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없는 강자다.” 볼보 럭셔리 전기 스포츠실용차(SUV) 'EX90'을 시승하고 난 뒤 떠오른 생각이다. EX90은 정숙성, 주행성능, 편의사양 등을 두루 갖춘 프리미엄 SUV였다.
최근 EX90 운전대를 잡고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경기 의정부까지 왕복 60㎞ 구간을 주행했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국내 준대형 SUV 1위를 목표로 지난 4월 플래그십 전기 SUV EX90을 출시했다. 2022년 11월 최초 공개 이후 약 4년만에 국내 시장에 상륙한 것이다.
운전석에 앉으니 가장 먼저 중앙의 중앙 디스플레이가 눈에 들어왔다. XC90과 S90의 11.2인치보다 약 30% 커진 14.5인치의 크기를 자랑한다. 대형 테블릿 PC 같은 느낌이었다. 퀄컴 스냅드래곤 콕핏 플랫폼을 적용해 반응 속도도 이전보다 2배 빨라졌다. 화면 전환과 메뉴 이동이 스마트폰을 다루는 것처럼 자연스러웠고, 티맵 오토와 누구 오토, 차량용 웨일 브라우저, 유튜브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에어컨부터 사이드미러와 핸들 조정, 글러브 박스 열기, 비상등 켜기까지 대부분을 디스플레이에서 해결해야 하다 보니 물리 버튼 조작에 익숙한 운전자는 다소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14.5인치 센터 디스플레이 외에도 9인치 운전자 디스플레이,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다. 운전자 디스플레이나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시인성이 좋아 시선을 옆으로 돌리지 않고도 간편하게 내비게이션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기대했던 가속 성능은 예상대로 뛰어났다. 트윈 모터 플러스와 트윈 모터 울트라의 최고출력은 456PS지만 트윈 모터 퍼포먼스는 최고출력 680PS를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제로백)은 트윈 모터 퍼포먼스가 4.2초이며 하위 트림은 5.5초다. 실제 페달을 밟자 차량은 빠르고 부드럽게 앞으로 나아갔다. 전기차 특유의 꿀렁임도 크지 않았다. 듀얼 챔버 에어 서스펜션이 적용된 덕분에 노면 상태가 고르지 않은 시내 도로에서도 차체를 안정적으로 제어했다.
고속 주행을 할 때에는 정숙성이 돋보였다. 복잡한 도심 정체 구간을 벗어나 속도를 시속 100㎞ 이상으로 올렸을 때도 노면 소음이나 풍절음이 크지 않아 고요했다. 승차감과 정숙성은 단연 EX90의 최대 강점이다.
볼보는 차량 사운드 시스템이 진심인 회사로 유명하다. EX90 오디오 시스템에도 적잖이 공을 들였다. EX90에는 영국 하이엔드 스피커 ‘바우어스앤윌킨스’와 협업을 통해 헤드레스트, 루프 스피커, 서브 우퍼 등 25개 스피커(1610W)가 장착됐다. 볼보코리아는 “25개의 독립적 하이파이 스피커를 통해 탑승자에게 돌비 애트모스 몰입형 사운드 경험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시승 중 갓길에 잠시 정차하고 클래식 연주를 일반 녹음 음원으로 들었다. 넓은 차체에 고르게 음이 퍼져 작은 음악 감상실에 서 휴식을 취하는 기분이 들었다.
이날 시승한 모델은 7인승으로 2열 좌석은 버튼으로 접었다가 다시 펼 수 있었다. 필요에 따라 한 좌석만 접거나 두 좌석을 모두 접을 수 있다. 트렁크 용량은 324L인데, 3열을 접으면 2100L가량까지 늘어나 패밀리 SUV로 손색이 없다.
볼보의 핵심 경쟁력인 안전사양 역시 충실하게 적용됐다. 차량에는 5개의 레이더와 5개의 카메라, 12개의 초음파 센서를 활용한 '안전 공간 기술'이 적용됐다. 운전자의 시선과 머리 움직임을 감지하는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 어린이나 반려동물을 감지하는 실내 승객 감지 시스템 등 볼보의 안전 기술이 총망라됐다. 볼보가 “EX90은 볼보 역사상 가장 안전한 모델”이라고 자부하는 이유다.
EX90의 국내 판매가격은 1억억 초반대부터 시작한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가격은 아니지만, 볼보의 동급 플러그인하이브리드 XC90 시작가(1억1620만원)보다 1000만원 낮게 책정됐다.
이정인 기자 lji2018@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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