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워있을 땐 멀쩡한데 일어나기만 하면 심장이 쿵쾅거리고 어지러우신 분들이 있습니다.
병원에 가서 혈액 검사, 심장 검사 다 해봤는데 정상이라는 말만 듣고 의지가 약해서 그런다는 이야기를 듣거나,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불안이나 공황에 대한 검사와 약물치료를 해야 한다는 처방을 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단순히 여러분의 의지 문제나 꾀병이 아니라 자율신경계가 보내는 SOS 신호인 자율신경 조절 이상, 그 중에서도 ‘POTS’ 라는 질환일 수 있습니다.
POTS(Postural Orthostatic Tachycardia Syndrome)라는 진단명은 체위성 기립성 빈맥 증후군입니다. 사람이 일어서면 중력 때문에 피가 아래로 쏠립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자율신경계가 혈관을 수축 시켜서 피를 머리까지 올려 보내야 합니다.
하지만 POTS 환자들은 이 조절 메커니즘인 자율신경이 관여하여 혈액순환 및 혈관탄성도를 조절하는 순환 시스템이 고장 난 상태입니다. 그래서 일어설 때 심박수가 과도하게 증가하고 이로 인해 어지러움, 두근거림, 피로감, 브레인포그 같은 증상이 생기는 자율신경계 질환의 일종입니다.
기립성 저혈압과 POTS는 모두 ‘뇌 혈류 저하’라는 현상은 유사하지만 몸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그에 따른 해결책이 완전히 다릅니다.
기립성 저혈압은 기립 시 중력에 의해 하체로 쏠린 혈액을 자율신경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여 혈관 수축을 통해 하체에서 머리 방향으로 혈액을 짜 올려야 하는데, 이 시스템이 아예 작동하지 않는 상태입니다.
이는 기립 시 혈압이 뚝 떨어지는데 수축기 혈압 기준 20, 이완기 혈압 기준 10 이상 하락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이런 경우 일반적인 치료는 혈압을 올리는 약을 사용하거나 수분 배출을 줄여주는 약을 사용합니다.
반면 POTS 는 자율신경이 작동하지 않는 것이 아닌 혈압을 어떻게든 유지하려고 교감신경을 과도하게 흥분시키는 상황입니다. 즉, 심장을 억지로 엄청나게 빨리 뛰게 만들어서 겨우 혈압을 방어해 내는 것인데 그러다 보니 혈압은 정상인데, 심박수만 분당 30회 이상 폭발적으로 상승합니다. 이 경우 약물 치료는 혈압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심박수를 줄이는 베타블로커 등이 사용됩니다.
쉽게 비유하자면, 기립성 저혈압은 차에 연료(혈압)가 떨어져서 시동이 꺼지는 것이고, POTS는 연료는 간당간당하게 있는데 심장이라는 엔진이 과열돼서 연기가 나는 상태입니다. 즉 치료법도 기립성 저혈압은 연료를 채우고 밀어주는 약을 쓰고, POTS는 엔진을 식혀주는 약을 쓰는 것입니다.
최근 POTS가 이슈가 되는 이유를 세 가지 정도로 분석해보겠습니다. 먼저 롱코비드 이후 빠른 심박수, 어지러움, 피로감 같은 자율신경계 이상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또한 젊은 연령층, 특히 여성에서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증상으로도 보고가 많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POTS는 공황장애·불안장애·만성피로·심장질환으로 오해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이런 현상이 빈번해지다 보니 미국의 의료와 건강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NIH에서도 이와 관련한 많은 수의 조사와 연구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POTS 자가 진단법으로 집에서 할 수 있는 홈 버전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자리에 편하게 누워서 5분간 누운 상태에서 마음을 안정시키고 스마트워치나 혈압계로 누워있을 때의 안정 시 심박수를 측정해봅니다.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벽에 살짝 기대어 바른 자세로 가만히 서 있습니다.
이때, 움직이거나 걸어 다니지 마시고요. 10분 동안 심박수 관찰: 2분, 5분, 10분 단위 측정 후 일어선 지 10분 이내에 심박수가 누웠을 때보다 30회 이상(19세 미만 소아·청소년은 40회 이상) 상승하거나, 분당 심박수가 120회 이상으로 올라가면 POTS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일상에서 당장 바꿀 수 있는 치료 및 관리법으로 수분과 염분 섭취,하체 운동이 중요합니다.
POTS는 공황장애, 불안장애, 심장질환, 브레인포그, 만성피로 등과 비슷한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자율신경기능장애입니다. 정신과 치료나 약물만으로 호전되지 않거나 부작용이 큰 경우, 신경계 오작동에 따른 POTS 가능성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POTS를 평생 약물이나 침상 생활이 필요한 불치병으로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최근에는 성상신경차단술(SGB)을 통해 과활성화된 교감신경계를 조절하고 자율신경 균형 회복을 돕는 치료 가능성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글=오민철 오상신경외과 대표원장(신경외과 전문의), 정리=정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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