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년 만에 되살아난 미국여자프로야구(WPBL) 무대서 첫 ‘코리안 더비’가 펼쳐졌다.
불과 며칠 전까지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동고동락했던 두 선수의 맞대결이다. 박주아(샌프란시스코 파이어벨스)는 적시타 두 방으로 대승을 이끌었고, 김현아(보스턴 헌터스)도 두 차례 출루를 모두 득점으로 연결하며 맞섰다.
박주아는 3일 미국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 로빈 로버츠 스타디움서 열린 2026 WPBL 보스턴전에서 9번타자 겸 3루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 1볼넷 2타점 1득점을 써냈다. 샌프란시스코는 장단 15안타를 몰아쳐 11-3으로 이기고 시즌 첫 승을 올렸다.
국가대표팀에서는 유격수를 맡았지만 이날은 3루를 지켰다. 샌프란시스코의 유격수로는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의 조엘리 레기사몬이 선발 출전했다. 이날 보스턴의 안방은 미국 국가대표팀 포수로 활약했던 베스 그린우드가 지켰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포수로 전향한 김현아는 WPBL 입성 후 첫 경기에서 외야 수비를 책임졌다.
먼저 박주아의 방망이가 첫 타석부터 매섭게 돌았다. 1-0으로 앞선 2회초 1사 2, 3루에서 0볼-2스트라이크로 몰리고도 좌전 적시타를 때려냈다. 한국 선수의 WPBL 첫 안타이자 첫 타점이었다. 3회초에는 무사 2, 3루에서 중견수 키를 넘기는 적시 2루타를 터뜨렸다.
이어 후속 타자의 희생플라이 때 홈까지 밟으며 샌프란시스코의 7득점 빅이닝에 힘을 보탰다. 4회 잘 맞은 타구는 상대 중견수의 다이빙 캐치에 걸렸지만, 6회 볼넷을 골라 세 차례 출루를 완성했다.
김현아는 안타 없이도 두 번 홈을 밟으며 맞불을 놓았다. 주포지션인 포수가 아닌 5번타자 겸 우익수로 나서 2타수 무안타 1볼넷 2득점을 올렸다. 0-3으로 뒤진 2회말 선두타자로 볼넷을 얻은 뒤 후속 안타 때 보스턴의 첫 득점을 책임졌다.
4회말에는 유격수 실책으로 살아나 3루까지 진루한 뒤 상대 투수의 보크 때 다시 홈을 밟았다. 두 차례 잡은 출루 기회를 모두 득점으로 바꿨다.
두 선수는 지난해 11월 WPBL 드래프트를 통해 미국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김현아는 전체 4순위이자 포수 자원들 중 가장 먼저 호명됐고, 박주아는 2라운드 33순위로 샌프란시스코의 선택을 받았다. 지난달 미국 록퍼드서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여자야구 월드컵 그룹스테이지를 소화한 뒤 곧장 소속팀으로 합류했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호흡하고, 경쟁한다. 두 선수 모두 출국 전부터 낯선 환경에 빠르게 녹아드는 것을 과제로 꼽은 바 있다. 당시 박주아는 “한국에서 통했던 포지션이나 역할이 미국에서도 필요할지는 현지에서 부딪혀 봐야 한다”며 “정해진 유형을 고집하기보다 팀이 원하는 모습에 빠르게 적응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현아는 ‘설렘’ 모드로 이날만을 기다려왔다. 우려보다 기대가 크다고 했을 정도다. 그러면서 당찬 출사표를 꺼냈다. 그는 “결국 모두 똑같이 야구하는 사람들이고, 나 역시 많은 지원자 가운데 뽑힌 선수”라며 “가서 내가 준비한 야구를 하면 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전날 개막전에서는 김라경(뉴욕 하이츠)이 로스앤젤레스(LA) 퀸즈를 상대로 뜻깊은 선발 등판을 마쳤다. 세계 무대에 나란히 선 세 선수가 한국 여자야구의 저력을 어디까지 보여줄지 기대가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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