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감 있는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에 인간의 버석한 욕망과 파멸을 다룬 서스펜스 드라마가 관객의 마음을 움직였다. 지난달 공개 후 뜨거운 관심을 이끌어내고 있는 맨 끝줄 소년의 이야기다. 작품은 실패한 작가이자 교수인 허문오가 강의실 맨 끝줄에 앉은 학생 이강(최현욱)의 천재성을 발견하고 그의 글에 집착하면서 파멸로 내달리는 이야기를 6회에 걸쳐 다룬다. 베테랑 배우 최민식은 해묵은 열패감과 그릇된 욕망에 사로잡혀 무너져 가는 국문학과 교수 허문오 역을 맡았다.
22일 최민식은 “스페인 극작가 후안 마요르가의 동명 희곡을 원작으로 한다. 요즘 미디어 환경이 빠르게 변해서 인간의 깊은 욕망을 다룬 주제에 관심이 있을까 의구심도 있었다. 의외로 많은 분이 인간의 민낯과 굴절된 욕망에 진지하게 공감해 주셔서 기분이 좋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허문오는 출세욕과 작가로서의 순수한 열망이 복잡하게 얽힌 인물이다. 최민식은 “허문오는 자존감이 낮아 친구의 독설에 오랫동안 함몰됐고 외부에서 답을 찾으려다 비극을 맞았다. 외부 평가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중심을 잡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자신은 남과의 비교보다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서는 과정에 집중한다고 강조했다. 최민식은 “남을 시기해서 열등감을 느껴본 적은 없다. 엉뚱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일론 머스크 CEO의 실천력이 부러울 뿐이다”라며 웃어 보였다. 이어 “배우에게 한계에 부딪히는 고통은 숙명이다. 그 고통을 견디고 스스로를 점검하며 끊임없이 깨어나가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수많은 작품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겨온 최민식이지만 매 작품 새로운 캐릭터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부담은 없을까. 이에 대해서는 “손오공이 아닌 이상 다른 인물로 둔갑할 수는 없다. 매 작품 작가가 만든 세상에 철저히 녹아들다 보면 인물의 차별화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라고 전했다.
함께 팽팽한 대립각을 세운 까마득한 후배 최현욱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최민식은 “대사의 미세한 의미와 맥락을 정확히 알고 연기하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 고민을 정말 많이 하고 준비해 온 것이 보여 대견하고 든든했다”라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이 기세를 이어 다른 작품에서도 성실하게 배우로서 계속 성장해 나가길 바란다”라는 애정 어린 조언을 남겼다.
대중과 평단의 극찬을 받아온 그이지만 스스로에게는 누구보다 냉정하고자 노력한다. 최민식은 “외부의 화려한 평가에 나를 맞추기 시작하면 허문오처럼 된다. 연기라는 작업은 결국 나라는 사람이 인생의 의미를 찾고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하는 이기적인 일이다”라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흥행이나 수상 같은 외부 요소에 연연하지 않고 배우로서의 본질에 충실하겠다는 다짐이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연기를 시작한 이후 단 한 번도 다른 길을 돌아보지 않고 한 우물만 팠다. 최민식은 “연기 말고는 다른 일을 해본 적이 없다. 부부로 비유하자면 많이 싸우기는 했어도 이혼은 하지 않고 살아온 셈이다”라며 “작업하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고 즐겁다. 표현하고 싶은 이야기가 여전히 많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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