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들의 쇼핑몰’이 시즌2로 돌아왔다. 2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조카 정지안을 지키기 위한 삼촌 정진만의 마음은 변함없었다. 인물이 뿜어내는 묵직함도 그대로다. 배우 이동욱에게도 정진만의 얼굴이 자연스레 겹쳐 보였다. 심드렁함으로 포장하려 하지만 대쪽 같은 소신과 일관된 성향이 묘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볼수록 빠져드는 ‘안정형 배우’ 이동욱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디즈니 플러스 ‘킬러들의 쇼핑몰’ 시즌2가 지난달 22일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이번 시즌은 혹독한 인수인계를 마치고 쇼핑몰의 새로운 대표가 된 지안(김혜준)이 살아 돌아온 진만(이동욱)과 함께 바빌론 세력에 맞서 본격적인 반격을 그려낸다. 최근 ‘킬러들의 쇼핑몰’ 공개를 맞아 인터뷰를 진행한 이동욱은 “첫 편을 뛰어넘는 속편이 나오기 어려운 건 그 강렬한 기억을 뛰어넘기 어려워서인데, 커진 스케일과 다양한 적의 등장을 새롭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든든한 버팀목, 불변의 정진만
2년의 기다림 끝에 다시 돌아왔다. 그는 ”정진만을 다시 연기할 수 있어 좋았다”고 복귀 소감을 밝혔다. 시즌2의 시작은 죽은 줄 알았던 정진만의 부활이다. 지난 시즌, 정지안이 홀로 고군분투하고 있을 때 ‘과연 정진만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라는 의문에 대한 답이다. 이동욱은 “생각해보면, 결국 베일을 끝내야 이 싸움이 끝난다. 베일과 계속 싸우고 있었을 정진만에 대한 이야기다. 구체적으로 진만이 뭘 했는지 화면으로 보여드릴 수 있어 시청자의 궁금증이 해소될 거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2년의 텀을 두고 다시 정진만의 옷을 입었다. 걱정이 앞섰지만, 현장에 가니 자연스럽게 정진만이 되어 있었다. “인간은 역시 적응의 동물인가 싶었다”는 이동욱은 “액션도 특별한 비법은 없었다. 첫 번째 원칙은 무조건 ‘안전’이었다. 그리고 액션에는 왕도가 없다는 판단 아래 끊임없이 반복해서 연습했다”고 준비 과정을 전했다.
츤데레 삼촌과 툴툴대는 조카, 기묘한 둘의 관계성이 극의 매력을 더한다. 이동욱은 “‘킬러들의 쇼핑몰’은 정지안이 이끌어가는 작품이다. 이번 시즌 역시 혜준 배우가 짊어지고 가야 하는 부담이 큰 작품이기에 나는 곁에서 잘 도우며 촬영에 임했다”고 말했다. 그는 “시즌1에 비해 한층 성숙해지고 숙련된 모습이 보였다. 무게감이 적지 않았을 텐데 투정 한번 없이 덤덤하게 나아가더라. 기특하고 대견했다”라고 칭찬했다.
2024년 공개된 시즌1은 그해 뉴욕타임스 선정 ‘최고의 인터내셔널 TV쇼’에 오른 바 있다. 시즌제 출연을 결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시즌2 할 거야?’라는 제작진의 물음에 긍정의 답변을 내놨다. 제작진은 대본 작업에 착수했고, 이동욱은 정진만이 되기 위해 증량했다.
평소보다 8㎏ 가량 몸을 불렸다. 용병 출신 킬러, 지안이의 든든한 버팀목이라는 설정에 맞춰가는 과정이었다. 심지어 시즌2는 첫 에피소드부터 상반신 노출로 시작된다. “증량을 안 할 수 없었다”고 웃어 보인 이동욱은 “시즌1과 동일하게 맞춰야 했기에 3~4개월 동안 하루에 네 끼 이상씩 단백질 위주의 식단을 챙겼다. 운동량과 강도도 평소보다 높였다”고 노력을 전했다.
달라진 점은 없다. 새로운 정진만의 모습을 그리기 보단 ‘정진만’이라는 인물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캐릭터의 중심이 흔들리지 않아야 어떤 위기가 닥쳐도 믿음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든든한 버팀목처럼 캐릭터의 무게감을 가져가는 것이 핵심이었다”라고 강조했다.
