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았던 흐름, 욕심이 쫓아왔다. 간절한 마음, 스코어보드에 집착했다. 비움에도 시간이 필요한 법. 이세희(삼천리)가 그토록 원하던 ‘한여름 밤의 꿈’을 마침내 이룰 수 있을까.
이세희는 5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6819야드)에서 열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투어 ‘롯데 오픈’(총상금 12억원·우승상금 2억1600만원) 최종 4라운드에서 김효주, 문정민과 함께 오전 10시20분 티오프에 나선다.
우승 경쟁의 중심에 섰다. 이번 대회 3라운드까지 중간합계 12언더파 204타를 기록하며 이다연, 유현조와 함께 공동 2위에 올라 있다. 5위 김효주(10언던파)와는 2타 차, 선두 박예지(13언더파)와는 1타 차다. 물고 물리는 접전이 예상된다.
이번 대회 이세희의 특징은 꾸준함이다. 1라운드 6언더파, 2라운드 3언더파, 3라운드 3언더파를 기록하는 등 화려하게 폭발하기보다 매일 조금씩 타수를 줄여가며 리더보드 최상단을 향해 나아갔다.
숫자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경기 내용이다. 3라운드까지 54홀 동안 더블보기가 단 한 개도 없었다. 이날 세계랭킹 3위 김효주를 포함해 박민지, 김현경도 타수를 잃었던 마의 13번 홀(파4)에서도 3일간 버디 1개와 파 2개를 기록, 쾌조의 컨디션을 이어가고 있다. 1라운드 보기 1개, 2라운드 보기 2개였던 이세희는 3라운드에서 노보기를 기록하며 리더보드 상단에 새겨진 이름을 지켰다.
‘버티는 힘’, 자신의 리듬을 잃지 않았다. 사실 이세희는 올 시즌을 앞두고 누구보다 굵은 땀을 흘리며 야심 차게 준비했다. 삼천리 소속 선수들과 전지훈련을 진행하면서 스스로 보고, 듣고, 느끼며 훈련에 매진했다. 성과로 나타났다. KLPGA 투어 국내 개막전이었던 더 시에나 오픈에서 공동 7위에 오르며 기세를 올렸다. 하지만 이후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세희는 2라운드 종료 후 “시즌 초 흐름이 좋다 보니 나도 모르게 욕심을 많이 부렸다.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는데 컨디션과 샷이 따라주지 않으면서 답답했다”고 털어놨다.
마음을 비우는 시간이 필요했다. 이세희는 “워낙 잘 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스코어에 집착하게 됐다”며 “조급함이 성적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걸 느꼈다. 최대한 마음을 비우고, 최대한 심플하게 내 플레이에만 집중하겠다”고 눈빛을 번뜩였다.
목표도 톱10으로 잡았다. 비워낸 마음, 하나씩 채워가겠다는 의지였다. 그는 “이번 대회 1차 목표는 톱10”이라며 “좋은 컨디션과 퍼트 감각을 마지막 날까지 잘 유지하는 것이 가장 큰 관건이다. 조급하지 않고 차분하게 잡고 한 홀 한 홀 집중하겠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권영준 기자 young0708@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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