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집중호우가 번갈아 나타나는 여름철에는 건강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높은 기온과 습도에 오래 노출되면 체온 조절 기능이 무너지면서 열사병이나 열탈진이 발생할 수 있다. 땀을 많이 흘려 탈수와 혈압 저하가 나타나면 어지럼증으로 넘어질 위험도 커진다. 전문가들의 도움말로 여름철 주요 건강 위험과 대처법을 알아봤다.
◆온열질환자 85%가 7~8월 집중… 의식 변화 땐 즉시 병원으로
질병관리청은 여름철 폭염으로 인한 건강 피해를 줄이기 위해 2026년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를 5월 중순부터 운영하고 있다.
온열질환은 폭염이 집중되는 7~8월 급증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온열질환자의 약 85%인 3792명이 이 기간에 발생했다.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일사병과 열사병, 열경련, 탈수성 열탈진 등이 있다.
흔히 ‘더위를 먹었다’고 표현하는 일사병은 더운 환경과 강한 햇볕에 오래 노출돼 체온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면서 발생한다. 땀으로 수분과 전해질이 빠져나가 무력감과 현기증, 두통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환자를 서늘한 곳으로 옮겨 눕힌 뒤 옷을 느슨하게 하고 물이나 이온음료를 마시게 해야 한다. 다만 의식이 없다면 음료를 억지로 먹이지 말고 즉시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열사병은 체온조절 중추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체온이 40도 이상으로 오르고 의식 변화가 나타나는 응급질환이다. 고온다습하고 밀폐된 공간에서 일하거나 운동할 때 발생하기 쉽다. 환자의 옷을 벗기고 찬물이나 냉방기기를 이용해 체온을 낮추면서 신속히 병원으로 후송해야 한다.
열경련은 땀을 많이 흘려 수분과 염분이 부족해지면서 근육에 경련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환자를 그늘에서 쉬게 하고 수분과 염분을 보충하되, 현기증이나 구토가 심하면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채승병 울산엘리야병원 고혈압당뇨병센터 과장은 “온열질환은 기온과 햇빛에 민감한 질환인 만큼 폭염특보 등 일기예보를 확인해야 한다”며 “몸에 이상이 느껴지면 가까운 무더위 쉼터나 실내, 그늘에서 반드시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젖은 바닥만 문제?… 탈수·혈압 저하도 낙상 부른다
낙상은 겨울철 빙판길에서 주로 발생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고령층에게는 여름도 안심할 수 없는 계절이다. 한국소비자원의 ‘2024년 고령자 위해정보 동향 분석’에 따르면 여름철 사고가 4817건으로 가장 많았다.
장마철 젖은 보도블록과 계단, 건물 출입구, 현관과 화장실 바닥은 대표적인 낙상 위험 요소다. 밑창이 닳거나 발뒤꿈치를 잡아주지 못하는 신발은 미끄러질 가능성을 키운다. 우산을 들면 한 손을 사용하기 어렵고 시야도 좁아져 위험이 커진다.
폭염에 따른 탈수와 혈압 저하도 낙상의 원인이 된다. 땀 배출로 체내 수분과 혈액량이 줄면 일어설 때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는 기립성 저혈압이 나타날 수 있다. 이때 눈앞이 캄캄해지거나 다리에 힘이 빠지면 중심을 잃기 쉽다.
이뇨제나 혈압약, 안정제 등을 복용하는 고령자는 탈수 상태에서 어지럼증과 혈압 변동이 심해질 수 있다. 무더위로 식사량과 활동량이 줄어 하체 근력이 약해지는 것도 보행 안정성을 떨어뜨린다.
과도한 냉방과 큰 실내외 온도차도 주의해야 한다. 고령자는 자율신경계 반응과 혈압 조절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급격한 온도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두통이나 어지럼,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
고령자의 낙상은 손목 골절과 척추 압박골절, 고관절 골절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고관절 골절은 수술 후 침상 생활이 길어지면서 폐렴과 혈전, 근감소 등 2차 합병증을 부를 수 있다. 한 번 넘어진 뒤 외출과 운동을 줄이면 하지 근력이 약해져 재낙상 위험도 커진다.
서동현 부평힘찬병원 정형외과 원장은 “탈수와 혈압 저하, 장마철 젖은 바닥처럼 눈에 잘 띄지 않는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여름철 낙상의 원인이 된다”며 “고령층은 한 번 중심을 잃으면 골절로 이어질 수 있어 하체 근력과 균형 감각을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식중독 환자 57%, 여름에 발생… 교차 오염·실온 해동 주의
고온다습한 여름철에는 세균이 빠르게 증식해 식중독과 세균성 장염 위험이 커진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4년까지 발생한 식중독 환자의 57%가 6~9월에 집중됐다. 주요 원인균으로는 살모넬라와 병원성 대장균, 캠필로박터, 장염비브리오균 등이 꼽힌다.
식중독은 상한 음식을 먹을 때만 발생하는 게 아니다. 생닭이나 생고기를 손질한 칼과 도마로 채소·과일을 자르거나, 육류를 만진 손으로 다른 식재료를 다루면 병원균이 옮겨갈 수 있다. 조리 전후에는 비누로 30초 이상 손을 씻고 육류용과 채소용 칼·도마를 구분해야 한다.
냉동식품의 실온 해동도 피해야 한다. 냉장실에서 천천히 녹이거나 밀봉한 상태로 흐르는 찬물을 이용하는 게 안전하다. 특히 해산물과 어패류를 실온에 오래 두거나 충분히 익히지 않으면 장염비브리오균 감염 위험이 커진다.
감염성 장염으로 설사가 나타나면 수분을 충분히 보충해야 한다.
다만 지사제를 임의로 복용하면 병원균과 독소 배출이 늦어져 회복을 방해할 수 있다. 고열과 혈변, 심한 복통이 있거나 영유아·고령자·만성질환자에게 증상이 나타나면 신속히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송경호 일산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여름철에는 식재료 보관과 조리 과정의 위생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원인균에 따라 항생제 치료가 필요한 경우와 피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 증상이 심하면 정확한 검사를 바탕으로 치료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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