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열돔에 숨 막히는 여름… 3주 넘는 기침, 감기 아닌 ‘천식’ 의심

상층과 하층의 고기압이 한반도를 겹겹이 덮는 이른바 ‘이중 열돔’ 현상으로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냉방기구 사용도 증가세다.

 

바깥에서는 고온다습한 공기에 노출되고 실내에 들어오면 강한 에어컨 바람을 맞는 생활이 반복되면서 기침과 가슴 답답함,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이런 증상을 여름 감기나 냉방병으로 여기기 쉽지만, 기침이 3주 이상 계속되거나 밤과 새벽에 심해진다면 천식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천식은 기도에 만성적인 염증이 생기면서 기관지가 예민해지고 좁아지는 질환이다. 기침과 쌕쌕거리는 숨소리인 천명음, 가슴 답답함, 숨이 차는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게  특징이다. 증상의 강도는 시간과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감기나 운동, 찬 공기, 미세먼지, 담배 연기 등에 노출됐을 때 악화되기도 한다.

 

신경화 부산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과장은 “여름철에는 폭염과 높은 습도뿐 아니라 냉방으로 인한 급격한 온도 변화가 예민해진 기도를 자극할 수 있다”며 “기침이 오래 지속되면서 숨이 차거나 가슴이 조이는 증상이 반복된다면 감기약만 복용하기보다 호흡기내과에서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폭염·냉방·오존까지…여름철 천식 악화 요인 

 

더운 날씨 자체가 모든 천식 환자에게 같은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호흡이 가빠지거나, 에어컨이 가동된 공간을 오가며 차고 건조한 공기를 갑자기 들이마시면 기관지가 수축해 기침과 호흡곤란이 나타날 수 있다.

 

폭염이 이어지는 시기에는 대기 정체와 강한 햇빛으로 지표면 오존 농도가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오존과 미세먼지 같은 대기오염물질은 기도 염증을 자극하고 천식 증상과 응급실 방문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습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서 집먼지진드기와 곰팡이가 번식하기 쉬워지는 점도 문제다.  에어컨 필터와 내부에 먼지나 곰팡이가 쌓인 상태에서 냉방기를 사용하는 것도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실내에 퍼지는 원인이 된다.

 

신 과장은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는 것보다 실내 온도와 습도를 적절하게 유지하고 필터를 정기적으로 청소하는 게 중요하다”며 “찬 바람이 얼굴과 목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하고, 실내외 온도 차이가 지나치게 벌어지지 않게 조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3주 넘는 기침에 야간 호흡곤란 

 

감기로 인한 기침도 2~3주가량 이어질 수 있어 기침 기간만으로 천식을 판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기침이 3주 이상 지속되면서 쌕쌕거림이나 숨참, 가슴 답답함이 동반되거나 증상이 밤과 새벽에 심해진다면 진료를 받아야 한다.

 

운동하거나 웃을 때, 찬 공기를 마실 때 기침이 심해지는 경우도 천식을 의심할 수 있다. 일반 감기는 콧물과 인후통,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난 뒤 점차 호전되는 경우가 많지만 천식은 특정 시간이나 환경에서 증상이 반복되고 좋아졌다가 다시 악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천식 진단에는 증상과 병력 확인을 비롯해 폐활량과 호흡 시 공기의 흐름을 측정하는 폐기능검사가 활용된다. 기관지확장제를 사용한 뒤 폐기능이 호전되는지 확인하거나, 필요에 따라 기관지유발검사와 호기산화질소검사, 알레르기검사 등을 시행할 수 있다.

 

증상이 없는 날에는 폐기능검사 결과가 정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한 차례 검사만으로 결론을 내리기보다 증상 발생 시간과 악화 요인, 약물 반응 등을 함께 살펴야 하는 이유다. 기침이 장기간 계속될 경우에는 천식 외에도 비염과 후비루, 위식도역류질환, 만성기관지염 등 다른 원인도 감별해야 한다.

 

천식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염증과 기관지 수축이 반복되면서 기도 벽이 두꺼워지고 탄력이 떨어지는 ‘기도 개형’ 또는 ‘기도 재형성’이 진행될 수 있다. 이 경우 좁아진 기도가 충분히 회복되지 않아 폐기능 저하가 남을 수 있으므로 조기 진단과 지속적인 염증 조절이 중요하다.

◆흡입형 스테로이드 사용 시기는?

 

천식 치료의 중심은 기도의 만성 염증을 조절하는 흡입제다. 흡입형 스테로이드는 약물을 기관지에 직접 전달하기 때문에 적은 용량으로도 기도 염증을 줄일 수 있고, 먹는 스테로이드보다 전신 부작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기관지를 빠르게 넓혀 숨찬 증상을 완화하는 약물도 사용된다. 다만 증상완화제만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기도 염증은 계속 남아 있을 수 있다. 

 

신 과장은 “천식 진료지침은 성인과 청소년 천식 환자에게 흡입형 스테로이드가 포함된 치료를 권고하며, 속효성 기관지확장제만 단독으로 사용하는 방식은 권장하지 않는다” 며 “흡입제는 기기 종류에 따라 사용하는 방법이 다르다. 흡입 속도와 호흡 타이밍이 맞지 않거나 흡입 후 숨을 충분히 참지 않으면 약물이 기관지까지 제대로 도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처방을 받을 때 의료진에게 사용법을 교육받고 진료 때마다 흡입 자세를 확인하고 흡입형 스테로이드 사용 후에는 입안을 물로 헹궈 구강 칸디다증과 쉰 목소리 등의 국소 부작용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만약 갑자기 숨이 차고 쌕쌕거림이 심해지면 눕지 말고 상체를 세워 편안하게 앉은 상태에서 처방받은 증상완화 흡입제를 천식 행동계획에 따라 사용해야 한다. 약을 사용해도 호흡곤란이 나아지지 않거나 말을 문장으로 이어가기 어려운 경우, 입술이 파래지는 경우, 의식이 흐려지는 경우에는 즉시 119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응급실로 이동해야 한다.

 

신 과장은 “천식은 정확히 진단하고 흡입제를 꾸준히 사용하면 증상과 발작 위험을 충분히 줄일 수 있는 질환”이라며 “폭염과 강한 냉방이 반복되는 시기에는 평소보다 증상 변화를 세심하게 관찰하고, 기침과 호흡곤란이 지속되면 조기에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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