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이슈] '톱스타' 안주 없다, 음방 1위 '제작자' 인생 2막 김재중

올해 상반기 K-팝 음반 판매량은 4953만장으로 역대 상반기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23.4% 증가한 수치다. 공연 시장이 정상화된 이후에도 음반 판매가 다시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인코드엔터테인먼트의 첫 걸그룹 세이마이네임도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올해 초 UFO(ATTENT!ON)로 뮤직뱅크(KBS2) 정상에 오르며 데뷔 1년 3개월 만에 첫 음악방송 1위를 차지했다.

 

세이마이네임의 제작을 이끈 김재중에게도 새로운 이정표였다. 2003년 동방신기로 데뷔해 23년째 가수와 배우·방송인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왔다. 2023년 인코드엔터테인먼트를 공동 설립한 뒤에는 최고전략책임자(CSO)이자 제작자로 나서 후배들의 데뷔와 성장을 책임지고 있다. 오랫동안 자신의 이름으로 무대에 섰던 그가 이제는 무대 뒤에서 새로운 이름을 세상에 알리는 일을 시작한 것이다. 세이마이네임의 첫 1위는 ‘제작자 김재중’의 도전이 맺은 첫 결실이었다.

 

◆“일이 없을 때의 불안을 안다”…23년을 움직인 힘

 

김재중은 좀처럼 멈추지 않는다. 음반과 공연은 물론 연기·예능·유튜브 콘텐츠까지 활동 반경을 넓혀왔다. 스스로를 어느 한 카테고리에 속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단다.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고, 시작한 일은 제대로 해내고 싶다고 했다. 끊임없는 도전의 바탕에는 욕심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일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도 오랫동안 김재중을 움직였다.

 

김재중은 “일이 없을 때 느끼는 불안함과 불행함의 감정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일이 넘쳐난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며 “10년 뒤에 지금의 내가 나이 타령을 하고 있다면 얼마나 후회할까 생각한다. 한 해 한 해 후회 없는 활동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료 연예인들과 만나면 ‘우리는 생존 게임을 언제까지 해야 할까’라는 이야기를 나눈다고도 했다. 하고 싶을 때만 일하고 쉬고 싶을 때 쉬는 방식으로는 오래 살아남기 어렵다는 현실을 일찍 체감했다. 마음처럼 되지 않는 순간에 꺼내 들 수 있는 두 번째, 세 번째 선택지를 마련하려면 계속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중은 “10대, 20대 아이돌들이 가진 힘을 따라가려면 우리는 세 배, 네 배 더 움직여야 따라갈 수 있을지 모른다”고 했다. 무언가를 이룬 뒤에도 안주하지 않는 이유다. 김재중은 “제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하나에 안주하는 것”이라며 “안주하는 순간 노력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스스로에게 계속 새로운 과제를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를 대하는 태도는 신중하다. 최근 동방신기의 주문을 다시 불러 화제를 모았지만 완전체 재결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팬덤이 품고 있는 향수를 이해하면서도 마음만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했다.

 

김재중은 “많은 성장과 변화를 일궈온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처음의 것보다 지금 각자가 가진 것이 더 크고 무게감도 있을 것”이라며 “그 부분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 의견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의중과 주변 환경도 중요하다. 다른 친구들도 쉽게 이야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는 후천적으로 큰 사람”…완성보다 가능성을 보다

 

정상급 아이돌로 오랜 시간을 보낸 제작자에게 연습생들의 부족한 점은 쉽게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김재중은 자신의 기준을 후배들에게 그대로 요구하는 일을 경계했다. 이에 대해 “‘왜 나만큼 못하지, 왜 따라오지 못하지’라고 생각하면 너무 오만한 사람일 것 같다”며 “저는 재능이 없었고 후천적으로 큰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아이들이 앞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재중은 자신의 성과를 타고난 재능의 결과로만 보지 않았다. 부족한 부분을 채우며 성장해온 경험이 있기 때문에 현재의 완성도보다 앞으로 달라질 가능성에 더 주목한다. 연습생 시절부터 이미 완성된 사람을 찾기보다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만의 색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을 기다리는 이유다.

 

제작을 시작하는 결정은 쉽지 않았다. 자신의 꿈이 아닌 타인의 꿈을 뒷받침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김재중은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시작부터 어려웠고 지금도 고난의 행진 중”이라면서도 “울타리 하나가 달라지는 것만으로 같은 사람이 발휘할 수 있는 재능의 범위가 무한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힘이 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아이돌 제작은 좋은 곡과 화려한 무대를 제공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성격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을 한 팀으로 묶고, 맞는 음악과 콘셉트를 찾아 대중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일이다. 김재중은 “어떻게 보면 사람을 다루고 대하는 일”이라며 “이미 각자의 성격과 인성이 어느 정도 만들어진 사람들을 하나로 만드는 과정이 정말 어렵다”고 털어놨다.

 

◆자신의 꿈에서 타인의 미래로

 

인코드는 2024년 한국·태국·일본 다국적 걸그룹 세이마이네임을 선보인 데 이어 올해 보이그룹 키빗업과 베이온을 잇달아 데뷔시켰다. 세이마이네임(히토미·슈이·메이· 카니·소하·도희·준휘·승주)은 8명의 멤버로 구성됐으며, 데뷔 이후 꾸준히 음반을 발표하며 이름을 알렸다. 팀이 늘어날수록 김재중이 책임져야 할 선택과 사람도 많아졌다.

 

김재중은는 제작자로 일하며 “뇌가 쉬지 않는다”고 했다. 음악과 콘셉트, 활동 계획뿐 아니라 멤버 각자의 미래까지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어 “저는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사람”이라며 “아이들이 실수했다고 미래가 망가지게 두는 것이 아니라, 실수를 하더라도 어른으로서, 제작자로서 다시 만회할 기회를 만들어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과 같은 속도로 후배들이 따라오기를 요구하기보다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설 자리를 만드는 것. 김재중이 생각하는 제작자의 역할은 성공을 보장하는 사람보다 실패가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결정하지 않게 하는 어른에 가깝다.

 

김재중은 소속 아티스트들의 성과를 현재 자신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로 꼽았다. “그들을 웃게 만들고, 그들이 다시 대중을 웃게 하는 것이 이루고 싶은 목표”라고 했다. 

 

김재중은 여전히 현역 가수다. 오는 8월 서울 KBS아레나에서 단독 콘서트 더 웨이브를 열고 다시 자신의 무대에 선다. 무대 앞에서는 가수로 팬을 만나고, 무대 뒤에서는 후배들이 설 자리를 만든다. 23년 전에는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쉼 없이 움직였다. 지금은 다른 이름이 오래 불릴 수 있도록 움직이고 있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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