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인터뷰] 전서준 음악치료사 “번아웃 시대, 제대로 쉬는 법을 잊은 현대인에게”

오보에 연주자·지휘자 거쳐 사운드 테라피스트로

‘소리의 파동과 이완’ 통한 음악심리중재 눈길

정보 과부하와 만성 업무 스트레스 속에서 밤낮없이 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제대로 쉬는 법’은 점점 더 어려운 과제가 되고 있다.

 

종일 모니터를 바라보느라 목과 어깨가 딱딱하게 굳고, 밤이 되어도 머릿속 생각의 스위치가 꺼지지 않는 과각성(초조·긴장) 상태가 일상화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몸과 마음을 제대로 이완하는 감각을 다시 연습하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서울 금천구의 ‘서울청년센터 금천(청춘삘딩)’을 찾았다. 은은하고 깊은 싱잉볼의 공명음이 공간을 조용히 채우고 있었다. 치열한 일상에 지친 지역 청년들과 주민들이 소리의 파동에 몸을 맡긴 채 내면의 피로를 비워내는 사운드 테라피 세션이 한창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전서준 터버너클 마인드 사운드 랩 소장은 이탈리아 로마시립음악원(Civica Scuola delle Arti)에서 오케스트라 지휘를 전공하고, 예술치료학 및 관악기(오보에) 연주 이력을 겸비한 학술적 음악심리중재 전문가다.

 

관악 연주로 터득한 호흡과 예술치료의 학술적 깊이, 그리고 오케스트라 지휘 경험에서 다져진 섬세한 소리 조율 능력을 통합해 독창적인 ‘소리 처방’을 제시하고 있는 전 소장으로부터 소리의 치유 기전과 현대인을 위한 이완 원리에 대해 들었다.

-관악기 연주자에서 오케스트라 지휘자를 거쳐 사운드 테라피스트로 영역을 확장해왔다. 이러한 학술적·예술적 여정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저의 음악적 여정은 깊은 ‘숨결’에서 시작됐다. 학창 시절 오보에를 연주하며 깊은 호흡이 악기를 지나 따뜻한 파동이 되고, 듣는 이의 감정을 온전히 어루만지는 공명의 힘을 경험했다.

 

하지만 무대 위 연주를 거듭할수록 음악이 단순한 청각적 즐거움을 넘어 사람의 상처받은 마음을 직접 다스리는 치료적 도구가 돼야 한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에 예술치료학을 공부하며 인간의 심리 구조와 소리가 지닌 정서적 치유 기전을 학문적으로 체계화해 나갔다.

 

이후 음악치료적 접근에 클래식 음악이 지닌 근본적인 구조적 깊이를 더하기 위해 오케스트라 지휘 공부를 병행했다. 수십 가지 악기와 주파수가 하나의 완벽한 하모니로 연결되는 조화의 원리를 탐구한 시간이었다. 이처럼 연주자, 치료사, 지휘자로서 쌓아온 경험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면서, 현재 내담자 한 분 한 분에게 맞춤형 소리를 제공할 수 있는 바탕이 됐다.”

 

-‘노래하는 그릇’이라 불리는 싱잉볼의 음향학적 치유 원리는 무엇인가.

 

“싱잉볼은 표면을 두드리거나 문질렀을 때 풍부한 파동과 배음(Overtones)을 만들어내는 소리 도구다. 우리 몸의 70% 이상이 수분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싱잉볼이 만들어내는 물리적 진동이 잔물결처럼 체수분과 세포 구석구석으로 전달된다. 이를 통해 쉼 없이 작동하던 교감신경(긴장 상태)을 진정시키고, 부교감신경(휴식 상태)을 활성화하여 뇌파를 알파(α)파나 세타(θ)파로 자연스럽게 이끌어 준다.”

 

-현대인들에게 ‘이완의 연습’이 중요한 이유는.

 

“현대인들은 만성적인 긴장 상태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다 보니 스스로 휴식하는 자율신경계 감각을 잊어버린 경우가 많다. 싱잉볼 테라피는 억지로 잠을 청하려 애쓰지 않아도 소리의 파동에 몸을 맡김으로써 신체적 경직을 해소하고, 과부하된 뇌 피로를 리셋하며 온전한 이완 상태에 도달하는 실전 연습을 제공한다.”

-세션에서 활용되는 히말라야 싱잉볼과 크리스탈 싱잉볼은 음향학적으로 어떻게 다른가?

 

“두 싱잉볼은 재질과 만들어내는 주파수의 성격이 완벽히 달라 내담자의 정서적·신체적 상태에 맞춰 조화롭게 활용된다.

 

우선 히말라야 싱잉볼은 전통 금속 제조 방식의 핸드메이드 싱잉볼이다. 금, 은, 구리, 철, 주석 등 다양한 금속을 배합해 만든다. 이 배합 비율에 따라 주파수 대역과 음색이 달라진다. 묵직하고 깊은 진동으로 뭉친 근육을 풀어주고 불안에 떠 있는 마음을 땅으로 단단히 잡아주는 ‘몸의 이완(온탕)’ 역할을 한다.

 

백수정을 고온에서 녹여 주발 형태로 만든 크리스탈 싱잉볼은 규격화된 생산으로 맑고 깨끗한 소리와 정확한 음을 지니고 있어 다른 악기들과의 앙상블 연주에 자주 활용된다. 주로 마음과 공간을 깨끗하게 씻어내는 '정화(마음의 샤워)'에 깊이 이용된다.

 

내담자의 신체 피로도와 뇌 피로 상태를 진단하여 두 가지 울림의 비율을 섬세하게 조율한다.”

 

-‘터버너클 마인드 사운드 랩’에서 연구·적용하는 음악심리중재 기법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나.

 

“단순한 소리 감상에 그치지 않고 음악심리중재 학문을 기반으로 맞춤형 세션을 운영한다. 대표적으로 몸의 먼지를 물로 씻어내듯 정교하게 디자인된 싱잉볼 파동으로 내면의 스트레스를 정화하는 ‘마음목욕탕’ 세션을 들 수 있다. 획일화된 테라피에서 벗어나 1:1 진단을 통해 내담자에게 가장 필요한 주파수와 소리 조합을 다르게 디자인해 제안하는 ‘음악처방전’을 제공하고 있다.”

-소장님의 슬로건이 ‘숨결이 음악이 되어 마음을 잇다’인 것으로 알고 있다. 만성 피로와 스트레스 속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슬로건에 담긴 의미처럼, 소리는 지친 마음과 일상을 다시 연결해 주는 따뜻한 매개체라고 생각한다. 쉼 없이 달려오느라 스스로를 돌보지 못했던 분들이 싱잉볼의 정교한 울림과 파동을 통해 온전한 이완의 감각을 회복하고, 건강한 삶의 리듬을 되찾으실 수 있도록 계속해서 회복의 다리를 놓아가겠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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