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의 주인공은 과연 누구였을까.
스포츠는 언어와 문화, 국경을 넘는다. 모두가 동일한 규칙 아래서 공정하게 경쟁하고 결과에 존중, 화합한다. 스포츠에 정치가 개입돼선 안 되는 이유다.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뒤로 검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대회 내내 잡음이 일었다. 유럽 민주주의·인권 감시기구인 유럽평의회(CoE)는 20일 스페인-아르헨티나 결승전을 앞두고 FIFA에 월드컵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위기는 이미 시작됐다. 위기의 이름은 돈과 권력”이라고 적은 공개서한을 보냈다.
이미 미국 손아귀에 있는 듯한 모습이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그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밀착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엔 백악관을 수시로 출입하기도 했다. 막무가내식 밀어 주기는 일찌감치 포착됐다. 지난해 12월 워싱턴DC서 진행된 조 추첨식서 뜬금없이 ‘FIFA 평화상’을 제정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여한 것이 대표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유세곡으로 활용했던 YMCA 음악을 틀기도 했다.
전 세계 축구 팬들을 경악시킨 사건도 발생했다. 미국 국가대표 공격수 폴라린 발로건(AS모나코)의 징계를 유예한 것. 발로건은 지난 2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의 32강전서 레드카드를 받았다. 이에 따라 6일 벨기에와의 16강전 출전이 불가능한 상황. FIFA는 16강전 전날 출전 정지 징계를 1년 미루기로 했다.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인판티노 회장에서 직접 판정 재고를 요청한 사실을 드러났다. 거센 외압 논란이 FIFA와 미국을 향했다.
미국의 횡포에도 FIFA는 눈을 감았다. 앞서 미국은 까다로운 비자 발급 및 입국 심사로 도마 위에 올랐다. 외교 갈등을 빚고 있는 이란의 경우 정상적으로 일정을 소화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대표팀 일부 인원에게만 비자를 발급한 데 이어, 이동 제한 조치까지 내렸다. 주장 에흐산 하즈사피는 “FIFA가 나서야 한다” 주장했지만, 별다른 액션은 없었다. 소말리아 출신 오마르 아르탄 국제심판은 미국 비자와 외교관 여권까지 소지했음에도 입국을 거부당했다.
중립성이 지워진 자리, FIFA는 막대한 이익으로 채웠다. 참가국 확대는 수익 증가로 이어졌다. 경기 수가 늘어나면서 중계권, 스폰서십, 마케팅 상품 등도 몸집이 커졌다. 새로 도입된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물 보충 휴식 시간)는 새로운 돈벌이가 됐다. FIFA는 선수 보호 차원이라 설명했지만, 방송사들이 이 시간을 틈타 광고를 대거 송출하면서 거액을 벌었다. 천정부지로 뛰어오른 티켓 가격도 문제다. 이젠 웬만한 일반인들은 관람조차 어려운 대회가 됐다.
반성은커녕, ‘정치 쇼’에 흠뻑 빠진 듯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승전을 현장에서 관람했다. 전용 헬기로 도착해 인판티노 회장과 VIP석에 나란히 모습을 드러냈다. 경기 시작 전 미국의 국가가 울려 퍼졌다. 개최국이라고는 하나, 미국은 이미 16강전서 탈락했다. 그렇다고 공동 개최국인 멕시코, 캐나다의 국가가 연주된 것도 아니다. 시상식에도 등장했다. 심지어 무대 위에서 필요 이상 길게 머물며 우승팀 스페인이 세리머니를 하는 내내 자리를 비켜주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대회다. 전 세계를 하나로 묶었다”며 자화자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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