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토크] ‘호프’ 조인성, ‘티켓값 가치’ 입증한 맨몸 액션 그리고 연기 변주

“말 위에서 시속 30km로 달릴 땐 진짜 튕겨 나가는 줄 알았습니다. (웃음) 하지만 사람이 직접 맨몸으로 해내는 처절함이 없으면 관객이 굳이 극장에 오실 이유가 없잖아요. 관객들이 티켓값이 전혀 아깝지 않다고 느끼실 만큼 모든 것을 쏟아부었습니다.”

 

배우 조인성이 영화의 한계를 뛰어넘는 압도적인 액션과 깊어진 연기 스펙트럼으로 돌아왔다.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되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를 통해서다.

 

영화 ‘호프’는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황정민)이 동네 청년들로부터 호랑이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으며 마을 전체가 신비롭고 믿기 어려운 현실과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극 중 호포항의 청년 리더 성기 역을 맡은 조인성은 생존을 향한 강렬한 본능과 함께 후반부로 갈수록 벼랑 끝에 몰린 인간의 미세한 감정 변주를 소름 끼치도록 실감 나게 그려냈다.

 

인터뷰 현장에서 만난 조인성은 특유의 유쾌하면서도 겸손한 태도로 취재진을 맞이했다. 고난도 촬영 과정에서 겪은 수많은 고생담을 전할 때는 위트 있는 멘트로 좌중을 웃게 만들었고, 영화와 액션에 대한 소신을 밝힐 때는 20년 차 베테랑 배우다운 단단한 눈빛을 뿜어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승마 액션…대역 없는 고뇌의 결실

 

영화 ‘호프’에서 조인성이 선보인 액션 장면은 한국영화 액션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극찬을 받고 있다. 특히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 시속 30km에 육박하는 속도로 말을 타고 달리는 고난도 카체이싱 액션은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전문 승마팀마저 "우리는 이렇게까지는 하지 않는다"라며 손사래를 쳤던 장면이었다.

 

조인성은 “말은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계속 들썩인다. 아스팔트에서 시속 25~30km로 달리는 차와 속도를 맞추며 촬영해야 해서 튕겨 나갈 것 같은 두려움이 컸다. 현장의 모두가 긴장했다”라고 당시를 돌이켰다. 그는 양쪽 무릎 연골이 반 이상 손상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대역 없이 모든 장면을 직접 소화했다.

 

위험을 무릅쓰고 고난도 액션에 직접 뛰어든 이유에 대해 조인성은 배우로서의 명확한 소신을 밝혔다.

 

그는 “기술의 힘으로 만드는 영화도 있지만, 인간이 직접 해내는 클래식한 액션에서 오는 영화적 쾌감이 있다. 그런 장면에 극장을 찾는 관객들의 티켓값이 아깝지 않으려면 위험과 한계를 극복하는 처절함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일상의 호흡에서 뿜어져 나오는 생존 본능

 

조인성의 활약은 액션에만 그치지 않는다. 영화 초반 호포항 청년 무리와 어울리며 티격태격하는 생활 연기부터, 후반부 미지의 존재에게 쫓기며 극도의 공포 속에서 생존 의지를 발휘하는 감정 변주까지 단단하게 극을 이끈다.

 

성기 캐릭터의 구축 과정에 대해 조인성은 “처음 등장했을 때 성기와 청년 무리, 그리고 범석과의 관계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보일지가 중요했다”며 “팀원들과는 사적으로 자주 만나며 라포를 쌓았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소소한 장면들을 만들어냈다. 예를 들면 산속에서 찐득거리는 것을 발견하고 옆에 있는 사람 얼굴에 바른다거나, 차안에서 우리끼리 낄낄 거리는 장면말이다. 그런 디테일이 차곡차곡 쌓여야 후반부 클로즈업에서 캐릭터가 살아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후반부 산속에서 펼쳐지는 극한의 상황에 대해서는 “미지의 생명체와 맞닥뜨렸을 때 살고자 하는 본능적인 의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너무 무서운 존재를 만나면 인간은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다. 감자를 씹어 먹는 장면 역시 맛이 있어서가 아니라 살기 위한 강렬한 의지의 표현이었다”라고 덧붙였다.

 

◆거장들의 연이은 러브콜…배우로 전성기 맞은 조인성

 

류승완, 이창동, 나홍진에 이르기까지 거장 감독들의 러브콜을 한몸에 받는 비결을 묻자, 그는 담백하고도 기분 좋은 겸손을 건넸다. 조인성은 “나이가 들수록 내 스타일에 갇히기 쉬운데, 좋은 감독님과 일할 때는 그분의 생각을 잘 표현하는 것이 우선이다”라며 “제 스타일에 확신이나 자만이 넘칠 땐 오히려 내 것을 자꾸 고집하게 된다. 하지만 정말 대단한 감독님들과 판을 짤 때는 내 것을 완전히 내려놓고 그분의 세계관과 요구를 있는 그대로 잘 듣고 흡수하는 게 맞다. 자신을 덜어내고 내려놓을 줄 알아야 그 감독의 색깔이 제 안에 온전히 녹아든다. 내려놓고 잘 듣는 것이 거장들과 작업하는 비결”이라고 전했다.

 

한국형 SF 스릴러에 블랙코미디와 액션을 버무린 영화다. 조인성은 작품의 흥행과 성과에 대해 겸허하면서도 단단한 마음가짐을 내비쳤다. 조인성은 “한국영화가 처한 안팎의 상황이 쉽지 않지만, 장마와 태풍 속에서도 하늘을 비웃듯 활짝 피어나는 ‘능소화’라는 꽃이 있다. ‘호프’ 역시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관객들의 품속에서 활짝 피어나는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밝혔다.

 

“과정 속에서 일희일비할 필요는 전혀 없어요. 만약 그런 어려움이나 부침이 없었다면 제가 얼마나 교만해졌겠습니까. 영화는 절대 혼자 만드는 게 아니라는 걸, 현장에서 모두의 힘을 빌려 함께 만들어가는 거라는 걸 배우며 매번 교만함을 덜어냅니다. 감사하게 사랑받은 작품으로 대중에게 인사할 수 있다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일이죠.”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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