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현장] 자기혐오 딛은 권진아 “자기 자신 사랑 어려워도”…록으로 건넨 위로

가수 권진아가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몬스터를 열창하고 있다. 신정원 기자

감성적인 발라드로 사랑받아온 싱어송라이터 권진아가 데뷔 후 처음으로 록 장르에 도전하며 새로운 음악적 변신에 나섰다. 자기혐오를 주제로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다는 마음을 이번 앨범에 담았다.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NOL 씨어터 합정 동양생명홀에서는 권진아의 세 번째 미니앨범 '세이브 미(SAVE ME)' 발매 기념 미디어 쇼케이스가 열렸다.

 

세이브 미는 지난해 4월 발표한 정규앨범 '더 드리미스트(The Dreamest)' 이후 약 1년 3개월 만에 선보이는 신보다.

 

이번 앨범에는 인생의 수많은 고비와 복잡한 관계 속에서도 결국 자신을 지키고 구원하는 존재는 타인이 아닌 '나 자신'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기존의 감성적인 발라드에서 벗어나 록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우며 권진아의 새로운 음악적 방향성을 보여준다.

 

권진아는 록 사운드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그동안 앨범에서 속 이야기를 할 때 한두트랙 정도는 록 사운드를 사용해왔다. 그러다 이번에 깊은 내면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밴드 사운드로 트랙을 채웠다. 제 또래의 사람들에게 위로와 공감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 안에 있는 일부를 꺼낸 작업이고, 헤비 메탈은 아니니까 어렵지 않게 들으실 수 있을 것"이라며 "제가 가진 팝적인 성격 안에서 보여줄 수 있는 록 사운드"라고 소개했다.

어나더 제공

앨범에는 타이틀곡 '몬스터(MONSTER)'를 비롯해 '후 캔 체인지(WHO CAN CHANGE)', '레인 온 미(Rain on me)', '87데이즈(87days)', '돈 세이브 미(Don't Save Me)' 등 총 5곡이 수록됐다.

 

타이틀곡 몬스터는 마음속 깊이 자리한 자기혐오를 마주하고 이를 극복해 스스로를 구원하자는 메시지를 담은 록 넘버다. 강렬한 밴드 사운드와 시원하게 뻗는 록 보컬, 페스티벌을 연상시키는 떼창 구간을 통해 해방감을 선사한다.

 

권진아는 "자기혐오 주제는 예전부터 이야기하고 싶었다. 작년에 정규 앨범을 발라드로 채우고 대중분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곡을 배치했다면, 이번엔 진짜 제가 하고 싶은 얘기가 담겼다"며 "이상하게 깊은 얘기를 할 땐 일렉기타의 소리가 정서와 잘 맞는다고 생각해 강렬한 밴드 사운드로 꾸몄다"고 소개했다.

 

이어 뮤직비디오에 담긴 자신의 이야기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권진아는 "어렸을 때 데뷔를 하면서 제 얼굴도 싫고, 몸매도 싫고, 목소리도 싫었던 적이 있었다. 거기서 빠르게 벗어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다이어트라 생각했고, 이후엔 체형 강박에 오랜시간 시달렸다. 거식증과 폭식증을 앓았다"며 "자기혐오 서사에서 그 부분을 뺄 수가 없었고, 그래서 뮤직비디오에도 담게 됐다. 건강한 몸이 좋은 건 맞지만, 다양한 체형보다는 마르고 예쁜 모습만 더 많이 찬양하는 분위기가 있지 않나. 저 역시 그런 시선에서 아직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이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이 저는 잘 안와닿더라"라며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게 어렵고, 못 하더라도 내일을 위해 살아가자'는 얘기가 더 현실적이고, 그런 마음으로 위로를 보내고 싶었다"고 전했다.

가수 권진아가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몬스터를 열창하고 있다. 신정원 기자

선공개곡 레인 온 미는 사랑의 비대칭성 속에서 길을 잃은 이별의 감정을 록 사운드의 애절함으로 풀어낸 곡이다.

 

타이틀곡보다 먼저 공개한 이유에 대해 권진아는 "장르 변화에 대한 완충 역할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제일 먼저 작업이 완료됐던 곡이기도 하고. 장마가 길다고 하는데 잘 됐다 싶었다"며 "사실 도입부는 5년 전에 써놨는데 이제야 마무리를 하게 됐다. 생각보다 잘 나와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87데이즈는 기존 작법에서 벗어나 특정한 상황을 상상하며 영화처럼 이야기를 풀어낸 곡이다. 생존을 범죄로 낙인찍는 세상을 향해 탈옥수의 시선으로 던지는 재기발랄한 반항을 담았으며, 유일하게 영어 가사로 구성된 점도 특징이다.

 

앨범의 마지막 트랙 돈 세이브 미는 종말의 순간까지 서로를 놓지 않는 사랑을 노래한다.

 

권진아는 "가사가 디스토피아 적이다. 멸망하는 순간까지도 사랑하는 두 사람을 그린 곡"이라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 중 한명으로서 제가 잘 하는 음악으로 세상을 좋게 만들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고, 자기 구원의 서사에서 그 방식이 순응이나 타협이 아니라 아직은 반항하고 도전하는 그런 맥락으로 생각해서 돈 세이브 미를 마지막 트랙으로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앨범에서 권진아는 수록곡 5곡 전곡의 작사와 작곡에 참여했다. 장르적 변신에 그치지 않고 자신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직접 음악으로 풀어내며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역량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데뷔 10주년을 맞은 그는 이제 새로운 10년을 준비하고 있다.

 

권진아는 "지금까지 해온 것보다 더 할게 많더라. 알앤비도 좋아하는데, 그 장르로 앨범을 내보고도 싶고, 내년 봄쯤엔 마음이 편안하고 잔잔한 어쿠스틱한 앨범도 내보고 싶다"며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기대를 전했다.



신정원 기자 garden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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