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이 시큰거리고 계단을 오르내릴 때 통증이 느껴져도 “나이 들면 다 그렇다”며 넘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반복되는 무릎 통증은 퇴행성관절염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퇴행성관절염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400만 명을 넘어섰다. 특히 60대 이상 여성에서 진료 비중이 높다. 여성은 폐경 이후 호르몬 변화, 근육량 감소, 하지 정렬 변화, 쪼그려 앉는 생활 습관 등이 겹치며 무릎 관절에 부담이 커지기 쉽다.
연골은 한 번 손상되면 스스로 회복되는 능력이 제한적이다. 통증이 심해진 뒤 치료를 시작하기보다 초기 단계에서 진행을 늦추는 것이 중요하다. 박세원 경산중앙병원 정형외과 과장의 도움말로 퇴행성관절염의 초기 신호와 관리법을 알아봤다.
◆퇴행성관절염, 왜 여성에게 더 흔할까
무릎 관절 안에는 뼈와 뼈 사이의 마찰을 줄이고 충격을 흡수하는 연골이 있다. 퇴행성관절염은 이 연골이 서서히 닳고 얇아지면서 관절 안에 염증과 통증이 반복되는 만성 질환이다.
원인은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다. 노화가 가장 큰 위험 요인이지만 비만, 과거 무릎 부상, 반복적인 쪼그림 자세, 과도한 계단 이용, 무릎 주변 근육 약화가 연골 마모를 앞당길 수 있다.
여성에게 더 흔한 이유도 복합적이다. 폐경 이후 에스트로겐이 줄면 연골과 관절 주변 조직을 보호하는 기능이 약해질 수 있다. 여기에 남성보다 평균 근육량이 적고, 중년 이후 대퇴사두근이 빠르게 약해지면 무릎에 가해지는 충격을 근육이 충분히 흡수하지 못한다. 체중 증가가 동반되면 관절에 실리는 하중은 더 커진다.
쪼그려 앉기, 무릎 꿇기, 양반다리처럼 무릎을 깊게 구부리는 자세도 영향을 준다. 이런 자세는 무릎 앞쪽과 안쪽 연골에 압력을 높여 통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초기 의심 신호 확인해야
퇴행성관절염 초기에는 평지를 걸을 때보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 통증이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내려갈 때 통증이 두드러진다. 계단을 내려가는 동작에서는 체중이 무릎 앞쪽과 안쪽에 집중되고, 관절이 충격을 받아야 하는 순간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오래 앉아 있다가 일어설 때 무릎이 뻣뻣하거나, 움직이기 시작할 때 통증이 생겼다가 조금 걷고 나면 완화되는 양상도 흔하다. 무릎에서 ‘뚝’ 소리가 나면서 통증이 동반되거나, 관절이 붓고 열감이 느껴지는 경우도 진료가 필요하다.
다만 아침에 무릎이 뻣뻣한 증상이 30분 이상 오래 지속된다면 퇴행성관절염 외에 류마티스관절염 등 염증성 관절질환과의 감별도 필요하다. 통증 위치, 지속 시간, 부종 여부, 양쪽 무릎 침범 여부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박 과장은 “계단 내리막에서 유독 아픈 것은 무릎 관절염 환자들이 자주 호소하는 증상”이라며 “통증이 2~3주 이상 반복되거나 붓기가 동반된다면 X선 검사로 관절 간격과 뼈 변화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초기 퇴행성관절염을 방치하면 연골 손실이 점차 진행된다. 무릎 안쪽 연골이 먼저 닳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체중이 안쪽으로 더 쏠리면서 다리가 바깥쪽으로 휘는 O자형 변형이 나타날 수 있다.
문제는 변형이 시작되면 남아 있는 연골에도 부담이 커진다는 점이다. 무릎 안쪽으로 체중이 계속 집중되면 연골 마모 속도가 빨라지고, 통증 때문에 활동량이 줄어 근육은 더 약해진다. 결국 통증, 근력 저하, 체중 증가, 관절 변형이 서로 영향을 주는 악순환이 생긴다.
◆체중·근육·자세 잡아야
퇴행성관절염의 진행을 늦추는 생활 관리의 핵심은 체중 조절, 허벅지 근육 강화, 자세 교정이다.
무릎은 체중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걸을 때는 체중보다 더 큰 하중이 무릎에 실리고,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앉았다 일어나는 동작에서는 부담이 더 커진다. 체중이 줄면 무릎에 가해지는 압력도 함께 줄어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
허벅지 앞쪽 대퇴사두근은 무릎을 지지하는 중요한 근육이다. 이 근육이 약해지면 관절이 받는 충격이 연골로 직접 전달되기 쉽다. 무릎 통증이 있다고 운동을 모두 피하면 근육이 더 줄어 관절염 진행에 불리할 수 있다.
무릎에 부담이 적은 운동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의자에 앉아 다리를 앞으로 뻗고 5~10초 유지하는 운동, 누운 상태에서 무릎을 편 채 다리를 천천히 들어 올리는 운동은 비교적 안전하게 허벅지 근육을 강화하는 방법이다. 수영, 실내 자전거, 평지 걷기도 관절 부담이 적은 운동에 속한다.
반대로 쪼그려 앉기, 무릎 꿇기, 양반다리, 급경사 등산, 긴 계단 내리막은 피하는 것이 좋다. 통증이 심한 날에는 운동 강도를 줄이고 온찜질로 관절 주변 근육 긴장을 완화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박 과장은 “근력 운동이 무릎에 나쁠 것 같아 아예 움직이지 않는 분들이 많지만, 근육이 약해지면 관절 손상이 더 빨라질 수 있다”며 “통증을 참아가며 운동하는 것이 아니라,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에서 꾸준히 근육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초기·중기에는 비수술 치료 도움 될까
퇴행성관절염이라고 해서 곧바로 수술을 떠올릴 필요는 없다. 초기와 중기에는 약물치료, 물리치료, 주사치료 등 보존적 치료로 통증을 조절하고 일상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소염진통제는 급성 통증과 염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장기간 복용하면 위장, 신장, 심혈관계에 부담이 생길 수 있어 전문의의 판단에 따라 사용해야 한다. 히알루론산 관절강 주사는 관절 내 윤활 기능을 보완해 통증을 줄이고 움직임을 개선하는 목적으로 활용된다.
물리치료와 운동치료는 관절 주변 근육과 인대 기능을 회복하는 데 보조적으로 쓰인다. 치료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재 관절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일이다. X선으로 관절 간격과 뼈 변화를 확인하고, 연골·반월상연골판 손상이 의심될 때는 MRI 검사를 추가로 고려한다.
보존적 치료를 충분히 했는데도 통증이 지속되거나, 보행 거리와 계단 이용이 크게 줄어드는 경우에는 다음 단계 치료를 상담해야 한다. 통증이 생활의 질을 떨어뜨리는 시점이라면 단순한 노화로 넘기지 말고 정형외과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 과장은 “퇴행성관절염은 조기에 발견해 관리하면 수술 없이도 오랫동안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질환”이라며 “무릎이 보내는 초기 신호를 나이 탓으로 돌리지 말고, 현재 관절 상태를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