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바보’ 주상욱의 변…“비열한 주강찬도 부성애 있었죠”[스타★톡톡]

배우 주상욱. HB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주상욱. HB엔터테인먼트 제공

실장님 전문 배우 주상욱이 대표님으로 승진했다. 정장은 그대로인데, 눈빛은 달라졌다. 첫 악역 도전을 대성공으로 마무리한 그에게 ‘김부장’은 또 한 번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주상욱은 “이 정도 반응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13%만 나와도 좋겠다고 생각하며 시청률 공약을 언급한 건데, 단 2회 만에 돌파해서 모두 ‘이게 무슨 일이지?’ 싶었다”고 특유의 쿨한 웃음을 보였다. ‘김부장’을 향한 대중의 지지와 사랑에 감사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달 25일 막을 내린 ‘김부장’은 최종회 23%(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에 순간 최고 27.1%까지 치솟았다. 1회부터 최종회까지 본 방송과 재방송을 아우른 누적 TV 시청자 수는 2563만 8593명, 전국 누적 도달률은 52.56%를 나타냈다. 인구의 절반이 ‘김부장’을 시청했다는 의미다.

 

‘김부장’의 인기를 몸소 체험하고 있다는 그는 “보는 관점은 다를 수 있지만, 드라마나 영화는 일단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어야 한다. 작품성이나 메시지도 좋지만 기본적으로 재미가 있으니 인기를 얻은 것 같다”며 “캐릭터가 뚜렷하고, 화끈하고 명쾌한 메시지를 전해주는 점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고 김부장 인기 이유를 꼽았다. 

 

배우 주상욱. HB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주상욱. HB엔터테인먼트 제공

◆첫 악역 도전, 주강찬의 어긋난 부성애

 

극 중 주강찬은 용역 깡패로 시작해 건설사 대표가 된 밑바닥의 전설이다. 학교 폭력 가해자인 딸을 재력과 무력으로 보호한다. 타인에게는 가차 없고 적에게는 가혹하지만 딸 앞에서는 누구보다 다정한 아빠다. 딸의 잘못을 덮기 위해 민지(서수민)를 납치하면서 숨겨진 김부장의 본성을 깨웠다. 

 

주상욱은 “주강찬은 예전 같으면 식당에 가도 밥을 못 먹을 정도로 악역인데 비열하기까지 한 인물”이라고 해석했다. 분노가 폭발한 김부장을 상대로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얻어터졌다. 이 모습조차 시청자들은 환호했다. 그는 “너무 나쁜 놈인데도 많은 사랑을 보내주더라. 드라마는 드라마로, 현실은 현실로 잘 구분해 주셔서 더욱 감사하다”고 했다.

‘실장님 전문 배우’ 주상욱의 첫 악역 도전이었다. 그는 “누가 봐도 악역처럼 생긴 사람보다는, 그렇지 않아 보이는 사람이 악역을 연기할 때 더 신선하게 다가갔을 것 같다”라고 인기의 이유를 짐작했다. 

 

첫 등장신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화상의 흔적으로 뒤덮인 상반신을 노출하는 사우나 신이었다. “촬영 초반이라 어색함도 있었지만 생각보다 잘 나온 것 같아 만족스럽다”면서도 “그 장면이 냉탕에서 촬영됐다는 점은 치명적이었다. 정말 대박이었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이어 “‘컷’하면 온탕으로 넘어가며 3시간 정도 찍었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나는 그나마 젊으니까 나았는데, 심 의원(김경룡)님은 덜덜덜 떨며 촬영했다”고 웃음을 터트렸다. 

 

평소에도 운동은 해왔지만 3개월이라는 준비 기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그동안 식단을 조절하며 하루에 운동을 두 번씩 했다. 술도 끊었다. 술자리에서 물만 마신 건 생전 처음이라 주변에서 꼴 보기 싫다고 할 정도였다면서 “한 달 동안 열심히 하니 체지방률이 18% 대에서 12%대까지 빠졌다. 체중은 78kg이었는데 촬영 당일에는 71kg까지 감량했다”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배우 주상욱. HB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주상욱. HB엔터테인먼트 제공

주강찬 캐릭터는 악행과 부성애, 두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었다. 그는 “극 중 모든 아버지가 각별한 부성애를 가졌다고 생각했다. 주강찬도 마찬가지다. 방식이 잘못되었을 뿐 딸을 사랑하고 딸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는 아버지였다. 짓밟히고 자존심이 무너져 끝까지 치달았을 뿐 시작은 딸을 위한 마음이었다”라고 해석했다. 

 

철저히 비현실을 염두에 두고 연기했다. “나 역시 딸을 키우는 입장에서 주강찬의 행동을 공감할 수는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현실에서는 아무리 딸을 사랑하더라도 이런 방식은 말이 안 된다. 어디까지나 드라마 속 캐릭터로만 이해하려고 노력했다”고 부연했다. 

 

‘아빠한테 말하지, 죽여줄 수 있는데’라는 대사를 보면서는 ‘좀 맞아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고. 그는 “대사가 너무 심한 거 아닌가, 정말 제정신이 아니구나 생각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가도 맞을 빌미를 제공해준 대사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민지의 죽음을 확인했는지 묻는 대사도 마찬가지다. 주강찬의 소시오패스적인 성향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대사였다.  

