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승 박민지 제쳤던 신인왕’ 장은수 “그만둘까 고민도 했지만, 골프가 점점 좋아졌다”

장은수가 KLPGA 투어 데뷔 10년 차에 생애 첫 정상에 올랐다. 장은수가 9일 제주 서귀포시 테디밸리 골프앤리조트에서 열린 KLPGA 투어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우승을 확정 지은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오른쪽은 소속사 대표. KLPGT 제공
장은수가 KLPGA 투어 데뷔 10년 차에 생애 첫 정상에 올랐다. 장은수가 9일 제주 서귀포시 테디밸리 골프앤리조트에서 열린 KLPGA 투어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우승을 확정 지은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오른쪽은 소속사 대표. KLPGT 제공
장은수가 9일 제주 서귀포시 테디밸리 골프앤리조트에서 열린 KLPGA 투어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KLPGT 제공
장은수가 9일 제주 서귀포시 테디밸리 골프앤리조트에서 열린 KLPGA 투어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KLPGT 제공

 “‘나는 이제 안되는 건가’라는 생각을 했다. 가족, 코치님이 믿어주셨다. 그래서 계속 도전했다.” 

 

 촉망받는 기대주였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살아남기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쳤던 시간, 결국 버티고 버텨내 정상에 올랐다. 신인왕 출신 장은수(28·굿빈스)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데뷔 9년 만에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장은수는 9일 제주 서귀포시 테디밸리 골프앤리조트(파72·6767야드)에서 열린 KLPGA 투어 제13회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최종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3개를 잡아 3언더파 69타를 기록했다. 최종합계 14언더파 274타. 강채연과 문정민을 한 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KLPGA 정규투어 187번째 출전, 데뷔 이후 우승까지 10년이 걸렸다. 종전 최고 성적은 준우승. 정상 문턱까지 갔지만 마지막 한 걸음을 넘지 못했다. 지난 6월 인카금융 더헤븐 마스터즈에서도 단독 2위에 오르며 다시 한 번 우승 가능성을 확인했지만, 트로피를 품에 안지 못했다.

 

 촉망받는 유망주였다. 고교 시절부터 국가대표로 활약한 기대주였다. 2016년 KLPGA에 입회에 성공했고, 부푼 꿈을 안고 2017년 정규투어에 데뷔했다. 당시 골프 기대주가 한 번에 쏟아졌다. KLPGA 투어 20승에 빛나는 박민지를 시작으로, 각각 4승 경력의 김수지, 배소현도 신인 시즌이었다. 이들 중 신인왕 타이틀을 차지한 것은 장은수였다. 우승은 없었지만, 매 대회 신인답지 않은 플레이로 신인왕 포인트 1위에 올랐다. 데뷔 시즌 한차례 우승을 차지했던 박민지를 간발의 차로 제쳤다.

 2년 차에도 준우승을 기록하는 등 탄탄대로를 달리는 듯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경쟁력은 떨어지고, 시드를 유지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결국 2020년 부진 끝에 정규투어 시드를 잃었다. 이후 드림투어와 정규투어를 오가는 신세가 됐다.

 

 장은수는 “스스로 욕심을 많이 냈던 것 같다. 스윙을 비롯해 여러 부분을 많이 바꾸려고 했는데 오히려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갔다”며 “불안한 감정도 많이 생겼고 골프가 정말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고 전했다. 이어 “모두 물거품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고, 다시 처음부터 올라가야 한다는 막막한 마음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장은수의 우승보다 더 빛난 것은 ‘중꺾그마(중요한 건 꺾여도 그냥 하는 마음)’였다. 3번의 시드 유지 실패를 경험했지만, 그때마다 드림투어 정상에 오르며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2020년 투어 시드를 잃고, 2021년 호반드림투어 2차전 정상에 올랐다. 2022년 다시 투어 시드를 유지하지 못했지만, 2023년 롯데오픈 드림투어에서 우승하며 기회를 잡았다. 2024년 또다시 부진했고, 시드를 잃었다. 그러나 2025년 만수정 드림투어 17차전에서 우승했다. 특히 2025년 만수정 KLPGA 드림투어 17차전 당시 1차 연장 끝에 9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포효했다.

장은수가 9일 제주 서귀포시 테디밸리 골프앤리조트에서 열린 KLPGA 투어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뒤 두 팔을 들어 환호하고 있다. KLPGT 제공
장은수가 9일 제주 서귀포시 테디밸리 골프앤리조트에서 열린 KLPGA 투어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뒤 두 팔을 들어 환호하고 있다. KLPGT 제공

 올 시즌은 다르다.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직전까지 16개 대회에 출전해 14차례 컷을 통과했다. 두 차례 톱10에 이름을 올렸고, 6월에는 인카금융 더헤븐 마스터즈에서 단독 2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마침내 이번 대회에서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

 

 장은수는 “처음 드림투어로 갔을 때는 골프를 그만 둬야할까 고민했다. 하지만 상금순위로 다시 정규투어 시드권을 확보할 자신은 있었다”며 “이전보다 골프가 훨씬 좋아졌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고 있었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KLPGA 정규투어에서 처음 우승해서 정말 기쁘다. 데뷔 후 10년 만에 거둔 첫 우승이라 더욱 뜻깊고 기쁜 것 같다”고 전했다.

 

 단숨에 KLPGA 투어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상금을 추가하며 KLPGA 투어 상금랭킹 9위(4억1988만3333원)로 16계단 상승했다.

 

 장은수의 첫 우승은 단순한 1승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수없이 시드를 잃고도 다시 돌아왔고, 정상에 오를 기회를 놓칠 때마다 다시 골프백을 메고 드림투어로 향했다. 10년을 돌아 도착한 곳은 결국 자신이 처음부터 바라보던 자리였다.

 

 장은수는 “아번지, 매니지먼트 대표팀, 코치님 모두 10년 동안 함께하면서 내가 힘들었던 시간을 모두 지켜봐 주셨다”며 “특히 대표님은 좋은 기억보다 힘들고 슬펐던 기억이 더 많았는데 항상 곁에 있어 주셨다. 그동안의 시간이 생각나면서 눈물이 났다”고 다시 한 번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스스로 생각해도 골프를 정말 좋아하는 선수인 것 같다. 투어 10년 차이고 주변에서는 나이가 많다고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앞으로도 오랫동안 골프를 하면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서귀포=권영준 기자 young0708@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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