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와 택연이가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군더더기가 없는 완벽한 투구였다. 올 시즌 한화전 첫 승을 눈앞에 뒀으나, 불펜의 방화로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시즌 두 자릿수 승리도 다음으로 미뤘다. 하지만 앞선 두 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패배했던 왕옌청(5이닝 3실점)과의 선발 리턴매치에서 판정승을 거두는 데 성공했다.
곽빈은 11일 서울 잠실야구장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한화와의 정규리그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6회를 채우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6이닝 동안 81개의 공을 던지며, 2피안타 10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최고 구속은 157㎞까지 찍혔고, 볼(21개)보다 스트라이크(60개)가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등 좋은 구위를 자랑했다. 주무기인 직구(34개)와 커브(14개), 슬라이더(13개)를 섞어가면서 한화 타선을 요리했다.
곽빈은 “오랜만에 실전 등판이었는데 어색함도 있었지만 투구를 거듭할수록 감을 잡을 수 있었다. 팬들의 뜨거운 함성을 모처럼 들으면서 짜릿했다”며 “우리 팀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것이다. 거기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올 시즌 곽빈의 활약은 꾸준했다. 이번 경기 전까지 9승 4패 평균자책점 2.66 138탈삼진을 기록했다. 탈삼진 1위, 평균자책점 2위, 이닝 2위 등 대부분 지표에서 최상위권이다. 후반기에도 3경기 연속 6이닝 이상을 책임지며 호투를 이어갔다.
다만 올 시즌 한화전 2경기에서 승리 없이 2패를 떠안았다. 지난 4월4일 첫 맞대결에선 4⅔이닝 6실점(3자책)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5월22일 대전 한화전은 5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하지만 불펜이 4실점하며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이날 경기는 한화전 첫 승과 왕옌청 상대 설욕이 걸린 무대였다. 1회 아웃카운트 3개를 모두 삼진으로 채우면서 산뜻하게 출발했다. 2회에는 허인서에게 2루타를 맞았으나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3회와 4회는 삼자범퇴를 만들었다.
5회에는 채은성과 허인서를 연달아 삼진으로 솎아냈다. 이도윤에게 2루타를 내줬지만, 심우준을 뜬공으로 처리해 실점 없이 넘겼다. 6회는 선두타자 이원석을 유격수 땅볼로 유도해 아웃카운트를 만들었고, 페라자는 3루수 파울플라이 아웃으로 물러났다. 이후 문현빈을 삼진으로 잡으며 세 번째 삼자범퇴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곽빈은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추고 7회 마운드를 넘겼다. 그러나 불펜이 승리를 날렸다. 7회초 등판한 김정우가 강백호에게 솔로 홈런을 맞았다. 이어 마운드에 오른 김택연마저 채은성에게 동점 투런포를 허용했다. 곽빈의 한화전 첫 승과 시즌 10승이 순식간에 증발한 순간이다.
하지만 곽빈은 의연했다. 그는 “10승이 무산된 데 아쉬움은 정말 전혀 없다. 늘 말하지만 내가 던진 날 팀이 이겨서 그걸로 만족한다”며 “특히 정우와 택연이가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동안 너무 좋은 모습으로 뒤를 지켜줬다. 앞으로 더 잘 막아줄 거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행히 팀은 웃었다. 두산은 3-3으로 비기던 7회말 1사 1, 3루 기회를 잡았다. 박준순이 한화 불펜 장유호를 상대로 좌월 3점 홈런을 터뜨렸다. 두산은 불펜의 난조 속에서도 박준순의 결승포에 힘입어 6-3으로 승리했다.
김원형 두산 감독은 “곽빈은 오늘도 대단히 위력적인 피칭을 선보였다”며 “박준순의 홈런이 결정적이었다. 초구부터 과감하게 방망이를 돌려 팀에 값진 승리를 안겼다. 테이블세터로 나선 김대한, 박지훈의 활약 역시 칭찬한다. 박준순의 결승 홈런이 나온 장면도 1, 2번이 나란히 안타를 치면서 찬스가 만들어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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