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노메논 오는데, 앉을 자리가 없다 [K-팝 공연장의 숙제]

서울시내 K팝 용품 판매점에 아이돌 그룹 응원봉이 진열되어 있다. 뉴시스 제공
서울시내 K팝 용품 판매점에 아이돌 그룹 응원봉이 진열되어 있다. 뉴시스 제공 

 

 K-팝은 이미 세계 음악 시장의 중심에 섰지만, 정작 안방인 한국에는 이를 담아낼 공연장이 없다.

 

 JYP엔터테인먼트 설립자 박진영은 지난해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함께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임명됐다. 박 위원장은 “2027년 12월부터 매년 국내에서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2028년 5월부터는 세계 주요 도시를 순회하는 글로벌 페스티벌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팬(Fan)과 현상(Phenomenon)을 결합한 ‘페노메논(FANOMENON)’이라는 글로벌 페스티벌 개최를 통해 K-팝의 확장을 시도하겠다는 포부다. 

 

 미국 최대 음악 페스티벌 코첼라에 버금가는 한국판 코첼라의 청사진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를 위해 박 위원장의 주도로 하이브·SM엔터테인먼트·JYP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가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다. 박 위원장은 올 초 JYP 사내이사직도 내려놓았다.

 

이재명 대통령, 박진영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 스트레이 키즈, 르세라핌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 박진영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 스트레이 키즈, 르세라핌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페노메논이 모델로 삼는 코첼라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콜로라도 사막에서 2주간 개최되는 축제로, 매년 약 25만명의 관객이 찾는다. 축제 기간에는 사막 위에 광활한 임시 도시가 세워진다. 메인 스테이지를 포함해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는 공연은 관객에게 선택권을 제공한다. 공연뿐 아니라 음식·편의 시설과 의료시설, 전 세계 유명 브랜드들은 앞다퉈 입점을 노린다. 단순한 음악 행사를 넘어 거대한 산업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한 행사다.

 

  대한민국 K-팝의 심장부라 불리는 서울과 수도권의 공연 현실은 미숙하다. 그나마 최대 수용 인원을 자랑하던 잠실 주경기장마저 리모델링에 들어가면서 최근 국내 대형 콘서트는 고양·인천 등 외곽을 전전하는 신세다. 코첼라가 사막 위에 도시를 세우는 동안 K-팝의 본고장은 무대를 찾아 헤매고 있는 셈이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 동측광장에서 열린 2024 강남페스티벌 '영동대로 K-POP 콘서트'에서 화려한 조명속에 아이돌 그룹의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뉴시스 제공
서울 강남구 코엑스 동측광장에서 열린 2024 강남페스티벌 '영동대로 K-POP 콘서트'에서 화려한 조명속에 아이돌 그룹의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뉴시스 제공

문제는 이마저도 임시방편일 뿐이라는 점이다. KSPO돔이나 고척 스카이돔은 대관 스케줄이 비좁아 매주 대관 전쟁이 펼쳐진다. 체육시설은 공연보다 주목적인 스포츠 경기 일정이 우선이다. 설상가상으로 야외 공연장인 고양, 인천은 계절과 날씨의 영향이 치명적이다.

 

 해외 팝스타들이 공연장 부재를 이유로 한국 투어를 건너뛰는 일명 ‘코리아 패싱’이 일어나기도 한다. 실제로 대형 공연장의 부재로 테일러 스위프트는 한국 공연을 포기했다. 2023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포스트 말론의 내한 공연은 임시무대 탓에 시야 제한 등을 이유로 관객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처럼 ‘한국판 코첼라’라는 수식어를 꿈꾸기엔 갈 길이 멀다. 힘찬 포부와 달리 현장에서는 공연장 부족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콘텐츠의 격은 글로벌 톱티어로 올라섰지만 이를 담아낼 안방의 그릇은 여전히 멈춰 있기 때문이다.

 

 당장 1년여 앞으로 다가온 페노메논의 청사진 앞에 고질적인 국내 공연장 부족 현상은 거대한 장벽이다. 수조원의 경제 효과를 창출하는 국가 전략 산업으로 대접받으면서도, 정작 대형 공연장 확보에서는 여전히 후순위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정부와 가요계가 마주한 골든타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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