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다이아몬드④] 프로의 길 열렸다지만…좁디 좁은 여자야구 사다리

사진=한국여자야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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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의 꿈? 꿈이라도 꿀 수 있었으면….”

 

분야를 막론하고 개척자는 외롭다.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을 홀로 걷는 기분일 터. 여자야구도 예외는 아니다. 괄목할만한 성장을 빚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꾸준히 규모를 키우고 있다. 2026년 현재 여자야구연맹엔 49개의 팀, 약 1200명의 선수가 등록돼 있다. 두터워지는 선수층만큼 국제대회에서의 경쟁력이 커지고 있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아쉽게도 현실은 여전히 녹록치 않다. 가능성과 한계 사이에서 느낌표와 물음표를 반복하고 있다.

 

가파른 상승곡선, 겉으로 드러난 숫자에 취해선 안 된다. 이면엔 어두운 그림자가 존재한다. “여자야구가 밥 먹여주느냐”는 질문에 확실한 답을 내리기 어렵다. 70년 만에 미국 여자프로야구리그(WPBL)가 다시 문을 열었지만, 이제 막 첫걸음을 뗐을 뿐이다. 시스템적으로 불안정한 상황. 당장 다음을 장담할 수 없다. 세계 유일의 여자프로야구리그였던 일본 여자프로야구(JWBL)도 2009년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인기 하락과 재정난으로 2021년 사실상 폐지됐다.

 

사진=한국여자야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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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프로 타이틀을 단 이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포수 김현아(보스턴 헌터스) 역시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다. 김현아는 지난 WPBL 드래프트서 한국 선수 중 가장 먼저 이름이 불렸다. 1라운드 4순위로 선택을 받았다. 그럼에도 “WPBL에 지명됐다고 해서 안정적인 직업을 얻었거나, 앞으로의 생계 걱정이 모두 사라진 건 아니다. 리그가 열리지 않는 기간에 다른 직장에 취업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 고민은 남아있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실력 있는 선수들조차 이러한 실정인데, 아마추어 쪽은 훨씬 더 심각하다. 야구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기본적으로 여자야구는 아직 엘리트 체육 종목이 아니다. 직장인뿐 아니라 중·고등학생 선수들도 야구를 하기 위해선 학교가 아닌, 클럽으로 가야 한다. 훈련은커녕 대회에 나가려 해도 출석이나 공결 처리가 되지 않는다. 대학 입시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리틀야구서 두각을 보여도 선수 생활을 이어나갈 엘리트 코스 자체가 없다.

 

사진=한국여자야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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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라서 한참 밀려있는 것은 물론이다. 제한된 시설, 그마저도 남자 야구가 우선이다. 대표팀조차 전용 훈련장을 갖고 있지 않다. 때마다 구장을 대관해 사용해야 한다. 한국여자연맹 관계자는 “훈련장을 구하지 못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연습하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어렵게 확보를 했다 하더라도 수준이 크게 떨어진다. 박철영 여자야구 대표팀 감독은 “실제 국제대회가 열리는 곳에 가면 놀라는 선수들이 많다. 안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실의 벽 앞에서 꿈을 접는 이들이 많다. 대표팀만 하더라도 상당수가 중도에 포기했다. 박 감독은 “여자야구 대표팀은 선수가 직접 신청해야 선발전에 참가할 수 있다. 올해 약 50명이 신청했는데, 이 중 많은 이들이 생업과 피로 등을 이유로 나서지 않았다. 학생 혹은 직장인들을 강제로 끌어올 순 없다”고 깊은 고민을 드러냈다. 국가대표 A선수 아버지 B씨는 “여자야구 경력을 활용해 대학에 진학할 길이 거의 없기 때문에 부모 입장에선 답답하다”면서 “일본, 미국을 바라보는 이들이 있지만 정말 극소수다. 꿈조차 꾸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아쉬워했다.

 

사진=한국여자야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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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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