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냉방을 오가는 여름철에는 두통, 어지럼,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에어컨 바람을 오래 쐤거나 찬 음료를 자주 마셔 컨디션이 떨어졌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생리량이 많아졌거나 기간이 길어진 여성이라면 단순한 냉방병이나 더위 탓으로만 넘기지 않는 게 좋다.
자궁근종으로 인한 과다월경과 빈혈 증상이 여름철 컨디션 저하로 가려질 수 있어서다. 특히 어지러움, 숨찬 증상, 무기력, 창백함, 두근거림 등이 생리 전후로 반복된다면 몸이 보내는 신호를 구분해볼 필요가 있다.
김하정 민트병원 여성의학센터 원장(산부인과 전문의/의학박사)은 “여름에는 냉방, 수면 부족, 탈수 등으로 피로와 어지럼증을 흔히 겪지만, 생리량 증가나 덩어리혈, 생리 기간 연장이 함께 나타난다면 자궁근종에 따른 생리과다와 빈혈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며 “증상이 반복되는데도 계절 탓으로만 넘기면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냉방병처럼 느껴지는 피로, 생리 패턴이 단서
여름철 냉방 환경은 몸의 리듬을 흔들기 쉽다. 실내외 온도차가 크고, 차가운 음료 섭취가 늘며, 열대야로 수면의 질이 떨어지면 피로감이나 두통, 소화불량이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여름에 나타나는 어지럼과 무기력은 흔히 ‘냉방병’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자궁근종으로 인한 빈혈 증상도 이와 비슷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자궁근종은 자궁 근육층에 생기는 양성 종양으로, 위치와 크기, 개수에 따라 증상이 다르게 나타난다. 증상이 없는 경우도 많지만, 근종이 자궁내막 가까이에 있거나 자궁강을 변형시키면 생리량이 늘고 생리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
이때 반복적인 출혈은 철분 부족과 빈혈로 이어질 수 있다. 빈혈이 생기면 계단을 오를 때 숨이 차고, 쉽게 피곤해지며, 앉았다 일어설 때 어지럽거나 가슴이 두근거릴 수 있다. 여름에는 이런 증상이 더위나 냉방 탓으로 묻히기 쉬워 주의가 필요하다.
김 원장은 “자궁근종은 특히 여름에 증상 해석이 흐려지기 쉽다”며 “평소보다 생리대를 자주 교체하거나 밤에도 생리량 때문에 잠에서 깨는 경우, 덩어리혈이 반복되는 경우에는 단순 컨디션 문제가 아닌 자궁근종 및 자궁선근증, 내막증 등에 의한 과다월경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근종과 과다월경’의 연결고리
자궁근종으로 인한 과다월경은 단순히 “혹이 있어서 피가 많이 난다”는 식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최근에는 근종이 주변 자궁내막 환경에 영향을 주고, 출혈과 관련된 생물학적 변화가 함께 작용할 수 있다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2025년 국제학술지 ‘커뮤니케이션스 메디신’에 발표된 연구는 자궁근종 환자의 근종 조직, 자궁근육층, 자궁내막 조직을 함께 분석했다. 연구진은 근종의 유전적 변화와 자궁내막의 분자적 변화가 연결될 수 있으며, 이것이 비정상 자궁출혈과 관련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는 자궁근종 치료에서 단순히 크기만 볼 것이 아니라 출혈 증상, 근종의 위치, 자궁내막과의 관계를 함께 살펴야 한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김하정 원장은 “작은 자궁근종이라도 자궁내막 가까이에 있으면 생리량 증가와 빈혈을 만들 수 있고, 크기가 큰 근종이라도 위치에 따라 증상이 크지 않을 수 있다”며 “자궁근종은 크기 하나로 판단하기보다 위치, 개수, 혈류, 자궁내막 변형 여부를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궁근종 진단은 문진과 함께 골반초음파 또는 골반MRI를 보면서 혹의 여부를 확인하고 근종의 크기, 위치, 개수, 혈류량 등을 파악해 호르몬치료, 자궁경수술, 복강경수술, 로봇수술, 색전술 등의 적절한 치료 방향을 찾아갈 수 있다.
단순히 계절 영향이라고 넘기지 말고 생리과다, 덩어리혈, 빈혈 증상이 심하다면 매달 생리 증상을 체크하고 차가운 음료나 너무 추운 온도의 노출을 삼가야 한다. 증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될 시 여성병원을 찾는 것이 병을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 방향을 찾아가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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