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미 뒤흔든 BTS③] 그래미, 흥행·대표성까지 시험대…아미는 ‘Aliens’으로 응답

방탄소년단(BTS)의 그래미 보이콧은 대중음악계의 달라진 권력 관계를 보여준다. 과거에는 그래미 수상이 성공의 증명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티스트가 시상식의 평가 방식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평가 시스템을 스스로 내던질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이제 관심은 자연스럽게 BTS가 빠진 뒤의 그래미로 향한다. 세계적인 아티스트의 부재가 후보 한 팀이 사라지는 데 그칠지, 시상식의 흥행과 대표성마저 흔드는 악재가 될지가 핵심 쟁점이다.

 

특히 내년 그래미는 중계 환경의 대대적인 변화를 앞두고 있다. 오랫동안 함께해 온 CBS를 떠나 ABC TV와 디즈니플러스, 훌루 등 디즈니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에 방송된다. 전통적인 TV 시청자뿐 아니라 글로벌 스트리밍 이용자 확보가 더욱 중요해진 시점이다. 이 때문에 BTS의 부재가 젊은 글로벌 시청자의 관심과 온라인 화제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당해 세계 음악 시장을 평정한 아티스트가 심사 대상에서 빠진다면 수상 결과가 지니는 무게감도 예전 같을 수 없다. 세계적인 시상식의 권위는 트로피의 역사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당시의 가장 뜨거운 음악과 아티스트가 함께 호흡할 때 비로소 ‘세계 최고를 가리는 무대’라는 명분도 완성된다.

 

이번 논란에서 눈에 띄는 또 하나의 변화는 팬덤의 대응 방식이다.

 

BTS 팬덤 아미는 소셜미디어에서 ‘ArtHasNoAliens’(예술에는 이방인이 없다)라는 문구를 확산시키며 멤버들의 결정을 지지했다.

 

이들이 선택한 노래는 신보 아리랑 수록곡 에일리언스(Aliens)다. 에일리언스는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인으로 활동하며 느낀 정체성과 포부를 이방인에 빗대 표현한 곡이다. 특히 가사 속 “태생부터 다른 seven aliens(일곱명의 이방인) / 우릴 부러워하네 저 civilians(민간인)”, “눈만 또 허벌나게 큰 너희가 말하길”이라는 구절이 서구 주류 음악 시장을 향한 날선 메시지로 읽히며 이번 그래미 보이콧 선언과 맞아떨어진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결과는 차트에서 나타났다. 에일리언스는 보이콧 발표 이후 역주행해 지난달 29일부터 나흘 동안 세계 78개국 아이튠스 톱송 차트 1위에 올랐다.  노래가 재발견되는 일반적인 역주행과는 성격이 다르다. 팬들이 현재의 논쟁과 가장 잘 맞는 곡을 골라 구매와 스트리밍에 집중한 ‘캠페인형 역주행’에 가깝다. 시상식에 목소리를 내는 방식이 피켓과 성명에서 플레이리스트와 차트로 이동한 셈이다.

 

지난 1∼2일 미국 뉴저지 공연에서도 팬덤은 “아미가 있는데 그래미가 무슨 소용이냐”, “그래미는 분열을 만들었다” 등의 문구를 들어 보였다. 

 

이제는 그래미의 행동과 시스템이 BTS와 세계 음악 팬덤에게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반전의 배경에는 세계 음악 시장의 유통 구조 변화가 있다. 아아티스트는 스트리밍과 소셜 미디어를 통해 미국 레거시 미디어를 거치지 않고도 전 세계 소비자와 직접 연결된다. 팬덤 역시 음원과 공연 시장을 주도하며 강력한 영향력을 스스로 만들어낸다. 

 

시상식의 트로피가 세계적인 성공을 증명하는 유일한 통로였던 시대는 이미 끝났다. BTS의 선택이 대중음악사에 상징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래미의 심사 자체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최초의 글로벌 아시아 아티스트가 등장한 것이다.

 

세계 음악은 이미 국경을 넘어섰다. 그렇다면 음악을 평가하는 시상식의 제도와 잣대 역시 그만큼 국경을 넘어섰는가. 그래미가 앞으로 증명해야 할 것도 결국 이 지점이다. ‘최고 권위’라는 이름에 걸맞게 세계 무대를 누비는 동시대 아티스트와 음악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품어낼 수 있을지가 시험대에 올랐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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