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발 로테이션이요? 그대로예요. 다시 (후반기) 시작처럼 됐네요.”
장맛비가 프로야구 KT를 잠시 멈춰 세웠지만, 선발 로테이션까지 흔들지는 못했다. 21일 수원 두산전은 경기 도중 내린 비로 77분간 중단된 끝에 연장 11회 무승부(2-2)로 마무리됐다. 흠뻑 젖은 그라운드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으면서 22일과 23일 경기도 잇따라 취소됐다.
자연스럽게 선발 순서도 후반기 출발점으로 돌아갔다. 5명이 한 바퀴를 돌았다. KT는 외국인 투수 로건 앨런부터 다시 마운드에 올린다. 22일과 23일 연이어 선발로 예고됐다가 등판이 미뤄진 그는 24일 사직 롯데전서 등판한다.
‘로(건)-소(형준)-맷(사우어)-고(영표)-오(원석) 순이다. 굳이 손을 댈 이유가 없다. 후반기 시작이 산뜻했다. 로건이 LG를 상대로 5이닝 1실점으로 출발했고, 소형준은 6이닝 1실점으로 뒤를 이었다. 맷 사우어가 6이닝 2실점, 고영표가 6이닝 무실점으로 각각 승리를 챙겼다. 오원석도 두산전서 5이닝 1실점으로 제 몫을 했다.
다섯 명 모두 최소 5이닝을 책임지며 2실점 이하로 막았다. 합계 28이닝 5실점, 평균자책점 1.61이다. 선발진이 4승 무패를 써낸 사이 KT도 후반기 5경기서 4승1무를 거뒀다.
전반기와 비교하면 더욱 눈에 띄는 출발이다. 당시 KT는 선발 마운드의 연이은 변수와 싸워야 했다. 소형준이 부상으로 잠시 자리를 비웠고, 지금은 팀을 떠난 외국인 투수 케일럽 보쉴리도 전력에서 이탈했다. 오원석은 경기마다 기복을 보였다. 고영표와 사우어가 중심을 지켰지만 로테이션 전체가 안정적으로 돌아가진 않았다.
KT 선발진의 전반기 평균자책점은 4.51로 10개 구단 중 이 부문 8위에 머물렀다. 그럼에도 KT가 3위로 반환점을 돌 수 있었던 배경에는 매 경기 안타 행진을 펼치는 타선의 분전이 있었을 터. 다시 말해 선발 마운드에서 생긴 빈틈을 다른 전력으로 메우며 버텼다는 뜻이다.
순위표서 더 높은 곳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선발진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상위권 경쟁팀들도 마운드 전력을 앞세워 치고 나가는 분위기다. 이강철 KT 감독은 다른 팀들의 마운드를 연신 경계하고 있다. 두산을 두고는 “선발, 중간 다 1위 팀 아니냐. 제일 무서운 팀”이라고 했고, 삼성에 새롭게 합류한 외국인 투수 크리스 페덱과 오스틴 보스를 향해서는 “왜 이렇게 잘 데려왔냐”며 헛웃음을 지었다.
사실 KT 선발투수들이 지닌 고점은 어느 팀에도 밀리지 않는다. 비록 5경기에 불과하지만, 후반기 첫 로테이션서 이 가능성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부상 대체 선수로 합류해 정식 계약까지 따낸 로건이 보쉴리의 빈자리를 메우며 중심을 잡은 게 컸다.
더 큰 케미스트리(화학 반응)이 필요하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했던 오원석이 주역이 될 수 있다. 후반기 첫 등판의 좋은 흐름을 이어가는 게 중요해졌다.
고민거리였던 선발진이 기분 좋은 첫발을 뗀 가운데, 지금의 안정감을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마법사들이 달라진 선봉장들을 앞세워 더 높은 도약을 그려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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