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에 지친 안방극장, '힐링 예능'이 뜬다

빠른 전개와 강한 자극으로 시청자를 사로잡던 예능의 공식이 달라지고 있다. 화려한 세트나 거대한 제작비, 극적인 미션보다 평범한 사람들과 일상의 온기를 담아낸 힐링 예능이 새로운 흥행 코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농촌과 어촌, 목장 등 자연을 배경으로 주민들과 함께 살아가는 과정을 담은 프로그램들이 잇따라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사람 냄새 나는 예능이 안방극장의 새로운 대세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SBS는 지난 26일 제철리 마을회관을 선보이며 오랜만에 농촌 예능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제철리 마을회관은 첫 도시에서 모인 다섯 청년이 시골 마을 곳곳을 누비며 주민들과 재능을 나누고 하루를 함께 만들어가는 1박2일 지역 상생 리얼리티다. 방송인 김대호와 가수 송가인, 셰프 박은영, 오마이걸 효정, 방송인 조나단이 출연한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단순한 농촌 체험 예능이 아니라는 점이다. 출연진은 마을 주민들과 함께 생활하며 각자의 재능을 나누고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맡는다. 예능을 넘어 지역 상생이라는 의미를 더하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담아내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무엇보다 SBS가 농촌 리얼리티를 선보이는 것은 패밀리가 떴다! 이후 16년 만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2008년 첫 방송한 패밀리가 떴다!는 시골 마을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주민들의 일을 돕는 콘셉트로 전국 최고 시청률 29.6%를 기록하는 등 국민 예능으로 사랑받았다. 단순한 게임보다 사람들과의 관계, 시골의 정겨운 풍경이 웃음과 감동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지금의 힐링 예능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제철리 마을회관이 흥행 계보를 이으며 새로운 국민 힐링 예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힐링 예능의 성공 사례는 이미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확인됐다. 4월 종영한 보검 매직컬(tvN)로 편안한 힐링 테마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전북 무주의 작은 마을에서 이용사 자격증을 가진 배우 박보검이 이상이, 곽동연과 함께 주민들의 머리를 손질하며 특별한 미용실을 운영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프로그램의 매력은 거창한 설정이 아니었다. 머리를 다듬는 짧은 시간 동안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주민들의 삶 이야기, 이를 진심으로 경청하는 출연진의 모습이 잔잔한 감동을 전했다. 별다른 경쟁도, 자극적인 미션도 없었지만 사람과 사람이 가까워지는 과정만으로도 충분한 재미를 만들어냈다.

 

반응은 뜨거웠다. 방송 당시 남녀 2049 타깃 시청률에서 7주 연속 전 채널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고, 유료플랫폼 기준 최고 시청률 3.8%를 달성했다. 화제성 조사에서도 9주 연속 TV 비드라마 톱10에 이름을 올렸으며, 전 세계 약 200개 국가와 지역에 공급되고 글로벌 리뷰 사이트 IMDb 평점 9.5점을 기록하는 등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오는 11월 시즌2 제작도 확정됐다.

 

최근 종영한 콩 심은 데 콩 나는 가고팜 하고팜 동물농장(tvN) 역시 같은 흐름을 보여줬다. 제주 목장을 배경으로 배우 이광수, 김우빈, 도경수가 직접 목장 일을 배우며 살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세 사람은 우분을 치우고 젖소를 돌보는 등 예상보다 훨씬 고된 노동을 마주했지만 몸을 사리지 않는 모습으로 웃음을 안겼다.

 

무엇보다 프로그램의 중심에는 목장 사람들과의 자연스러운 호흡이 있었다. 투박하지만 따뜻한 농장 사람들과 출연진이 만들어내는 티키타카는 꾸며낸 예능보다 더 큰 공감을 이끌어냈고, 서로를 이해하며 가까워지는 과정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재미가 됐다.

 

이 작품 역시 5주 연속 케이블·종편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고, 남녀 2049 시청률에서도 전국과 수도권 모두 동시간대 정상을 차지하며 힐링 예능의 경쟁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신정원 기자 garden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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