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포커스] 의심을 환호로 바꾼 힐리어드-스기모토… 두 외인의 ‘반전 마법’

외야수 샘 힐리어드(왼쪽)와 투수 스기모토 코우키. 사진=KT 위즈 제공
외야수 샘 힐리어드(왼쪽)와 투수 스기모토 코우키. 사진=KT 위즈 제공

 

한때 차가운 평가를 피하지 못했다. 지금은 “여권을 빼앗아야 한다”는 팬들의 애정 가득한 구애가 쏟아진다.

 

한 경기 한 경기 성적표에 따라 평가가 크게 출렁이는 자리가 외국인 선수일 터.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의문부호도 빠르게 짙어진다. 프로야구 KT의 외야수 샘 힐리어드와 투수 스기모토 코우키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사령탑은 가능성을 믿었고, 동료들도 낯선 무대에 적응하도록 힘을 보탰다.

 

이 시간을 딛고 반등한 둘은 7년 만의 구단 최다 타이인 9연승을 이끈 주역으로 우뚝 섰다. KT 상승세 한복판에 있다. 힐리어드는 25일 사직 롯데전서 자신의 시즌 25호 아치를 결승포로 장식했고, 스기모토는 아웃카운트 5개를 퍼펙트 투구로 책임지며 시즌 14번째 홀드를 챙겼다.

 

둘 다 KBO리그서 첫해를 보내고 있다. 힐리어드는 중심타선의 해결사로, 구단 첫 아시아쿼터 선수인 스기모토는 마운드의 새 동력으로서 기대를 모았다.

 

출발점은 다르다. 힐리어드는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7시즌을 경험한 베테랑이다. 반면 일본프로야구(NPB) 경력 없이 독립리그를 거쳐 KT에 합류한 스기모토는 프로 무대에선 사실상 신인이나 다름없다.

 

사진=KT 위즈 제공
사진=KT 위즈 제공

 

새로운 환경을 마주한 만큼 적응의 시간이 필요했던 건 매한가지다. 힐리어드는 시즌 초만 해도 타율이 0.188까지 떨어졌다. 5월 타율 0.350, 8홈런으로 반등했지만 다시 고비가 왔다. 지난 5월29일부터 6월13일까지 14경기서 52타수 동안 홈런을 치지 못한 게 대표적이다.

 

이 시기 계속 기회를 받은 그는 이강철 감독을 직접 찾아가 미안한 마음까지 전했을 정도다. 돌아온 것은 질책이 아닌 격려였다. 이 감독은 “너는 우리 팀의 4번타자”라며 힘을 실었다.

 

내로라하는 괴물 선수가 즐비하고, 치열한 경쟁이 일상인 MLB에선 잠시만 부진해도 출전 명단에서 빠지는 일이 익숙했던 힐리어드에겐 더욱 각별하게 다가온 믿음이었다는 설명이다.

 

5툴 면모를 뽐내며 응답하고 있다. 25일까지 타율 0.300, 107안타 25홈런 83타점 7도루를 작성 중이다.

 

홈런 부문에서는 나란히 29개를 때린 오스틴 딘(LG)과 김도영(KIA)에 이어 리그 3위다. 타점에서도 존재감이 또렷하다. 오스틴(88타점)과 강백호(한화·86타점)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최근 9연승 기간엔 방망이가 더욱 뜨거웠다. 무승부 한 경기를 포함한 10경기서 타율 0.366, 6홈런 1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200을 기록했다. 이 기간 홈런과 타점, 득점, 장타율, OPS 모두 팀 내 1위다.

 

샘 힐리어드(왼쪽)와 투수 스기모토 코우키. 사진=KT 위즈 제공
샘 힐리어드(왼쪽)와 투수 스기모토 코우키. 사진=KT 위즈 제공

 

스기모토의 적응 과정은 한층 더 험난했다. 첫 프로 무대에서 마주한 한국 타자들의 저력은 예상보다 거셌다. 시속 150㎞를 넘나드는 직구를 갖췄지만 위력 있는 공을 던지고도 강한 타구를 허용하는 일이 되풀이됐다.

 

이 감독은 때로 강한 쓴소리를 건네면서도 스프링캠프 때부터 이어온 스기모토의 구위에 대한 신뢰는 거두지 않았다. 한 고비만 넘으면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고 봤다. 선수 본인도 “내 공에는 자신이 있었는데 왜 안 되는지를 계속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투수조련사’로도 정평이 난 이 감독과의 대화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같은 공을 던지더라도, 타자에게 더 늦게 보이고 불편하게 느껴지도록 해야 한다는 조언이었다. 퓨처스팀(2군)에 머물던 시기도 큰 도움이 됐다.

 

동료들 역시 팔을 걷어붙였다. 프로 경험이 전무한 ‘막내급’ 투수가 팀에 녹아들도록 마운드 안팎서 손을 내민 것. 구단 유튜브 ‘위즈TV’ 콘텐츠에도 주권과 소형준, 손동현 등이 스기모토를 살뜰히 챙기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는 등 끈끈함을 자랑한 바 있다.

 

기다림 끝에 날개를 펼친다. 7월 11경기서 11이닝을 소화하며 1승 6홀드 평균자책점 1.64를 기록했다. 이 시기에만 피안타율이 0.135, 삼진은 17차례나 잡았다. 9연승 기간 들어 ‘믿을맨’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팀 내 가장 많은 9경기에 등판해 9이닝 동안 1승 5홀드를 수놓은 게 방증이다. 이 중 8경기서 무실점을 써냈다. 현시점 시즌 14홀드로 이 부문 리그 4위까지 올라섰다.

 

더 이상 ‘미운오리’가 아니다. 시행착오 끝에 물음표를 지워 나간다. 두 외인의 반전 드라마 집필이 계속될 수 있을지에 따라 순위표 위 싸움도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든든한 후반기 동력을 얻은 마법사들의 약진이 주목된다.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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