다. 미리 자신의 와인을 꺼내 브리딩해달라고 요청하고 손님의 알레르기나 식사 취향을 알려두면 클럽 측이 메뉴와 응대를 준비한다. 손님이 도착할 때는 이미 와인과 식사가 준비돼 있는 식이다.

 

최 상무는 특히 지인이나 비즈니스 관계자를 초대했을 때 회원이 클럽의 서비스를 통해 손님을 세심하게 대접하는 데서 만족감을 느낀다고 봤다. 멤버십이 개인의 편의를 위한 서비스인 동시에 자신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수단으로 작동하는 셈이다.

최석원 나이트프랭크코리아 상무
최석원 나이트프랭크코리아 상무

◆프라이빗 클럽이 건물의 가치를 바꾼다… 다음 실험은 ‘도시 자산’

 

나이트프랭크가 궁극적으로 바라보는 지점은 다시 부동산이다. 잘 운영된 프라이빗 멤버스 클럽이 건물의 ‘앵커 테넌트’처럼 사람을 끌어들이고, 건물과 주변 지역의 가치까지 높이는 ‘문화·도시 자산’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최유나 대표는 “건물에 프라이빗 클럽이 앵커 테넌트로 자리 잡아 자산의 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레지던스뿐 아니라 슈퍼프라임 오피스에서도 전체 빌딩의 가치를 높이는 방식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더프리비하우스는 이 가설을 서울에서 시험하는 프로젝트다. 향후에는 오피스와 리조트, 골프장 등으로 멤버스 클럽 모델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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