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 실책 묻겠다더니 “왜 졌나”… 또 ‘호통 쇼’만 남긴 정치인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제공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제공

 

대한축구협회의 실책을 따지겠다던 국회가 되레 자책골을 넣는 모양새다. 누가 어떤 근거로 결정을 내렸고 왜 감시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는지는 뒷전으로 밀렸다. “왜 졌느냐”는 추궁, 그리고 답변을 끊는 고성만이 청문회장을 가득 채웠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30일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과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 등 핵심 관계자들을 불러 협회 운영 전반을 따져 물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을 계기로 감독 선임 과정과 불투명한 의사 결정 구조를 점검하고 재발 방지책을 찾겠다는 의도였다. 정 전 회장과 홍 전 감독도 성적 부진에 사과하며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고 했다.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혼란의 연속이었다. 갑작스럽게 현 정부에 대한 공격으로 방향이 튀기도 했다.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은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대표팀 부진을 두고 ‘내 편 인사’와 전임 감독의 무능을 언급한 것을 두고 적절했느냐고 따졌다.

 

순식간에 청문회장은 여야 의원들의 고성이 오가는 정쟁으로 번졌다. 김 의원은 오후 질의에서도 체코전 승리 당시 홍 전 감독을 치켜세웠던 대통령이 남아프리카공화국전 패배 뒤에는 질책했다며 다시 정부 인사를 거론했다. 축구협회 운영을 검증해야 할 자리가 정치 공방의 무대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제공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제공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도 핵심과 비껴갔다. 이미 사퇴한 정 전 회장에게 “5선에 도전할 것이냐”고 물은 뒤 답변을 기다리지 않고 질의를 끝냈다. 심지어 대표팀의 경기 운영까지 심판하려는 듯한 장면도 포착됐다. 최 의원은 남아공전 당시 이강인과 김진규 전 대표팀 코치가 대화하는 영상을 근거로 손흥민과 이재성의 선발 제외가 ‘보복성 기용’이 아니었느냐고 추궁했다.

 

김 전 코치가 영상에서 언급된 선수는 이재성이 아닌 조규성이었다고 바로잡았지만, 최 의원은 “그러면 왜 졌느냐”냐며 막무가내식 비난을 이어갔다. 김 전 코치의 답변을 문제 삼으며 “그런 태도 때문에 한국 축구가 이 모양”이라고 몰아세우기도 했다.

 

그사이 정작 다뤄야 할 쟁점은 뒷전으로 밀렸다. 귀중한 청문회 시간만 허비했다는 날 선 비판이 쏟아졌다.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는 우려는 사실 시작 전부터 제기됐다. 출석은 성사되지 않았지만 참고인 명단엔 소속팀 일정을 앞둔 손흥민과 황희찬 등 현역 선수들도 포함됐다. 구조적 실패를 규명해야 할 자리에 선수들을 불러 세우려 한다는 점에서 ‘보여주기식 소환’ 논란이 일었다.

 

낯설지 않은 장면이다. 국회는 2018년 국정감사서 선동열 당시 야구대표팀 감독을 불러 선수 선발 문제를 추궁했다. 전문 영역을 검증한다는 명분 아래 감독을 공개적으로 몰아세웠고, 정작 답변보다 망신주기만 남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로부터 8년이 흘렀지만 스포츠를 정치 무대의 소품으로 소비하는 방식은 달라지지 않은 듯하다.

 

축구협회의 폐쇄적인 행정과 무책임한 의사 결정은 철저히 밝혀야 한다. 이를 위해 청문회는 어떤 결정이 어떤 절차로 내려졌고 제도는 왜 제동을 걸지 못했는지 끝까지 규명하는 시간이었어야 했다. 나아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실질적인 개선책까지 끌어내야 했다. 그러나 축구협회의 책임을 묻겠다던 국회는 이날 청문회의 한계만 스스로 드러냈다. 한국 축구의 해법은 보이지 않고 호통만 남았다는 씁쓸함을 지우기 어렵다.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