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는 콘텐츠, 시급한 IP 보호] "내가 찍은 광고 아닌데"…AI 도용 확산에 스타들도 골머리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해 이지혜 얼굴을 도용한 광고 영상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해 이지혜 얼굴을 도용한 광고 영상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일상 속으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스타의 얼굴과 목소리, 말투까지 손쉽게 복제하는 시대가 열렸다. 초상과 음성을 포함한 새로운 형태의 인격 기반 IP 침해가 산업 전체의 신뢰도를 흔드는 가운데 정부와 엔터테인먼트 업계 또한 본격적인 보호 체계 구축에 나섰다. 

 

◆이지혜, 김희철도 당했다…“무섭고 충격”

 

방송인 이지혜는 지난 6월 SNS를 통해 자신이 출연한 것처럼 제작된 광고 영상을 공개하며 “제가 찍은 광고가 아니다”라며 “절대 저 링크로 들어가서 구입하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영상 속에는 이지혜와 똑같이 생긴 인물이 고구마 말랭이를 먹거나 속옷 제품을 홍보하는 등의 모습이 담겼다. 연예계 동료인 코요태 신지는 이를 보고 실제로 이지혜가 광고하는 영상으로 착각해 속옷을 구매했다고 고백했다. 신지는 “너무 충격적”이라며 “나처럼 혹해서 사는 사람들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토로했다.

 

슈퍼주니어 김희철 또한 최근 “저와 침착맨이 함께 도박 사이트 광고를 하는 영상이 돌아다녔다. 얼굴뿐 아니라 제 목소리까지 똑같이 만들어놨더라”라며 “너무 무서워서 회사에 바로 신고했다”고 딥페이크 피해 사실을 고백했다. 앞서 방송인 유재석, 홍진경, 송은이와 배우 이정재, 정호연 등도 유사한 사칭 광고 피해를 호소한 바 있다. 

 

방송인 유재석을 AI로 불법 합성한 광고
방송인 유재석을 AI로 불법 합성한 광고

 

최근 몇 년간 온라인에서는 스타의 얼굴과 목소리를 합성한 가짜 영상이 잇따라 유포돼 연예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과거엔 사진을 무단 도용하거나 유료 화보를 불법 복제하는 수준에 그쳤다면 이제는 AI가 아티스트의 초상, 음성, 제스처 등 고유의 정체성을 학습한 뒤 오남용하는 신종 범죄 형태로 진화했다. 

 

AI 음성 기술을 활용해 실제 연예인이 말하는 것처럼 꾸민 투자 권유 영상이나 상품 홍보 콘텐츠를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심지어 성적 합성물 제작까지 이용된다. 또 AI가 가수의 음색을 학습해 신곡을 만들거나 기존 노래를 다른 목소리로 재현하는 사례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이용자들은 진위를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고, 해당 연예인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얼굴과 목소리가 도용돼 피해를 보고 있다. 기술 발전으로 제작 비용과 시간이 크게 줄면서 누구나 손쉽게 유명인의 얼굴과 목소리를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AI 신뢰 기술 전문기업 메타크라우드가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현업 크리에이터 10명 중 6명(60.9%)이 AI로 인해 콘텐츠 무단 복제 등 침해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서사·초상·음성 등 창작 요소가 통째로 복제되는 신종 침해다. 이같은 피해는 크리에이터 개인을 넘어 미디어 생태계 전반을 교란한다는 지적이다. 

 

◆정부·업계, IP 침해 원천 차단 나섰다

 

초상과 음성을 포함한 인격 기반 IP 침해가 K-콘텐츠 산업 전체의 신뢰도를 흔드는 위협으로 떠오르자 정부와 업계는 본격적인 보호 체계 구축에 나섰다. 지난 6월에는 지식재산처와 국내 주요 5개 연예기획사(CJ ENM·하이브·JYP엔터테인먼트·SM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가 참여한 민관 협의체 퍼블리시티권 보호 협의체가 발족했다. K-컬처 확산과 함께 증가하는 퍼블리시티권 침해와 K-굿즈 침해에 신속하고 실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꾸려졌다. 

 

유명 아이돌 그룹 등의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한 위조상품 판매점 모습. 사진=지식재산처 제공
유명 아이돌 그룹 등의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한 위조상품 판매점 모습. 사진=지식재산처 제공

 

퍼블리시티권은 유명인의 초성이나 성명 등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다. 온라인에서는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한 콘텐츠가 짧은 시간 안에 광범위하게 퍼질 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위조 굿즈 유통이 반복되고 있어 개별 소속사나 정부 단독으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협의체는 정례 운영을 통해 실제 퍼블리시티권 침해 사례와 정보를 공유하면서 신속한 행정조사와 단속을 연계하는 동시에 실효성 제고와 AI 침해 대응을 위한 제도 개선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김용선 지식재산처장은 “퍼블리시티권과 K-굿즈 보호는 콘텐츠 산업의 정당한 가치를 존중하고 보호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연예계도 자체 대응에 나섰다.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는 한국디지털디엔에이센터와 함께 연예인들의 불법 콘텐츠 차단을 위한 디지털 DNA 사업을 공동 추진 중이다. 디지털 DNA는 특정 인물의 얼굴·음성·제스처 등 고유의 정보를 AI·VFX(시각특수효과)·보안 기술로 추출해 공식 디지털 신원 형태로 등록·보관하고, 해당 정보의 사용과 유통을 실시간 추적·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연예인의 초상 및 음성이 무단 합성에 활용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연매협은 “피해가 발생한 뒤 삭제 요청을 하는 방식으로는 AI 조작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며 “업계 공동으로 동의하는 사전 등록 기반의 공식 표준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플랫폼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특히 최근 정보통신망법이 개정된 만큼 제도 시행 이후의 실질적 이행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AI로 제작된 허위 광고나 딥페이크 영상이 플랫폼을 통해 확산하는 상황에서 개정법은 온라인상 불법·유해정보의 유통에 대해 플랫폼 사업자의 관리·조치 의무를 보다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결국 플랫폼의 자율 규제 이행이 얼마나 자리 잡느냐에 따라 AI 기반 인격권 침해 대응의 성패도 갈릴 것으로 보인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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