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멎는 듯하면 다시 쏟아졌다. 방수포는 걷혔다가 재차 깔렸고, 몸을 풀던 선수들은 더그아웃으로 돌아가기를 반복했다. 자정 8분 전까지 이어진 ‘1박2일 문턱’의 혈투에서도 끝내 웃은 팀은 없었다.
프로야구 KT와 두산은 21일 수원 KT 위즈파크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정규리그 맞대결에서 연장 11회까지 2-2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오후 6시30분 시작한 경기는 오후 11시51분에야 끝났다.
시작부터 종료까지 무려 5시간21분이 걸렸다. 순수 경기 시간만 따지면 4시간4분이다.
경기의 흐름은 KT가 2-1로 앞선 6회 초 멈췄다. 오후 8시24분 두산 4번타자 유니오 세베리노의 타석을 앞두고 빗줄기가 굵어지면서 우천 중단이 선언된 것. 마운드와 홈 플레이트 주변에 방수포를 깐 데 이어 외야까지 대형 방수포로 덮었다.
약 20분 뒤 비가 잦아들자 방수포를 걷고 경기 재개를 준비했다. 그러나 기다렸다는 듯 빗줄기가 다시 거세졌다. 몸을 풀던 선수들이 황급히 더그아웃으로 철수했고, 방수포도 다시 그라운드 위에 펼쳐졌다. 오락가락하는 하늘에 선수단과 구장 관리 직원 모두 진땀을 흘렸다.
특히 내야 2루와 3루 주변에는 빗물이 고여 진흙이 육안으로 확인될 정도였다. 오후 9시17분부터 방수포를 걷어낸 관리 직원들은 스펀지로 물을 빨아들이고 새 흙을 뿌렸다. 홈 플레이트 주변까지 손본 뒤인 오후 9시41분, 77분 만에 경기가 다시 시작됐다.
긴 기다림은 승부의 변수가 됐다. KT는 이상동 대신 손동현을 올렸고, 두산도 5이닝 2실점한 선발 웨스 벤자민을 내리고 6회 말부터 박치국을 투입했다. KT 선발 오원석도 앞서 5이닝 1실점으로 자신의 임무를 마친 상태였다.
재개 이후 양 팀 모두 기회를 잡고도 좀처럼 홈을 밟지 못했다. KT는 8회 2사에서 마무리 박영현을 조기 투입해 아웃카운트 4개를 맡기는 승부수를 던졌다. 박영현은 8회를 넘겼지만 9회 초 수비가 흔들렸다.
강승호의 내야안타 이후 2사 2루서 박찬호의 땅볼을 처리하던 유격수 권동진이 송구 실책을 범했다. 계속된 1, 3루에서 김민석이 우전 적시타를 터뜨렸다. 악천후 속 상대의 빈틈을 놓치지 않고 2-2 균형을 맞춘 김민석은 크게 포효했다.
두산도 9회 말 김택연을 투입해 삼자범퇴로 막으면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이후 잠잠했던 비까지 다시 떨어지는 가운데 불펜 소모전이 펼쳐졌다. 두산은 투수 6명, KT는 8명을 쏟아부은 게 방증이다.
연장에 등판한 두산 마무리투수 이영하는 2이닝 동안 삼진 5개를 솎아내며 KT 타선을 틀어막았다. 두산은 11회 초 1사 후 김대한의 안타와 폭투로 득점권 기회를 만들었지만 후속타가 나오지 않았다. 결국 어느 쪽도 마지막 한 점을 얻지 못한 ‘헛심’ 엔딩으로 마무리됐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