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꽃이 같은 계절에 피진 않는다. 오랫동안 봉오리만 맺혀 있던 장유호(한화)가 마침내 자신만의 계절을 맞이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개명까지 하며 다져온 절치부심의 시간. ‘장지수’를 지우고 ‘장유호’로 선 마운드에서 그는 화려하게 꽃망울을 터뜨렸다.
5일 현재 장유호는 올 시즌 19경기 등판해 24⅔이닝을 소화하며 2승 0패 2홀드 평균자책점 1.46을 기록하고 있다. 프로 데뷔 이후 가장 많은 경기와 이닝을 책임지고 있음에도 흔들림이 없다. 특히 삼진 17개를 잡는 동안 볼넷은 10개만 허용했다. 9이닝당 볼넷(BB/9) 수치는 3.6개로 안정적이다. 이닝 당 출루허용률(WHIP)도 1.09다. 커리어 최고의 시즌을 보내는 중이다.
구위와 제구 모두 성장했다. 기존 140㎞대 초중반이었던 직구 평균 구속이 리그 평균 이상인 147㎞까지 상승했다. 주무기인 슬라이더 제구까지 안정감을 찾았다. 주자가 있는 위기 상황에서도 집중력을 발휘하며 상대를 압도하고 있다. 불펜 투수 공헌도를 평가하는 세부 지표인 승리 확률 기여도(WPA) 역시 0.61이다. 접전 상황마다 팀 승리를 지켜냈다는 뜻이다.
상상하기 힘든 반전이다. 장유호는 한화 이적 이후 첫 시즌이었던 2024년 13경기에 나와 평균자책점 10.93(14이닝 17자책점)으로 고전했다. 2025시즌에는 퓨처스리그(2군) 평균자책점이 6점대에 머무르며 단 한 번도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다.
그렇게 팬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는 듯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결단을 내렸다. 본명 장지수에서 장유호로 개명도 했다. 야구 인생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기회는 한화 불펜의 부진 속에서 찾아왔다. 개막 초반 불펜진 평균자책점이 6.32로 리그 최하위에 그쳤다. 5월 들어 이상규와 이민우가 분전했지만 불펜 전체의 기복은 이어졌다. 결국 한화는 지난 6월5일 김종수를 2군으로 내리고 장유호를 1군으로 콜업했다.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6월 6경기서 1승 0패 평균자책점 3.24(8⅓이닝 3자책점)를 기록하며 안정적으로 1군에 연착륙했다. 7월 들어 피칭은 완벽에 가까워졌다. 7일 대전 NC전(1⅓이닝 1실점) 단 한 경기를 제외하고 한 점도 주지 않았다. 7월16일 대전 키움전부터 지난 4일 대구 삼성전까지 10경기 연속 무실점 투구를 펼치고 있다.
한화는 후반기 7승 9패(승률 0.438)로 주춤하고 있다. 이 기간 불펜진 평균자책점은 6.56으로 10개 구단 중 8위. 리그 하위권이다. 반등을 위해선 불펜진들의 활약이 절실하다. 장유호를 제외하면 믿을만한 투수는 박상원(9경기 9⅓이닝 3자책점) 뿐이다. 트레이드로 영입한 이형범은 2군으로 내려갔고, 이민우, 조동욱, 이상규 모두 평균자책점이 7점대 이상이다. 장유호의 어깨가 절대적으로 무거운 이유다.
가을야구 티켓을 향한 싸움은 치열하다. 한화는 현재 6위(47승 3무 49패)를 달리고 있다. 포스트시즌 진출 마지노선인 5위 KIA(52승 2무 46패)와 격차는 4경기 차다. 추격의 고삐를 당겨야 하는 시점이다. 결국 승부처에서 믿고 마운드를 맡길 투수는 장유호 뿐이다. 그가 후반기 한화의 마운드를 얼마나 지켜내느냐에 5위 추격의 성패가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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