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들의 시간표가 ‘미래 설계’로 옮겨가는 것일까. 외야수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이름까지 트레이드 시장에 등장했다. 부진해서가 아니다. 팀 사정과 높아진 선수 가치가 맞물린 결과다.
미국 매체 ESPN은 최근 2026시즌 미국 메이저리그(MLB) 트레이드 데드라인 후보 100명을 공개하면서 이정후를 7위에 올렸다. 단순 이적 가능성 순위가 아니라 선수의 트레이드 가치와 남은 시즌 영향력 등을 반영한 평가다.
이뿐만이 아니다. MLB닷컴도 앞서 샌프란시스코의 움직임에 주목한 바 있다. 샌프란시스코가 지난달 중순부터 일부 베테랑 선수들의 트레이드 가능성을 열어뒀고, 더 큰 폭의 매각을 택한다면 이정후 역시 논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팀의 저조한 성적표 때문일 터. 샌프란시스코는 7일 기준 38승52패(승률 0.422)로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4위에 머물러 있다. 선두 LA 다저스와는 21경기 차다. 야구 통계 사이트 팬그래프스가 매긴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도 1.3%에 그친다. 가을야구 경쟁보다 전력 재편에 무게를 두는 ‘셀러(파는 팀)’로 돌아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ESPN이 내놓은 명단에서도 이 분위기가 드러난다. 트레이드 후보 100명서 샌프란시스코 선수는 7명이나 포함된 것. 루이스 아라에스, 맷 채프먼, 로비 레이 등 주축 선수들이 이름을 올린 가운데 이정후는 팀 내 가장 높은 순위에 자리했다. 단순 정리 대상이 아니라, 시장에서 확실한 대가를 기대할 수 있는 카드로 평가받는 셈이다.
매력적인 카드로 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이정후는 구단이 장기 전력으로 보고 품은 선수다. 2024시즌을 앞두고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 시스템을 통해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300만 달러(약 1713억원)의 대형 계약을 맺었다. 2027시즌 뒤 다시 FA 시장에 나갈 수 있는 옵트아웃 조항도 갖고 있다.
올 시즌 활약이 가치를 한층 끌어올렸다. 이정후는 타율 0.315를 작성해 이 부문 MLB 전체 5위, NL 3위에 올라 있다. ESPN은 높은 타율과 함께 낮은 삼진율(9.1%) 역시 주목했다. 외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요소로 꼽았다.
ESPN은 샌프란시스코가 실제로 이정후를 시장에 내놓는다면 “큰 대가를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더불어 이정후의 트레이드 가능성을 두곤 50%로 점쳤다.
현지 팬덤의 반응은 복잡하다. 샌프란시스코 소식을 다루는 팟캐스트 ‘자이언츠 핫 테이크스’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 이정후를 보내는 일은 큰 아픔이 따르겠지만, 정말로 ‘큰 대가’를 받을 수 있다면 어떤 선택도 쉽게 거절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물론 트레이드가 현실화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건 샌프란시스코가 당초 세워 둔 시즌 방향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팀이 ‘현재’를 접고 ‘미래’를 택하는 순간, 이정후의 거취를 둘러싼 시선도 당분간 잦아들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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