◆반격의 시즌2…스케일 더 커졌다
이동욱은 유독 칭찬을 낯부끄러워 했다. 다소 심드렁한 답변을 내놓고도 이내 자신만의 해석과 이유를 설명하며 풍성한 인터뷰를 만들었다. 겸손하게 답했지만, 이동욱이 구현한 정진만은 눈 앞에 보이지 않아도 든든하게 아군을 지키는 버팀목이다. 묵묵히 정지안의 뒤를 지키고 머더헬프의 정신적 지주가 된다. 파리한 얼굴로 바빌론 일당을 척척 처단해가는 모습으로 짜릿한 쾌감을 안기는 인물이다.
셀프 칭찬을 부탁하자 곤란한듯 웃어보인 그는 “자칫 단편적일 수 있었던 정진만 캐릭터를 글에 적힌 것보다 조금 더 멋지게 살려내지 않았나 싶다”고 웃어 보이며 “CG팀도 워낙 잘해주셨다”고 다시 공을 돌렸다. 이어 “정진만의 최종 목표는 ‘정지안의 안전’이다. 살갑게 표현하지 않지만, 그것이 정진만만의 사랑 표현 방식이다. 그런 뚝심 있는 모습에서 오는 매력을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고 짐작했다.
시즌1에서 정지안과 정진만의 서사를 쌓았다면, 시즌2에서는 바빌론을 상대로 본격적인 반격을 시작한다. 새 시즌은 작품 세계관을 글로벌로 넓혔다. 일본 배우 오카다 마사키, 재일동포 배우 현리 등이 지안과 진만을 노리는 바빌론 동아시아지부 세력으로 합류해 힘을 보탰다. 새로운 적이 등장하고 스케일은 더 커졌다. 전편을 넘는 속편을 기대하게 만든다.
그는 “시즌제 작품에 중간 합류하는 것에 대해 부담감이 있으셨을 텐데 (배우들이) 정말 철저하게 준비해왔더라. 촬영 수개월 전부터 액션 연습에 매진한 배우들의 노력이 있었고, 나는 현장에서 그분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라고 겸손한 답변을 내놨다.
기존 배우들과 합을 맞췄다면, 합류한 배우들과의 액션 합도 중요한 부분이었다. 이동욱은 “액션은 결국 감정의 교류”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베일을 상대할 때는 ‘네가 죽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는 생각으로 죽을 힘을 다해 싸운다. 반면 적당히 방어하는 액션도 있다. 그는 “상황에 따라 액션의 깊이와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에 연기하면 할수록 점점 더 어려워진다”면서 “예전에는 단순히 동작을 외워서 합을 맞췄다면, 이제는 상대 배우와 합을 맞추면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교류하게 된다”고 변화를 짚었다.
온라인 상에서는 ‘건드리면 안 되는 세 사람’으로 영화 ‘테이큰’의 리암 니슨의 딸, ‘아저씨’ 원빈의 옆집 꼬마, 그리고 ‘킬러들의 쇼핑몰’의 정진만 조카를 꼽을 정도다. 지안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거는 정진만과 팀 ‘머더헬프’를 본 이들이라면 고개를 끄덕일만 하다.
머더헬프의 구성원과의 관계성은 시즌1의 연장선으로 그려진다. 신뢰 이상의 끈끈한 유대감은 극 중에서도, 촬영에 임하는 배우들에게도 존재했다. 머더헬프의 리더 정진만이 그렇듯 촬영장에서 선배 이동욱의 책임감도 단단했다.
이동욱은 “정진만은 책임을 지는 캐릭터다. 조카의 안위를 첫 번째로 두고, 동료의 동생을 데려오고, 믿음직한 동료 파신과 쇼핑몰을 꾸려간다. 이 모든 게 책임감에서 나온 캐릭터”라며 “이러한 신뢰 속에서 정진만이라는 캐릭터가 빛을 발했고, 그렇기에 거대한 적에 맞서 싸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해석했다. 이어 “현장에서 내가 제일 늙고 선배이다 보니 배우들을 더 알려야겠다는 책임감이 컸다”고 말했다. 김혜준에게도 늘 해온 이야기다.
