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인터뷰] 역도 원종범의 뭉클한 동기부여… 외국인 코치의 서툰 한국어 “금메달을 딸 것이다. 넌. 꼭”

사진=최서진 기자
사진=최서진 기자

 “나는 신뢰한다 너를. 넌 금메달을 따게 될 것이다. 꼭.”

 

 조금은 이상했던 문장. 번역기를 통해 전달한 말이다. 하지만 그 말에 잠시 부침을 겪던 역도 국가대표 원종범(강원특별자치도청·95㎏)의 눈이 번쩍 뜨였다. 지난 5월 대표팀에 합류한 우센칸 마이나자로프(키르기스스탄) 역도 대표팀 코치의 진심이 닿은 순간이었다. 땀과 눈물을 나누며 더욱 돈독해졌고, 이젠 든든한 지원군처럼 느껴진다. 코치의 진심 어린 응원 속에서 원종범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AG) 금메달을 향해 나아간다.

 

 ‘초짜’ 꼬리표를 떼고 두 번째 AG에 출전한다. 원종범은 첫 출전이었던 2022 항저우 대회(2023년 개최) 때 6위에 그쳐 아쉬움을 삼켰다. 후회를 지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먼저 출전권을 손에 넣어야 했다. 지난 3월 AG 선발전을 앞두고 무릎을 다치는 등 위기를 마주했으나 포기하지 않았다. 안정적으로 역기를 들어 올리며 AG에 나설 자격을 갖췄다.

 

 꼭 다시 AG 무대로 돌아가고픈 이유가 있었다. 원종범은 “당시엔 국제 대회도 많이 안 뛰어본 초짜였다. AG에 가니 너무 즐거웠다. 외국 선수들을 만나 뱃지를 교환하고 선수촌의 좋은 시설도 누렸다. 근데 그런 분위기 속에 메달을 못 따니까 서럽더라. 딴 선수들은 축제였는데, 나는 즐기지 못했다”며 “이번엔 다르다. 기량도 많이 올라왔고 경험도 더 생겼다. 이젠 설렘 반, 부담 반의 마음으로 대회에 나설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사진=대한역도연맹 제공
사진=대한역도연맹 제공

 도전의 여정에서 새롭게 만난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 바로 마이나자로프 코치다. 키르기스스탄 총감독 출신으로 체육 행정과 유소년 지도에 힘쓰다 한국 대표팀 문을 두드렸다. 마침 대표팀 코치 자리에 TO가 나면서 한국 역도 대표팀 정식 코치로 선임됐고, 지난 5월 선수촌에 합류했다. 초반만 하더라도 원종범은 외국인 코치가 낯설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딱 두 달이 흐른 뒤, 누구보다 끈끈한 사제의 연을 맺게 됐다.

 

 계기가 있었다. 양구에서 훈련 중이던 지난달이었다. 원종범은 당시 대회를 마치고 합류한 터라 컨디션이 좋지 못했다. 더위까지 겹쳐 제대로 훈련이 되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 마이나자로프 코치가 원종범을 밖으로 불렀다. 핸드폰에 무언가 한참 적더니 번역기를 돌려 “너는 꼭 금메달을 딸 거야”라는 말을 보여줬다. 다시 한번 원종범이 힘을 내게 된 순간이었다.

 

 그는 “고국에서 부유하게 지내신다고 들었다. 다만 선수 육성에 관심이 많다고 하시더라. 선수를 키워 국제대회서 메달 따보고 싶다는 열정으로 한국에 오셨다고 들었다”며 “사실 초반엔 어색했다. 그런데 양구에서 유독 운동이 안 되던 날, 엉성하게 번역이 된 말을 보여주셨을 땐 웃음이 나면서도 마음이 뭉클해졌다. 그때 코치님의 마음이 느껴졌고, 완전하게 믿게 됐다. 여전히 말은 안 통해도 마음이 통하면서 더 재밌게 훈련하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

사진=최서진 기자
사진=최서진 기자

 원종범은 마이나자로프 코치와 함께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인상 180㎏, 용상 220㎏, 합계 400㎏이 이번 대회 목표다. 훈련 중 넘어본 경험도 있다. 그는 “경기 때 인상, 용상 둘 중에 하나만 잘했던 적이 종종 있었다. AG는 합계로 나오니 비율을 잘 맞춰야 한다. 목표에 도달하면 충분히 금메달 싸움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잘 준비하고 있다. 근력도 많이 올라왔다. 최근 손목을 살짝 다쳤는데, 마저 회복하면 내 최고 기록을 경신하지 않을까 기대될 정도로 몸 상태가 좋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메달을 따면 꼭 목에 걸어주고픈 이름, 바로 가족이다. 원종범은 “이모랑 어머니, 아버지가 중학교 때부터 큰 대회마다 찾아와서 응원해주셨다. 절대 쉽지 않은 일이란 걸 알고 있다. 어렸을 땐 오시는 게 부담스러웠던 적도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감사할 수가 없다. 제주도, 거제도 등 먼 곳도 마다치 않으셨다”며 “이번 AG 때도 오실 계획이다. 메달을 따서 개인의 목표를 이루고 싶은 것도 있지만, 우리 가족들에게 정말 멋진 모습과 장면을 선물해 드리고 싶다. 꼭 따서 목에 메달 한 번씩 걸어 드리겠다”고 미소 지었다.

사진=대한역도연맹 제공
사진=대한역도연맹 제공


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