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인터뷰] “중국 한 번 넘고 싶다” 우슈 이용현, 세 번째 AG서 금빛 도전

우슈 투로 남자 장권 국가대표 이용현이 진천선수촌에서 훈련하고 있다. 사진=선수 본인 제공
우슈 투로 남자 장권 국가대표 이용현이 진천선수촌에서 훈련하고 있다. 사진=선수 본인 제공

 

평생 부딪혀온 벽이기에 피할 생각은 없다. 오히려 제대로 한 번 넘어보고 싶다.

 

우슈 투로 남자 장권 국가대표 이용현(32·충남체육회)에게 중국은 단순한 라이벌이 아니다. 선수 생활 내내 국제무대에서 마주한, 커리어가 끝나기 전에 반드시 꺾어보고 싶은 상대다. 생애 세 번째 아시안게임(AG)을 앞둔 그는 “중국 선수를 (큰 무대에서) 한 번 이겨보고 은퇴하는 게 유일한 목표”라고 뜨거운 각오를 다졌다.

 

2026 아이치·나고야 AG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용현은 진천선수촌에서 막바지 담금질에 한창이다. 경기력을 세밀하게 보완하는 동시에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직전 국제대회서 완성도를 확인했다. 지난달 초 중국 하이난성 하이커우서 열린 제4회 국제우슈연맹(IWUF) 투로 월드컵 남자 장권에서 9.740점을 받아 양야린(중국·9.803점), 쑹츠콴(마카오·9.743점)에 이어 동메달을 목에 걸은 게 방증이다.

 

평소 자신의 경기엔 누구보다 박한 점수를 주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이용현은 “하이난에선 정말 완벽했다고 느꼈다”며 “다른 나라 지도자들과 우슈 종주국인 중국의 심판장에게도 ‘한국 장권 선수가 잘한다’는 말을 들었다. 많이 발전했다는 확신과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사진=아시아우슈연합회 제공
사진=아시아우슈연합회 제공

 

우슈는 크게 산타와 투로로 나뉜다. 산타가 선수끼리 직접 맞붙어 승패를 가리는 대련 종목이라면, 투로는 정해진 동작을 얼마나 정확하고 완성도 높게 표현하는지를 겨룬다. 이용현은 투로를 “피겨스케이팅과 비슷한 종목”이라고 설명한다. 도약과 회전 등 난도 높은 동작을 수행하고, 착지와 연기의 완성도를 심판이 채점한다는 공통 분모가 있다.

 

물론 아름답게 움직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는 “발차기나 주먹 하나에도 실제 공격을 연상시킬 만큼 힘과 속도가 제대로 실려야 한다”며 “국제 심판들도 동작이 단순한 몸짓에 그치지 않고 공격과 방어의 의미를 제대로 표현하는지를 중요하게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첫 국제대회였던 2014 인천 AG서 은메달을 따냈지만, 2022 항저우(2023년 개최)에선 경기 도중 실수와 함께 흔들리며 도술·곤술 전능 8위에 머물렀다. 십자인대가 두 차례 끊어지는 큰 부상도 겪은 바 있다.

 

주저앉지 않았다. 홀로 전지훈련을 떠나는 등 절치부심의 시간을 보냈고, 진천선수촌 스포츠과학센터의 멘털 코칭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이 과정들을 거쳐 비로소 한층 더 단단해질 수 있었다.

 

이용현은 “막연했던 두려움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서 문제를 직시할 수 있었다”며 “한 번 시도해보고, 그 성공 경험을 발판 삼아 또 다른 문제에 접근하는 과정이 큰 도움이 됐다”고 돌아봤다.

 

사진=선수 본인 제공
사진=선수 본인 제공

 

스스로를 다시 일으켜 세운 뒤 재도약에 속도를 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장권 은메달에 이어 올해 월드컵에서도 시상대에 오르며 항저우의 쓰라렸던 기억을 지워가는 중이다.

 

가장 냉정한 ‘심사위원’은 누구보다 가까운 곳에 있다. 평생 함께 운동해온 동생 이용문이다. 역시 우슈 선수인 이용문은 현재 군 복무 중에도 형의 경기 영상을 꼬박 챙겨보며 쉽게 놓칠 수 있는 미세한 흐트러짐까지 짚어준다.

 

그런 동생도 하이난 월드컵을 본 뒤엔 “너무 잘했다. 이번 AG도 문제없을 것 같다”고 엄지를 치켜세웠을 정도다. 이용현 역시 “평소 냉정하게 봐주는 동생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자신감이 더 생겼다”며 미소 지었다.

 

‘라스트 댄스’라는 말에는 손사래를 쳤다. 이용현은 “그 말을 했다가 번복하는 선수들이 너무 많다”며 웃었다. 은퇴 시점을 못 박기보다 어떤 선수로 기억될지가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어 “겸손하면서도 자기 몫을 묵묵히 해내는 멋진 선수로 남고 싶다”며 “이번 AG를 통해 ‘정말 대단하고 멋있는 선수’라는 인상을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시선은 다시 태극마크로 향한다. 오랫동안 국가대표로 좋은 환경에서 훈련할 수 있었던 데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국민들의 도움으로 지금까지 잘 성장할 수 있었다”고 운을 뗀 이용현은 “중국에서 시작된 무술이지만 한국 선수도 그 안에서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겠다”고 힘줘 말했다.

 

사진=아시아우슈연합회 제공
사진=아시아우슈연합회 제공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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