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을 둘러싼 각국의 외교전이 부산에서 펼쳐진다. 세계유산 신규 등재를 결정하는 것은 물론, 이미 등재된 유산의 보존 약속 이행 여부까지 국제사회가 함께 점검하는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오는 19일 개막한다.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한국의 한국의 갯벌 확대 등재 여부와 일본 사도광산 문제다. 한국은 세계자연유산의 영역을 넓히기 위한 도전에 나서는 반면, 일본은 세계유산 등재 당시 약속한 조선인 강제동원 역사 반영이 제대로 이행됐는지 국제사회의 검증을 받게 된다.
16일 세계유산위원회에 따르면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오는 19일 개회식을 시작으로 29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다.
이번 회기 의장은 이병현 전 주유네스코 대한민국대표부 대사가 맡는다. 유네스코 집행이사회 의장 등을 지낸 그는 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린 특별 세션에서 의장으로 선출됐다.
회의에는 유네스코 사무총장을 비롯해 세계유산협약 196개 협약국 대표단과 세계유산 전문가 등 약 3000명이 참석한다. 여기에 국내 정부 관계자와 지방자치단체, 학계, 시민단체 등을 포함하면 행사 기간 하루 최대 8000명 안팎이 부산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에서 세계유산위원회가 열리는 것은 1988년 세계유산협약 가입 이후 처음이다. 정부는 이번 회의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문화유산 보존 분야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규 세계유산 34건 심사…한국은 ‘갯벌 확대’ 등재 추진
이번 회의에서는 신규 세계유산 등재 심사 34건을 포함해 모두 181개 안건이 논의된다.
신규 심사 대상에는 일본 아스카·후지와라 궁도와 프랑스 노르망디 상륙작전 해안, 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우즈베키스탄이 공동 신청한 실크로드 유산 등이 포함됐다. 역사적 가치뿐 아니라 국가 간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사안이 적지 않아 치열한 외교전도 예상된다.
한국은 2021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갯벌 확대 등재를 추진한다. 기존 보성~순천갯벌, 신안갯벌, 고창갯벌, 서천갯벌에 여수·고흥·무안·서산 갯벌을 추가하는 것이 핵심이다.
확대 등재가 확정되면 한국의 갯벌은 보성~순천~여수~고흥갯벌, 신안~무안 탄도만 갯벌, 무안 함해만 갯벌, 고창갯벌, 서천갯벌, 서산갯벌 등 6개 구성요소를 아우르는 연속유산으로 확대된다.
갯벌은 생태적 가치뿐 아니라 경제적 가치도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해양수산부는 관광과 휴양 등 문화서비스 가치가 연간 약 1조원에 이르며, 자연정화 기능의 경제적 가치는 연간 약 16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탄소 흡수량은 연간 약 49만톤에 달하고 자연 방파제 역할도 수행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생물다양성 역시 뛰어나다. 한국의 갯벌에는 2169종의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102종의 이동성 물새가 중간기착지로 이용하고 있다. 수산자원 생산 기능도 우수해 연간 약 9만톤의 수산물을 생산하며 경제적 가치는 약 4331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된다.
◆사도광산 후속 조치도 쟁점…강제동원 역사 반영 여부 주목
이번 회의에서는 일본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이후 약속 이행 상황도 주요 관심사다. 사도광산은 2024년 세계유산에 등재됐으며, 올해는 기존 세계유산의 보존·관리 현황을 점검하는 보존관리의제에 포함됐다.
사도광산은 1940년부터 1945년까지 약 1519명의 조선인이 강제 동원돼 노동한 장소로 알려져 있다. 등재 당시 일본은 ‘광산 개발 모든 기간에 걸친 유산의 전체 역사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해석·전시 전략’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에도시대뿐 아니라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동원 역사까지 현장에서 충실히 반영해야 한다는 의미 담고 있다.
당시 일본은 한국과 긴밀히 협의하며 권고 사항을 충실하게 이행하고 전시시설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최근 위원회에 제출한 사도광산 보존현황 보고서에는 조선인 강제동원 역사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도광산 인근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의 조선인 노동자 생활 전시실과 기숙사터 안내판 설치 내용 등이 간략히 담겼지만, 강제동원을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표현은 빠져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세계유산위원회는 일본이 해석·전시 전략과 관련해 일부 추가 조치를 취한 점은 인정하면서도 유산의 전체 역사를 충실히 다루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결정문안을 지난 15일 공개했다.
아울러 일본 정부가 관련 진전사항을 세계유산위원회 사무국인 세계유산센터에 정기적으로 보고하고, 오는 2027년 11월1일까지 이행사항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제출된 보고서는 2028년 열리는 제50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검토될 예정이다.
세계유산위원회가 이번에 공개한 결정문안은 이번 회의에서 위원국 논의를 거쳐 컨센서스(합의) 방식으로 최종 채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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