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프로의 세계구나” 첫 승 절실했던 김현아, 대역전과 함께 웃었다

사진=WPBL 인스타그램 캡처
사진=WPBL 인스타그램 캡처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야구의 오랜 격언이 그대로 들어맞았다. 미국 여자프로야구(WPBL) 보스턴 헌터스가 6점 차 열세를 뒤집고 개막 3경기 만에 첫 승을 거뒀다. 처음 선발 포수 마스크를 쓴 김현아도 두 차례 출루해 모두 홈을 밟으며 힘을 보탰다.

 

보스턴은 9일 미국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 로빈 로버츠 스타디움서 열린 뉴욕 하이츠전에서 9-6으로 이겼다. 개막 2연패를 끊어 시즌 성적 1승2패가 됐다.

 

WPBL 입성 후 처음 선발 포수로 나선 김현아도 어려운 흐름 속에서 안방을 지켰다. 첫 경기 도중 포수를 맡은 적은 있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마스크를 쓴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보스턴은 4회까진 매 이닝 실점하며 0-6으로 밀렸다. 다만 5회 2점을 만회한 뒤 6회 상대 실책을 시작으로 볼넷과 안타를 엮어 7점을 쓸어 담았다. 김현아 역시 두 차례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해 모두 득점했다. 5회 팀의 두 번째 점수(2-6)를 올렸고, 6회엔 만루를 만든 뒤 후속 타선 지원사격에 홈을 밟아 5-6까지 따라붙는 등 쏠쏠한 역할을 해냈다.

 

기다리던 첫 승이라 의미는 더 컸다. 1라운드 전체 4순위로 지명된 김현아는 “높은 순위로 뽑힌 만큼 팀적으로 해야 할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언어나 미국 야구에 아직 적응 중이라 충분히 도움을 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했는데, 오늘 다 같이 승리해 다행이고 감사하다”고 했다.

 

“무리해서 더 잘하려 하기보다 프레이밍이나 블로킹처럼 포수가 마땅히 해내야 할 기본기에 집중해 투수들을 도우려 했다”고 운을 뗀 그는 “내 강점도 확인했지만, 반대로 송구 타이밍 등 보완할 점도 많이 느꼈다”고 돌아봤다.

 

현시점 타격 컨디션을 두곤 “한국에서 하던 접근법과 여기 투수들을 상대하는 방식에 차이가 크다. 공의 끝도 다르고 템포가 빠른 데다 투구폼도 제각각”이라며 “계속 경험하면서 데이터를 쌓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WPBL 중계 캡처
사진=WPBL 중계 캡처

 

이날 반가운 맞대결도 포착됐다. 2회 김현아가 첫 타석에 들어서자 뉴욕 선발투수 김라경이 모자 챙에 손을 대 인사를 건넸다. 2000년생 동갑내기인 둘은 지난해 아시안컵서 한국 대표팀 배터리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김현아는 “WPBL 개막 전후로 그동안 계속 마주쳤던 것과는 확실히 다르더라. 선수로서, 또한 같은 경기장에서 상대팀으로 만나니까 정말 신기했다. 무엇보다 이젠 서로가 서로를 이기기 위해 승부한다는 것이 가장 재미있다”고 미소 지었다. 둘은 세 타석 맞붙었고, 2루수 땅볼과 사구 두 차례가 나왔다.

 

14~15명 안팎의 소규모 로스터로 운영되는 WPBL 특성상 여러 포지션을 두루 준비해야 한다. 김현아 또한 앞선 두 경기서 각각 우익수와 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그는 “불펜 피칭을 비롯해 투수 등 다른 포지션도 계속 준비해 긴장감이 더 있는 상황이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다리에 가해지는 피로도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체력 관리에 더 많이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 무대에 발을 내디딘 후 결과의 무게를 가장 크게 체감하고 있다. 김현아는 “결국 이기고 지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특히 첫 승이 없었던 만큼 압박감도 크게 다가왔다. ‘이게 프로의 세계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낯선 무대서 가장 큰 힘이 되는 건 팬들의 응원일 터. 이 점을 콕 짚은 그는 “한국서 챙겨보기 쉽지 않은데도 응원 메시지를 많이 보내주시고 현지에도 직접 찾아와 주신다”며 “그 응원 덕분에 더 힘내서 야구할 수 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시즌 두 번째 선발 등판에 나선 김라경은 4회까지 1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지만 5회부터 흔들렸다. 5⅓이닝 3피안타 1볼넷 2탈삼진 6실점(4자책점)으로 첫 승은 다음 기회로 미뤘다.

 

사진=WPBL 공식 홈페이지 캡처
사진=WPBL 공식 홈페이지 캡처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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