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정보통신망법 시행령이 전격 시행되면서 국내외 대형 플랫폼과 빅테크 업계가 거대한 규제 시험대에 올랐다. 정부가 먼저 심의해 삭제하는 게 아니라 플랫폼 기업이 신고를 받아 1차로 가려내는 구조이기 때문에 운영 체계 전반의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개정안은 하루 평균 이용자 수(DAU) 100만명 이상인 대규모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불법·허위조작정보 대응 체계 마련을 의무화했다. 규제 대상에는 네이버, 카카오, 네이트, 다음 등 국내 기업은 물론 구글(유튜브), 메타, 엑스(X), 틱톡 등 해외 기업도 포함됐다.
기존처럼 이용자 신고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수준을 넘어 플랫폼이 자체적인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점에서 사업자들의 부담은 이전보다 커졌다. 조치 내용과 운영 현황을 담은 투명성 보고서도 공개해야 하기 때문에 플랫폼 운영이 더 이상 내부 판단에만 머물 수 없게 됐다.
◆네이버·카카오, 신고센터 신설…운영정책도 손질
13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카카오 등 일부 기업은 법 시행에 맞춰 신고·처리 체계를 손보는 등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네이버는 법 시행 하루 전인 지난 6일 고객센터 내에 불법정보 및 허위조작정보 신고 접수 기능을 반영하며 전용 신고센터를 신설했다. 블로그나 카페, 뉴스 댓글, 치지직 등 공개형 서비스에서 신고가 접수되면 게시물 운영정책과 자율규제 기준에 따라 조치 여부를 검토한다. 허위조작정보를 게시물 제한 사유로 명시했고, 이를 알면서도 손해를 끼칠 의도 또는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이를 유통해 타인의 인격권이나 재산권,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는 경우 해당 게시물을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을 서비스 운영정책에 담았다.
카카오는 고객센터와 신고센터에 허위·조작정보신고 창구를 신설했다. 기존 유해정보, 권리침해, 불법촬영물 신고 체계에 관련 항목을 추가해 개별 서비스별로 신고를 접수받고 있다. 카카오톡의 경우 사적 성격이 강한 일반 대화방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불특정 다수가 참여하는 오픈채팅 등 공개성이 있는 서비스는 신고 대상이 될 수 있다. 서비스 운영정책에도 ‘타인에게 손해를 끼치거나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허위조작정보를 유통해 공공의 이익 또는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를 금지사항으로 신설했다.
다음 서비스를 운영하는 AXZ 역시 카카오와 마찬가지로 허위조작정보 유통 행위를 금지 대상에 포함하며 고객센터에 불법허위정보신고 항목을 추가했다. 다음 카페, 뉴스, 티스토리 등 공개형 서비스 게시물 신고가 가능하다.
◆글로벌 빅테크도 대응 착수…기존 체계 보완
해외 기업인 구글과 메타는 기존 운영 절차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유튜브는 국내 법률 위반 가능 콘텐츠에 대한 신고 절차를 정비했다. 상표, 위조품, 개인정보, 명예훼손, 저작권 등 법적 신고 양식을 운영하고 있는 유튜브는 어떤 양식을 이용해야 할지 불명확한 경우 ‘기타 법적인 문제’ 양식을 활용해 국가별 법률 위반 가능 콘텐츠를 신고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테러 방지와 외설, 증오심 표현 등이 예시로 거론됐다.
유튜브는 신고 검토 과정에서 현지 법적 사안을 고려하고 경우에 따라 법원 명령이나 관련 당사자 또는 공식 법적 대리인의 신고를 요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국내 정통망법 시행에 맞춘 허위조작정보 전용 신고창구라기보다 국가별 법률 위반 가능 콘텐츠에 대한 기존 법적 신고 절차를 개정법 시행에 맞춰 보완한 조치로 풀이된다. 구글 역시 법 시행에 맞춰 관련 신고 페이지를 업데이트했다.
메타의 경우 기존에도 허위조작정보로 의심되는 게시물에 대한 신고 창구를 운영해 왔다. 다만 법 시행에 맞춰 허위·조작 정보 신고 양식을 안내하고, 필요한 경우 추가 정보를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추가 게재했다. 틱톡도 기존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에 게시하는 사람의 의도와 상관없이 개인이나 사회에 상당한 피해를 미칠 수 있는 허위정보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위반 콘텐츠에 대한 조치는 물론 커뮤니티 가이드라인 집행 보고서를 통해 차단 건수도 공유한다.
◆사실·허위 뒤섞인 ‘회색지대’ 판단이 관건
주요 플랫폼들은 그동안에도 코로나19 백신 음모론이나 선거 기간 딥페이크, 사칭 계정, 조작된 후기·리뷰 등 허위성이 비교적 명확한 콘텐츠에 대해서는 자체 운영정책에 따라 삭제하거나 노출을 제한해 왔다. 다만 이제는 관련 절차가 법제화된 만큼 명백한 불법 정보가 아닌 사실과 의견, 풍자와 조작, 정치적 주장과 허위정보가 뒤섞인 영역에서의 판단이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법적 판단도 엇갈릴 수 있는 사안을 플랫폼이 초기 단계에서 가려내야 하는 셈이다.
사실과 허위정보가 뒤섞인 콘텐츠는 사업자마다 운영정책에 따라 다른 결론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적극적으로 조치하면 과잉 차단 논란을 부를 수 있고, 유연하게 접근한다면 반대로 허위정보를 방치했다는 비판이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
특히 뉴스 댓글이나 카페, 오픈채팅 등 이용자 참여 서비스가 많은 플랫폼은 악의적인 대량 신고에도 대비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단순히 신고 횟수만으로 조치하기보다 게시물의 내용과 작성 의도, 공익성, 고의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절차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회적 이슈나 정치·경제 관련 콘텐츠는 삭제 여부 자체가 이용자 반발이나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어 플랫폼의 책임과 부담도 한층 커질 전망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은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삼을 계획이다. 기업 스스로 결정하기 힘든 사안은 KISO 내부 특별위원회를 거친다. 정부는 사실확인단체와 추후 설립될 정보투명성센터 등을 통해 판단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대규모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 인증을 받은 사실확인단체와 협약을 체결해 허위조작정보 검증을 지원받을 수 있다.
현재 국내 인증 단체는 JTBC 1곳이며 추가로 3개 기관이 인증 절차를 진행 중이다. 또한 대규모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감독과 사실확인단체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투명성센터도 28억원 규모의 예산 확보를 추진해 새롭게 운영할 예정이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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