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지 않은 결과를 오래 곱씹으며 스스로를 옥죄곤 했다.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그랬다. 이다지도 섬세한 타자가 ‘리셋’하는 법을 익히자, 프로 11년 차에 비로소 최고의 시즌이 따라왔다.
외야수 최원준(KT)은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서 열린 LG와의 2026 신한 SOL KBO리그 후반기 첫 경기에 1번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 1홈런 3타점 1득점 1볼넷을 기록했다. KT는 최원준의 한 방을 앞세워 4-3으로 승리했다.
승부를 가른 장면은 1-1로 맞선 2회초 나왔다. 2사 1, 3루에서 LG 선발투수 앤더스 톨허스트를 상대한 최원준은 우측 담장을 넘기는 시즌 8호 홈런을 터뜨렸다. 이 3점포는 그대로 결승타가 됐다.
앞선 첫 타석에서는 5구 승부 끝에 삼진으로 물러났다. 예전 같았으면 좋지 않았던 스윙을 되짚으며 끝도 없을 고민이 길어졌을 장면이다.
이번에는 달랐다. 최원준은 “원래 그런 스윙으로 삼진을 당하면 고민도 많아지고 걱정을 많이 하는 예민한 성격이었다”며 “지금은 최대한 빨리 잊고 리셋하려 한다. 그러다 보니 다음 타석이나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원준은 올 시즌 유독 ‘마음 비우기’의 힘을 강조한다. 지나간 결과에 얽매이지 않고 빠르게 털어내려는 변화가 타율 1위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이날까지 80경기에서 타율 0.361, 117안타 8홈런 47타점 69득점을 기록하며 10개 구단 타자 가운데 가장 높은 타율을 지키고 있다. KT의 리드오프 역할을 톡톡히 해내면서 올 시즌 최고의 이적생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다.
정작 자신은 순위표와 거리를 둔다. 타격 순위와 안타 순위도 아예 확인하지 않는다. 전광판에 표시되는 타율도 타석에 들어설 때는 의식적으로 보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다. 그는 “지금 본다고 정해지는 게 아니다. 결국 시즌이 끝나야 결정되는 것”이라며 “(타격왕 관련)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상황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했다.
KBO리그에서도 손꼽힐 만큼 섬세한 성격이다. 지난해에는 부진이 길어지며 2군을 오갔고, 좋지 않은 결과를 지나치게 곱씹은 나머지 스스로를 옭아맸다. 이 중압감은 타격뿐 아니라 수비 집중력까지 흔들 정도로 컸다.
휘청이는 마음을 붙잡기 위한 작은 장치도 필요했다. 아내와 상의한 끝에 모자 챙에 ‘초심·행복·웃자·즐겁게’라는 문구를 적었던 것이 대표적이다. 그렇게라도 자신을 다독이며 긴 부진을 견뎌내려 했다.
이제 그의 모자는 깨끗하다. 최원준은 “모자에 아무리 써놓아도 내 마음이 달라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더라”며 “지금은 굳이 적지 않아도 스스로 되새기려고 한다. 사람의 성격이나 성향이 바뀌기는 어렵지만 그렇게 해보려고 정말 많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족의 존재도 변화를 재촉했다. 지난해 자신의 부진을 함께 힘들어한 아내를 보며 결과를 대하는 태도를 바꿔야겠다고 마음먹었다는 설명이다. 다음 달에는 아버지가 된다. 최원준은 “예정일이 다가오고 있다. 딸이 태어난다”며 “야구장에서 계속 힘들어하는 모습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아직 어렵지만 최대한 빨리 털어내려고 연습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법은 단순하다.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고 좋지 않은 결과를 빨리 흘려보내는 데 집중한다. 최원준은 “사람의 성격이나 성향이 쉽게 바뀌지는 않지만, ‘그럴 수 있지’, ‘누구나 실수할 수 있지’라고 생각하려고 정말 많이 노력한다”며 “나라고 늘 완벽해야 하느냐는 마음으로 넘기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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