머더헬프의 구성원들은 ‘킬러들의 쇼핑몰’의 출연으로 글로벌 인지도를 쌓았다. 재회한 이들에 대해서는 ”성장한 그들이 변하지 않고 돌아와서 정말 기쁘고 뿌듯하다. 작품을 통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좋은 배우들이 대중에게 각인되고, 지금도 끊임없이 작품을 찍고 있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 참 좋다. 오히려 건강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바빠서 기쁘다. 감독님께서 적재적소에 캐스팅을 정말 잘해주신 것 같다”고 애정을 보였다.
◆28년 차, 안정형 배우 이동욱
특유의 깔끔하고 지략적인 액션 스타일로 극의 분위기를 휘어잡는다. 이 또한 감독의 주문이라며 공을 돌린 이동욱은 “정진만의 액션은 총을 쏘는 것도 게임 캐릭터처럼 깔끔하다. 무력이 최정점이라기보다는, 베일이나 새로운 캐릭터들에 맞서 지략과 지혜를 발휘하는 인물”이라며 “힘 대 힘으로만 싸움을 끝낼 수 없다는 점을 활용한 설정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죽음을 위장한 시즌1에 이어 시즌2 초반에도 베일로 위장한 정진만의 모습이 그려진다. 덕분에 이동욱의 비중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이동욱은 “비중은 시즌1과 비슷하다. 늘 말하듯 이 작품의 진짜 주인공은 정지안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작품을 선택할 때 분량을 기준으로 두진 않는다. ‘킬러들의 쇼핑몰’의 정진만도 지금 정도의 분량이 적절하다는 생각이다. 정진만은 모든 사건의 시작점이자 정지안을 지키기 위한 핵심축이기에 비중은 적어도 시청자의 뇌리에 강하게 각인되어 있다.
이동욱은 “‘타인은 지옥이다’ 때도 출연 분량을 합치면 1시간 정도라고 하더라. 분량 보다는 캐릭터를 제대로 표현해서 시청자에게 깊게 각인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내 “올해로 연기 28년 차인데, 언제까지 분량 욕심을 내는 것도 염치없지 않나 싶다”며 머쓱하게 웃어보였다.
1999년 데뷔해 올해로 28년 차 배우다. 뒤늦게 예능에서 활약하고 있는 그는 ‘마이걸’, ‘도깨비’, ‘배드 앤 크레이지’, ‘구미호뎐’ 등 매 작품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하며 대표작을 갈아치우고 있다. 기복 없는 배우 활동도 ‘이동욱스러운’ 성격이 뒷받침한다. 그는 “만일 감정에 깊이 파묻히는 성격이었다면 수많은 실패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라며 “부침을 겪을 때마다 ‘결국 나를 깨우는 건 내가 스스로 움직이는 방법밖에 없다’는 생각을 한다. 직접 부딪히려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주연배우로서 흥행이나 성과적인 측면의 책임감도 있다. 하지만 매몰되지 않으려 다시 몸을 움직인다. “매일 루틴처럼 운동하고, 다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한 이동욱은 “누워만 있으면 뭐 하나. 늙기나 하지”라고 푸념 섞인 고백을 내뱉었다. 그는 “기회가 주어졌을 때 성실하게 열심히 사는 것이 의미 있는 인생”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배우로서 언제나 도전을 꿈꾼다. 아직 경험하지 않은 캐릭터와 장르를 선호하는 편이다. 그런 의미에서 ‘킬러들의 쇼핑몰’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는 “늘 염두에 두는 건 ‘안 해본 것’이라 당분간 액션은 하지 않을 것 같다”며 “아직 본격적인 수사물, 정치 드라마 등의 경험도 없다.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라고 말했다.
한편 반환점을 돈 ‘킬러들의 쇼핑몰’ 시즌2는 오는 5일 5, 6회가 공개되면 12일 7, 8회 공개로 막을 내린다. 시즌2의 키워드로 ‘반격’을 꼽은 이동욱은 “놀이기구에 탄 마음으로 몸을 맡긴 채 신나게 즐겨주시기 바란다. 위기를 헤쳐나가는 정진만과 정지안의 모습을 기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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