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오디세이, IMAX가 아닌 곳에서 본다는 건

10년 동안 난공불락이던 트로이. 그리스군은 철수하는 척 거대한 목마 하나만 남긴다. 승리의 선물이라 믿고 성안으로 들인 그날 밤, 목마 속에 숨어 있던 병사들이 문을 열고 그리스군이 밀려 들어온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유명한 기만전술이자 트로이 목마 신화다. 그리고 그 계략을 만든 인물이 바로 오디세우스다. 하지만 영화 오디세이는 그 영웅담을 자랑하지 않는다. 전쟁 후 이야기에 집중한다.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이타카의 왕 오디세우스(맷 데이먼). 10년이란 시간을 거쳐 아내 페넬로페(앤 해서웨이)와 아들 텔레마코스(톰 홀랜드)가 기다리는 고향으로 향한다. 하지만 귀향길은 전장보다 더 험난하다. 신들의 분노가 몰고 온 거대한 폭풍과 괴물, 인간의 욕망과 배신이 그의 앞을 가로막는다. 

 

이타카에 남은 사람들의 시간도 오디세우스의 항해만큼이나 험난하다. 페넬로페는 왕국을 지키기 위해 구혼자들의 위협을 버티고, 레마코스는 아버지의 부재 속에서 성장한다. 

 

교과서와 신화 속에서만 읽어왔던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가 마침내 블록버스터로 되살아났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172분 동안 신화를 화려하게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전쟁이 남긴 상처와 끝내 가족에게 돌아가려는 인간의 본능을 묵직하게 연기했다.

 

◆전쟁의 참상과 죄책감…영웅도 인간이다

 

영화 속 오디세우스는 승리에 취한 오만한 영웅이 아니다. 몸은 살아남았지만 마음은 여전히 피비린내 나는 전장에 갇힌 인물이다. 트로이 목마는 뛰어난 지략을 상징하지만 동시에 수많은 죽음을 불러온 선택이기도 하다. 그는 목마를 선물로 위장한 자신의 계책이 인간 사이의 신뢰를 무너뜨린 속임수였음을 인정한다.

 

영화는 영웅의 영광보다 그 승리가 남긴 상처를 집요하게 좇는다. 맷 데이먼은 절제된 표정과 눈빛으로 겉은 강하지만 속은 무너진 인간의 모습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영화는 회상과 현재를 교차시키는 비선형 구조를 택했다. 신과 괴물에 맞서 바다를 떠도는 오디세우스의 여정, 왕위를 노리는 안티노오스(로버트 패틴슨)에 맞서는 텔레마코스의 이야기가 맞물리며 긴장감을 키운다. 이러한 두 인물의 교차 구조는 오펜하이머(2023)를, 극한 환경의 에피소드는 인셉션(2010)을 연상시킨다. 대규모 전투와 침투 액션은 덩케르크(2017)와 테넷(2020)에서 보여준 놀란 감독의 장점을 한데 모았다.

 

◆초호화 캐스팅…완성도 끌어올린 연기

 

할리우드 대표 배우들이 총출동한 만큼 배우들의 연기도 탄탄하다. 앤 해서웨이는 20년 동안 구혼자들의 압박을 견디며 왕국을 지키는 강인한 왕비 페넬로페를 묵직하게 그려낸다. 톰 홀랜드는 아버지의 빈자리 속에서 소년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는 텔레마코스를 연기했다.

 

로버트 패틴슨은 왕위를 노리는 비열한 야망가 안티노오스를  완성했고, 젠데이아(아테나 역), 샤를리즈 테론(칼립소 역), 루피타 뇽오(헬레네 역), 엘리엇 페이지(시논 역)도 각자의 존재감을 더한다.

 

특히 루피타 뇽오와 원작엔 없던 트랜스젠더 배우 엘리엇 페이지의 캐스팅은 개봉 전 'PC(정치적 올바름) 캐스팅' 논란을 낳기도 했다. 그러나 영화가 공개된 뒤에는 배우들의 설득력 있는 연기가 호평을 받으며 캐스팅을 둘러싼 우려도 상당 부분 잦아들었다.

 

◆압도적 체험형 영화…극장의 존재 이유 

 

오디세이는 극장의 존재 이유를 보여준다. 놀란 감독은 실제 세트와 로케이션 촬영을 기반으로 퍼펫과 애니매트로닉스, 시각효과를 결합해 신화의 세계를 현실처럼 구현했다. 10.7m 높이의 트로이 목마를 실제 제작했고, 오디세우스의 배 역시 실제 항해가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외눈박이 거인 키클롭스, 병사들을 짐승으로 만들어버린 마녀 키르케, 거인족, 노래로 선원을 유혹하는 세이렌 등 신화 속 존재들은 또 다른 볼거리다. 

 

귀향길에서는 자연이 또 다른 위협이다. 집채만 한 파도가 배를 집어삼킬 듯 덮친다. 갑판 위를 휩쓰는 바닷물과 거센 바람, 삐걱거리는 선체, 그 안에서 뒤섞인 병사들은 관객마저 폭풍 한가운데 있는 듯한 긴장감을 안긴다.

 

영화 역사상 최초로 전편을 아이맥스(IMAX) 필름 카메라로 촬영했다. 오디세이를 IMAX가 아닌 곳에서 본다는 건, 놀란의 의도를 절반만 경험하는 것과 다름없다. 

 

모로코와 그리스, 스코틀랜드, 아이슬란드 등 세계 곳곳의 광활한 풍광을 담겼다. 일반 상영관에서 본다면 화면 비율상 위아래로 잘려나갈 전투신도 너무 많다. 여기에 웅장한 음악이 더해지면서 바람과 물보라, 불길의 열기까지 객석으로 전해지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아이맥스 또는 돌비 등 특수관 관람을 권하는 이유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