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포커스] 고의성 없어도 퇴장…韓·美 마운드 뒤흔든 ‘글러브 속 이물질’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국내 프로야구와 미국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한국 선수들이 이물질 사용 금지 규정 위반 의혹으로 퇴장을 당하는 악재가 잇따랐다. 고의성 여부와 상관없이 엄격한 단속 규정이 적용되는 모양새다. 마운드 위 공정성을 확보하고, 과거 부정투구 논란이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상무(국군체육부대) 소속 좌완 김기중은 지난 25일 경기도 고양 국가대표 훈련장에서 열린 고양 히어로즈와의 퓨처스리그(2군) 경기에서 이물질 투정투구 단속에 적발됐다. 그는 팀이 2-4로 뒤진 4회말, 투구를 마친 뒤 심판진으로부터 이물질 검사를 받았다. 심판진은 글러브 안쪽에서 이물질을 발견하고 즉시 퇴장을 명령했다.

 

투수가 손이나 장비에 이물질을 묻히면 공의 회전수와 구속이 증가한다. 공의 궤적과 움직임에도 미세한 변화가 생긴다. 타자 입장에서는 공을 치기가 까다로워진다. 투수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효과를 제공하는 셈이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은 지난 2021년 투수들이 파인 타르(송진)와 자외선 차단제 등 끈적끈적한 물질을 글러브, 모자, 벨트에 사용하는 것이 밝혀졌다. 이후 MLB는 해당 물질이 투구에 영향을 미치는 사실을 확인한 뒤, 경기 중 심판이 투수의 손과 글러브를 직접 검사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2022년 12월 제2차 규칙위원회를 통해 관련 시행세칙을 마련했다. 이듬해부터 선발 투수는 경기 중 최소 2회, 구원 투수는 투수당 최소 1회 이상의 이물질 검사를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프로야구 1, 2군 경기를 통틀어 이물질 적발로 퇴장 조처가 내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기중은 KBO 시행세칙에 따라 1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박치왕 상무 감독은 26일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의 통화에서 고의성을 강력하게 부인했다. 그는 “김기중이 원래 사용하던 글러브다. 글러브 안쪽 가죽을 붙이는 접착제(가죽과 가죽 사이)가 시간이 지나면서 위로 올라온 것으로 보인다”며 “김기중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억울하고 어이없어했다”고 말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선수단 장비 점검도 강화할 예정이다. 박 감독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앞으로 선수들이 사용하는 글러브를 더 세심하게 점검하고 주의를 기울이겠다”며 “KBO에서 추가로 설명을 요구하거나 소명할 기회를 준다면 선수를 위해 당연히 이러한 부분을 잘 설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사진=AP/뉴시스
사진=AP/뉴시스
사진=AP/뉴시스
사진=AP/뉴시스

 

미국 무대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됐다. 최근 마이너리그 트리플A로 강등 당한 고우석(미네소타 트윈스)은 25일 미국 미네소타주 세인트폴 CHS 필드에서 열린 정규리그 콜럼버스 클리퍼스(클리블랜드 가디언스 산하)와 홈경기에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하자마자 마운드를 내려갔다. 심판들이 수 분간 글러브를 살펴보고, 이물질 사용 금지 규정 위반으로 퇴장을 명령했기 때문이다. 고우석은 곧바로 항의했지만, 결정이 번복되지 않았다. 심판진은 정밀 검사를 위해 고우석의 글러브도 압수했다.

 

고우석의 글러브 속에 어떤 물질이 있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규정상 이물질 사용 발각 시 10경기 출전 정지가 내려진다. 마이너리그 사무국은 고우석에 대한 징계 여부를 곧 발표할 예정이다. 이적 후 마이너리그 복귀 첫 등판에서 뜻밖의 돌발 변수로 곤욕을 치른 고우석. 빅리그 재콜업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박상후 기자 psh655410@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