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색종·골다공증 선제 대응…의료 AI, 판별 넘어 질병 예측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오병호 교수
AI 가 환자 294명 중 95% 감별
의사 진단 정확도 80%로 껑충
“환자 생존율 향상에 기여할 것”

박경식 건국대병원 교수팀
갑상선암 환자 5명 중 1명이
5년내 골다공증 발병률 1.7배
“AI 측정 통해 고위험 선별”

김붕년 서울대병원 교수팀
자폐 치료 경과 예측 AI 개발
뇌 네트워크 구조 변화 반응 확
“환자 특성 파악 맞춤치료 기대”

손발톱에 갑자기 검은 줄이 생겼다고 가정해보자. 대부분은 양성 변화일 수 있지만 드물게 피부암인 흑색종의 신호일 수도 있다. 문제는 겉모습만으로 둘을 구별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조직검사를 하면 정확도를 높일 수 있지만 손발톱 변형 같은 후유증이 생길 가능성도 있어 환자 입장에서는 부담스럽다.

최근 의료 현장에서는 이런 판단을 돕는 인공지능(AI) 연구가 잇따르고 있다. 손발톱 흑색종을 가려내고, 갑상선암 환자의 골다공증 위험을 미리 계산하는 데 AI가 활용된다. 자폐스펙트럼장애 연구에서는 AI가 뇌영상 속 실제 생물학적 변화를 제대로 읽고 있는지 확인하는 평가법도 제시됐다.

의료 AI는 이제 질병 여부를 판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의료진의 진단을 돕고, 앞으로 생길 위험을 예측하며, 질병의 원인을 더 깊이 이해하는 도구로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손발톱 검은 줄, AI가 흑색종 가려낸다

손발톱에 세로로 검은 줄이 생기는 ‘흑색조갑증’은 비교적 흔하지만 일부는 손발톱 흑색종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 초기 흑색종은 양성 병변과 모양이 비슷해 숙련된 피부과 전문의도 육안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오병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
오병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

오병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교수와 추유성 원주의과대학 정밀의학과 박사 연구팀은 딥러닝을 이용해 손발톱 흑색종과 양성 흑색조갑증을 구별하는 AI 진단 보조시스템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흑색종 환자 122명과 양성 흑색조갑증 환자 172명 등 총 294명의 임상자료를 활용했다. 개발된 AI 모델은 두 질환을 구별하는 데 95% 이상의 정확도를 보였으며 다른 의료기관 환자 자료에서도 성능이 유지됐다.

흑색조갑증(양성)에 비해 손발톱 흑색종(악성)은 빠르게 넓어지거나 진해지는 경우가 많으며, 손톱 주변의 피부까지 퍼지는 양상을 보인다.AI가 두 가지를 구분하는 데에 중요한 부분을 활성화해 보여주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흑색조갑증(양성)에 비해 손발톱 흑색종(악성)은 빠르게 넓어지거나 진해지는 경우가 많으며, 손톱 주변의 피부까지 퍼지는 양상을 보인다.AI가 두 가지를 구분하는 데에 중요한 부분을 활성화해 보여주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의료진의 진단 정확도도 높아졌다. 피부과 전문의와 전공의가 AI 결과를 참고한 뒤 전체 진단 정확도는 70%에서 80.8%로 상승했다. 특히 전공의에서 개선 폭이 크게 나타났으며, 의료진 간 진단 일치도 역시 개선됐다.

손발톱 기질 조직검사는 진단에 필요하지만 손발톱 변형 같은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AI가 실제 진료에 활용되면 흑색종 조기 발견을 돕고 조직검사가 필요한 환자를 선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오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실제 임상에서 활용 가능한 진단 보조기술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며 “향후 손발톱 흑색종 조기 진단을 통해 환자의 생존율 향상과 불필요한 조직검사 감소에 기여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갑상선암 환자 5명 중 1명 골다공증… AI로 위험 예측

박경식 건국대병원 교수팀은 갑상선암 환자 3089명의 건강보험 데이터를 분석해 진단 시점에서 향후 골다공증 발생 위험을 예측하는 AI 모델을 개발했다.

박경식 건국대병원 교수
박경식 건국대병원 교수

분석 결과 갑상선암 진단 후 5년 이내 골다공증 누적 발생률은 21.4%였다. 환자 약 5명 가운데 1명꼴이다. 연구팀은 나이, 성별, 혈압, 당뇨 등 진료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정보를 활용해 여러 예측 모델을 비교했다. 가장 우수한 성능을 보인 ‘보루타-콕스 회귀’ 모델에서 고위험군은 저위험군보다 5년 내 골다공증 발생 위험이 1.71배 높았다.

이 모델이 향후 실제 진료에 적용되면 저위험 환자의 불필요한 검사는 줄이고, 고위험 환자는 일찍 골밀도 검사를 받거나 예방 치료를 시작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박 교수는 “전자의무기록(EMR)과 모델을 연동하면 갑상선암 진단 단계에서 골다공증 고위험 환자를 자동으로 선별하는 체계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폐 치료 경과 객관화할 AI 프레임워크 개발

서울대병원 연구팀은 AI가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의 뇌영상에서 실제 뇌 기능 변화를 제대로 읽고 있는지 확인하는 평가법 개발에 나섰다.

김붕년 서울대병원 교수
김붕년 서울대병원 교수

김붕년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팀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호주 멜버른대 공동연구팀은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을 분석하는 AI의 내부 판단을 평가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다.

자폐스펙트럼장애는 현재 증상과 행동 관찰을 중심으로 진단과 경과를 평가한다. 객관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생체표지자가 충분히 확립되지 않아 조기 진단과 치료 경과 예측에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상당수 환자가 병원을 전전하는 경우가 많다.

연구팀은 앞선 연구에서 자폐 아동이 정상 발달 아동보다 감각 정보를 전달·통합하는 시상과 하두정소엽 등을 중심으로 뇌 기능 연결성이 감소하는 경향을 확인한 바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AI 내부 표현이 이같은 뇌 네트워크 구조 변화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평가하는 ‘생성적 매니폴드 감사(GMA)’ 프레임워크를 제안했다. 정상 발달군의 뇌 연결 패턴을 AI에 학습시킨 뒤 특정 뇌 영역의 연결을 가상으로 차단하고, 이에 따라 AI 내부 표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분석하는 방식이다.

분석 결과 생성형 AI 모델인 ‘디노이징 오토인코더(DAE)’가 비교 모델보다 뇌 네트워크 구조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을 보였다. 서울대병원 자폐 아동 장기 관찰 자료에서는 증상이 호전된 경우에도 뇌 기능 네트워크의 변화는 아이마다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 평가법이 향후 환자별 뇌의 생물학적 특성을 파악하고 치료 경과를 예측하는 연구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교수는 “향후 이 프레임워크를 발전시켜 환자 개인의 치료 경과를 예측하는 데까지 활용할 수 있도록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