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 국제피아노콩쿠르 우승 이후 세계 무대를 누벼온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여전히 ‘어떤 곡을 어떻게 들려줄 것인가’를 가장 오래 고민한다. 화려한 이력보다 음악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그는 이번 여름 준비한 두 차례 공연에 지금 자신의 음악과 고민을 고스란히 담아낼 예정이다.
9일 조성진은 롯데콘서트홀 개관 10주년을 맞아 2026년 인 하우스 아티스트로 활동하게 된 소감에 대해 “한 번의 공연을 준비하는 것보다 조금 더 긴 시간 동안 관객들에게 제가 고민하고 있는 음악을 보여드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인 하우스 아티스트는 롯데콘서트홀이 2021년부터 운영 중인 상주음악가 프로그램이다. 연주자에게 단순히 공연 무대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공연 기획과 프로그램 구성, 음악적 방향성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특징이다.
2015년 쇼팽 국제피아노콩쿠르 우승 이후 세계 무대에서 활약해 온 조성진은 베를린 필하모닉과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에서도 상주 아티스트를 맡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조성진은 상주음악가의 진정한 의미는 공연 횟수가 아니라 함께 음악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순히 협연이나 연주의 횟수보다 프로그램을 함께 구상하고 악단의 음악가들과 반복적으로 만나며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서로의 생각을 듣고 조율하면서 하나의 방향성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무대 위에서만이 아니라 음악을 만들어가는 전 과정에 참여해야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가 더 온전하게 전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시리즈는 두 개의 공연으로 구성된다. 오는 14일에는 세계 정상급 연주자들과 함께하는 체임버 콘서트, 19일에는 조성진의 음악 세계를 오롯이 만날 수 있는 피아노 리사이틀이 열린다.
특히 체임버 콘서트에는 베를린 필하모닉 악장 다이신 카시모토를 비롯해 클라리넷 수석 벤젤 푹스, 호른 수석 슈테판 도어, 비올리스트 박경민, 첼리스트 키안 솔타니가 함께 무대에 오른다. 브람스의 호른 삼중주 e플랫장조, 클라리넷 삼중주 a단조, 피아노 사중주 제1번 g단조를 통해 서로 다른 편성과 음색이 만들어내는 실내악의 깊이를 선보일 예정이다.
조성진은 함께할 연주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실력보다 ‘호흡’을 우선으로 고려했다. 그는 “무대를 함께하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수준보다 서로 간 호흡, 음악을 대하는 서로의 태도가 중요하다. 신뢰를 바탕으로 더 풍부한 음악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번에 함께하는 연주자들은 오래전부터 같이 협연해왔던 아주 가까운 분들”이라고 소개했다.
19일 리사이틀은 조성진의 새로운 음악적 도전을 엿볼 수 있는 자리다. 바흐 파르티타 제1번 B플랫장조, 쇤베르크 피아노 모음곡, 슈만 빈 사육제의 어릿광대, 쇼팽 14개의 왈츠를 통해 시대를 넘나드는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특히 바흐와 쇤베르크는 그동안 자주 연주하지 않았던 레퍼토리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조성진은 자신의 변화에 맞는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는 “아직 연주하지 못한 좋은 곡들이 정말 많다”며 “시간이 지나면 사람의 생각도 바뀌고 같은 곡도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특정한 무언가에 도전하기보다 그때그때 나의 흐름에 맞는 이야기를 음악으로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연주자는 관객에게서 좋은 에너지를 받고 또 새로운 목표를 만들어간다. 더운 여름이지만 공연장에서 함께 음악을 즐겨주면 좋겠다”고 공연에 많은 관심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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