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노” 한마디에 일베 낙인…리센느 향한 뜻밖의 검열

유튜브 채널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 영상 캡처
유튜브 채널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 영상 캡처

사투리 콘텐츠로 인기를 얻은 그룹 리센느가 뜻밖의 논란에 휩싸였다. “무섭노” 한 마디가 불러일으킨 파장이자 리센느의 파급력을 증명하는 착잡한 사례다. 

 

논란은 최근 원이의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쇼츠 영상에서 시작됐다. 일본인 멤버 미나미의 본가를 방문하는 내용을 담은 이 영상에서 담당 PD가 "덜컹 소리가 났는데 무섭노"라고 말하자, 원이도 "무섭노. 조명부터 무서운데"라고 자연스럽게 답했다.

 

문제는 이 대화가 온라인에서 회자되면서 불거졌다. MBC경남 소속 김현지 PD는 자신의 SNS에 "여성 아이돌과 PD가 사이좋게 '노노' 주고받고 있어서 무척무척 속상했음"이라는 글을 올리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를 본 팬들이 항의하자 “경상도 청년들이 자연스럽게 비문의 ‘노’를 사용하고 있는 걸 알고 있다. 그들이 다 일베식 사고를 해 의도적으로 사용했다 생각하지 않으며 그렇기에 더 위기감을 느낀다”며 “익숙하게 쓰던 말이 혐오 표현이라니 당황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모든 ‘노’ 사용자를 일베라 단정짓거나 사투리 사용을 검열하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를 모욕하기 위해 만들어진 말을 내고장 말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해 주시길 바란다”라고 재차 입장을 밝혔다.

 

조국 전 대표가 올린 ‘노’ 구별법. 조국 전 대표 SNS
조국 전 대표가 올린 ‘노’ 구별법. 조국 전 대표 SNS

논란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는 5일 자신의 SNS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을 조롱하는 차원에서 일베가 문장 끝에 '노'를 붙여 사용하는 것을 옹호하며 부산·영남에서도 그렇게 쓴다는 사람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의 관찰로는 일베는 표준말 뒤에 기계적으로 '노'를 붙여 사용한다"며 "영남말 의문문에서 '나'와 '노'는 구별돼 사용된다"고 덧붙였다.

 

리센느는 멤버 원이의 유튜브 채널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의 흥행으로 대세 반열에 올랐다. 아이돌 가수가 서울말을 써야 한다는 강박을 깨고 구수한 사투리로 친근하고 밝게 다가서며 대중성을 키웠다. 

 

갸루 메이크업을 한 채 “거제 야호”를 외치거나 여행 중 일본 음악 ‘파라파라’에 맞춰 춤추는 장면이 SNS를 타고 퍼졌다.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운 모습이 오히려 대중을 사로잡았다. 원이의 고향 거제를 비롯해 수원, 고양, 경주까지 각 멤버가 나고 자란 지역의 홍보대사로 발탁될 만큼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이처럼 평소 리센느의 콘텐츠를 지켜봐 온 구독자라면 이번 논란이 더욱 갑작스럽다. ‘-노’는 타박이나 탄식 섞인 독백형 반의문문에 흔히 쓰이는 표현이다. 일베가 생기기 이전에도 흔히 쓰인 표현이기에 무작정 일베 용어로 단정짓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애초에 사투리 콘텐츠로 화제성을 키워온 원이처럼 지역 어법에 맞춰 자연스럽게 사투리를 구사하는 경우와, 온라인상의 유행 어투를 맥락 없이 가져다 쓰는 경우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색을 살린 리센느의 인기가 사투리를 둘러싼 해석 다툼, 나아가 정치적 논쟁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라 아쉬움을 남긴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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