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선한 한국 축구, 이제 외교력까지 흔들리고 있다.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프로축구 K리그의 강원FC가 규정도 모르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심판의 규정 미숙으로 패배를 직면했다. 선수 교체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예선에서 아쉽게 패했다.
강원 구단 관계자는 12일 “ACLE 예선에서 교체 카드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점에 대해 AFC에 정식으로 항의 서한을 보냈다”며 “경기는 끝났지만 할 수 있는 만큼 해보려고 한다”고 전했다.
논란은 지난 11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강원과 감바 오사카(일본)의 2026~2027 ACLE 예선에서 발생했다. 이날 경기에서 강원은 연장 접전 끝에 0-1로 패했다. 그러면서 ACLE 본선이 아닌 2부 격인 챔피언스리그2(ACL2)로 향하게 됐다.
문제는 0-0으로 맞선 연장 전반 시작 직전에 나왔다. 강원은 공격수 고영준과 풀백 강준혁을 빼고 공격수 이지호와 풀백 김도현을 투입하려고 했다. 하지만 모하메드 가바옌 대기심(요르단)이 이를 막았다. 연장전에서는 2명의 선수를 동시에 교체할 수 없다고 제동을 걸었다.
대기심의 판단은 규정과 달랐다. ACLE 규정에 따르면 전후반 90분 동안 3차례에 걸쳐 최대 5명의 선수를 교체할 수 있다. 연장전에 돌입하면 교체 기회 1회와 교체 기회 1회가 추가된다. 강원은 정규시간 내 3회에 걸쳐 3명을 교체했다. 이에 따라 연장전에는 추가 교체 기회 1회와 교체 선수 3명이 남아 있었다. 따라서 연장 전반 시작과 함께 2명의 선수를 동시에 바꾸는 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대기심은 주심과 소통한 뒤에도 교체를 허용하지 않았다. 심지어 현장에 있던 AFC ‘로컬 제너럴 코디네이터’인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에게 규정을 되묻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더 황당한 것은 경기 감독관과 심판 평가관의 대응이었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기자석 근처에 있던 경기 감독관과 심판 평가관에게 그라운드로 와서 상황을 정리해 달라는 부탁을 전달했으나 결국 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 사이 강원은 교체 없이 연장 전반을 시작했다. 결국 연장 전반 13분 나와타 가쿠에게 결골을 허용했다. 강원은 연장 전반 15분에야 교체를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도 혼선은 이어졌다. 당초 대기심의 설명에 따라 강원은 한 명의 선수만 투입하려 했다. 그런데 대기심은 돌연 3명의 선수를 교체할 수 있다고 말을 바꿨다. 강원은 뒤늦게 김도현과 수비수 박호영, 이지호를 투입했다. 하지만 경기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논란은 경기 뒤에도 이어졌다. 로컬 제너럴 코디네이터의 관련 질의에 대응하지 않은 채 경기장을 서둘러 빠져 나갔다.
축구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오심이나 행정 착오로만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 축구는 최근 대한축구협회를 둘러싼 각종 논란으로 국제적 신뢰와 영향력이 약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로컬 제너럴 코디네이터 측에서 AFC 감독관, 심판관에게 상황 설명을 요청했지만 정확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
축구계 한 관계자는 “심판의 규정 적용 오류가 인정되더라도 재경기까지 이어지는 사례는 드물다”며 “어수선한 한국 축구가 이제는 국제무대에서의 외교력과 영향력까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장기적인 차원에서 AFC와 국제축구계 내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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