 

실제로도 지독한 딸 바보다. 딸을 떠올리는 얼굴에선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딸에게는 드라마를 보여주지 않고 있고, 15세가 넘어가도 가급적 안 봤으면 한다. 반면 아내(차예련)는 너무 좋아해 주고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준다. 금요일과 토요일은 온 가족이 모여 드라마를 봤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딸이) 너무 예쁘고 귀엽다. 학교에 갈 때도 데려다주고, 잘 때도 나와 자려 한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이내 “딸의 사춘기는 상상하고 싶지 않다. 다들 얼마 안 남았다고 이야기하는데, 상상만 해도 울컥한다. 아빠가 하기 나름이 아닐까”라고 딸바보의 면모를 드러냈다. 

 

김부장(소지섭)에게 철저히 처단당하는 7화 액션신은 시즌1의 하이라이트다. 주상욱은 “원래 대본에는 서로 주고받으며 싸우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주강찬이 그동안 쌓아온 서사가 있기 때문에 이쯤에선 일방적으로 맞아줘야 보는 사람들이 통쾌함을 느낀 것이란 감독님의 조언이 있었다. 나도 동의했다”고 말했다.

 

“그렇게까지 맞아본 건 처음이었고, 앞으로도 처음이자 마지막이지 않을까 싶다”라고 돌아본 그는 “방송에서는 6~7분 정도 나오는 장면인데, 그날 온종일 촬영했다. 네모난 방을 한 바퀴 돌아 맞으며 나가는데, 아무리 찍어도 끝이 안 나더라”라고 말했다. 고생한 덕분에 명장면이 탄생했다. 고속 촬영과 슬로 모션 등을 활용해 보는 재미도 있었다.

 

배우 주상욱. HB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주상욱. HB엔터테인먼트 제공

◆30년 연기인생, 두 번째 터닝포인트

 

주상욱은 대한민국 대표 실장님 전문 배우다. “실장 전문 배우에서 시작해 대표, 이제는 회장까지 왔다. 결국 직급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껄껄 웃었다. 늘 정장을 입었고, 지겹도록 들은 이야기지만 사극을 해도 왕이나 왕자, 현대극에서는 또 회장 역할을 맡는 편이다.

 

그러나 연차가 쌓이며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도, 캐릭터에 관한 생각도 변해갔다. 이전엔 분량이나 포지션에 신경 썼다면, 이젠 캐릭터가 가진 힘과 표현력에 관한 고민이 더 많아졌다. 직책보다는 캐릭터 자체의 매력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는 “아마 다음에도 사장이나 회장 역할이 들어오지 않을까 싶다”고 쿨하게 인정하면서도 “정장이 나와 잘 어울리고 체형도 더 돋보이게 해줘서 개인적으로는 좋다. 앞으로도 정장을 계속 입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히트작을 만났다. 아저씨들이 빚어낸  ‘김부장 신드롬’에 방송가가 들썩였다. 처절한 최후를 맞이한 주상욱 역시 10부작이 더 짧게 느껴졌다. 그는 “고생하며 촬영한 것에 비해 금방 끝난 기분이다. 한 50부작은 해야 했나 싶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범죄도시’처럼 ‘김부장’ 시리즈도 새로운 빌런들이 등장하며 계속 이어지면 좋겠다”고 바랐다. 

방송 초반부터 긍정 검토되고 있는 시즌2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원작 웹툰의 다음 내용이 남아있으니 시즌2는 분명히 제작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조심스럽게 추측하며 “원작에서 주강찬은 이미 세력을 잃고 사라진 인물이라, 시즌2에 다시 등장하면 시청자분들이 질려 하실 것 같다. 7회에서 크게 맞고 9, 10회까지 역할을 다했으니 주강찬은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게 맞다”고 쿨한 작별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감독님이 ‘점 찍고 쌍둥이 동생으로 나오라’며 카메오 제안을 주시기도 했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곧 데뷔 30년 차의 베테랑이다. 1998년에 데뷔했지만 10년 가까이 무명으로 지낸 그는 군 복무 후 본격적인 연기 활동을 시작해 ‘자이언트’ 이후 쉼 없이 활동했다. 현장에서는 최고참 선배로서의 책임감도 느낀다.  

 

현장이 주는 에너지는 여전히 주상욱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다. 그는 “현장은 절대 질리지 않는다. 매번 새롭고 즐겁다”면서 “현장이 주는 에너지로 인해 더 젊게 살 수 있다고 느낀다. 앞으로도 그 에너지를 발산하고 싶다”고 말했다. 

배우 주상욱. HB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주상욱. HB엔터테인먼트 제공

‘꼴 보기 싫은 악역’ 주강찬을 향한 시청자들의 응원과 사랑이 작품 내내 큰 힘으로 다가왔다. 악역으로 큰 사랑을 받았지만, 또 악역을 해야 한다는 부담을 가지진 않는다. 바란다면 무게감 있는 장르물이나 판타지물에 도전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로맨틱 코미디는 많이 해봤으니 진지한 역할을 해보고 싶다. 액션이라면 이번엔 맞았으니 다음엔 때리고 휘두르는 강력한 액션을 해보고 싶다”고 바랐다.

 

‘김부장’ 제작발표회에서 이승영 감독은 “배우 주상욱은 ‘김부장’ 전과 후로 나뉠 것”이라고 자신했다. 첫 악역에 도전하는 그가 그만큼 역할을 잘해냈다는 의미다. 주상욱은 머쓱해 하면서도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자이언트’(2010) 이후로 또 한 번 터닝포인트가 온 것 같다. 다음에 어떤 작품에 들어갈지 모르겠지만, ‘김부장’ 전과 후가 나뉠 것이란 확신은 든다”라고 기분 좋은 전망을 내놨다. 이어 “배우로서의 행보가 한층 넓어질 거란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차기작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늘 좋은 배우로 남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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