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으로 남은 월드컵…韓 축구에 몰아치는 후폭풍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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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8개국 중 34위.

 

 한국 축구대표팀이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 받아든 초라한 최종 성적표다. 월드컵 본선 진출국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확대되지 않았다면, 단순한 조기 탈락이 아니라 본선 경쟁력 자체를 의심받을 수준이었다. 역대 월드컵 최하위 성적, 단순 부진을 넘어 한국 축구 행정과 대표팀 운영 전반의 민낯을 드러낸 ‘오명의 성적표’로 남게 됐다.

 

 한국은 지난달 28일 1승2패로 대회 조별리그 탈락을 확정했다. 시작은 좋았다. 1차전 체코를 상대로 2-1 역전승을 거두며 기대감을 키웠다. 사전 캠프부터 진행한 고지대 적응 훈련의 효과도 엿보였다. 하지만 멕시코전에서 0-1로 패했고, 무승부만 거둬도 자력 진출이 가능했던 남아프리카공화국전마저 0-1로 내주며 벼랑 끝에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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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명을 또 남의 손에 맡겼다. 한국은 다른 조 경기 결과를 지켜보며 경우의 수를 따졌다. 하지만 조 3위 상위 8개 팀 안에 들지 못하면서 결국 짐을 쌌다. 홍명보 전 대표팀 감독을 향한 비판은 더 거세게 불었다. 결과도 과정도 납득시키지 못했다. 공들여 준비한 스리백은 상대를 흔들 만큼 날카롭지도, 위기를 막아낼 만큼 단단하지도 못했다. 여기에 라커룸 이슈까지 불거지며 선수단 장악력에도 의문부호가 붙었다. 홍 전 감독은 책임지겠다며 물러났으나, 책임을 약속했던 그의 마지막 설명은 2분 남짓의 사퇴 기자회견으로 갈음됐다.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도 지난 6일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초 대회 폐막 이후 물러날 예정이었으나 각종 논란의 책임에 성적 부진까지 더해지자 사퇴 시기를 앞당겼다. 정 전 회장과 홍 전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은 귀국길서 ‘정몽규, 홍명보 나가’라는 팬들의 외침 속에 북중미 여정을 마무리했다.

 

 거센 비판의 한가운데 섰다.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사방에서 쏟아졌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박지성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K-축구 혁신위원회를 출범해 개혁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대한체육회는 회장 선거인단의 구성을 대폭 늘리는 방향으로 정관을 개정했다. 회원 종목단체 선거 제도의 기준이 되는 만큼 공석 상태인 대한축구협회에도 적용될 변화다. 더불어 회장 궐위 시 잔여 임기가 1년 이상인 경우 60일 이내에 새 회장을 뽑아야 하는 규정도 손볼 예정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도 축구협회에 대한 청문회를 오는 30일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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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팀 새 사령탑을 향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파울루 벤투 전 대표팀 감독과 거스 포옛 전 전북 현대 감독 등이 한국 대표팀 감독직에 관심을 드러냈다. 월드컵 이후 여러 국가에서 감독 교체가 이뤄지면서 새로운 후보군도 거론된다. 한국은 당장 9월 A매치를 앞두고 있고 내년 1월에는 아시안컵에 나선다. 새 회장 선출만큼 새 감독 선임 역시 중요한 과제다.

 

 북중미의 실패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사고가 아니다. 오랫동안 외면한 문제들이 켜켜이 쌓인 끝에 마주한 결과다. 이 사이 축구팬들은 하나둘 경기장을 떠났다. 팬심을 돌리기 위해선 변화가 필요하다. 보여주기식이 아닌 책임 있는 개혁, 공정한 절차로 선출된 능력 있는 리더십, 그리고 장기적인 비전을 품은 시스템 구축이 요구된다. 3박자가 맞물려 톱니바퀴처럼 굴러가야만 비로소 한국 축구도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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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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