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시선] 셰프 예능 지겹다고?…‘언더커버 셰프·스레파’의 색다른 승부수

셰프들을 주인공으로 한 요리 예능이 범람하는 가운데 방송가에서 잇따라 변주를 시도하고 있다. 해외 주방에서 막내로 다시 시작하는 언더커버 셰프와 오직 장사 실력으로 승부하는 스트릿 레스토랑 파이터가 호평을 받으며 쿡방의 진화를 증명하고 있다. 사진은 ‘스트릿 레스토랑 파이터’의 한 장면.
셰프들을 주인공으로 한 요리 예능이 범람하는 가운데 방송가에서 잇따라 변주를 시도하고 있다. 해외 주방에서 막내로 다시 시작하는 언더커버 셰프와 오직 장사 실력으로 승부하는 스트릿 레스토랑 파이터가 호평을 받으며 쿡방의 진화를 증명하고 있다. 사진은 ‘스트릿 레스토랑 파이터’의 한 장면.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의 글로벌 흥행은 셰프 예능의 새로운 전성기를 열었다. 방송가에서는 셰프 모시기에 나섰고 이들을 전면에 내세운 예능 또한 줄줄이 탄생했다. 

 

그러나 요리 대결은 이미 충분히 소비됐고, 비슷한 포맷에서 셰프에게서 끌어낼 수 있는 예능적 재미 또한 한계가 있었다. 시청자 눈높이는 한껏 높아진 상황에서 단순한 요리 대결이나 뻔한 맛 평가 방식으로는 더 이상 신선한 자극을 주기 어려워졌다. 쿡방 홍수 속 방송가에서 셰프와 예능의 조화를 고민하는 이유다.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하는 ‘힘 숨긴 셰프’

 

‘언더커버 셰프’의 한 장면.
‘언더커버 셰프’의 한 장면.


이런 흐름 속에서 셰프 예능의 방향을 한 단계 비틀어 놓는 신규 예능이 눈길을 끈다. 지난 5월 첫 방송한 ‘언더커버 셰프’(tvN)는 서서히 입소문을 타더니 최근 시청률 또한 상승세다. 지난달 25일 방송은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평균 4.5%, 최고 6.4%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언더커버 셰프’는 스타 셰프들이 본인 요리의 기반이 된 나라 식당의 주방 막내로 위장 취업해 히든 미션에 도전하는 프로그램이다. 샘 킴·정지선·권성준 등 국내 최고 셰프들은 화려한 명성을 뒤로하고 해외 주방의 치열한 현장으로 뛰어들어 낯선 환경에서 생존기를 펼친다. 

말 그대로 계급장을 뗀 새로운 환경과 실전형 미션을 전면에 내세우며 셰프의 실력뿐 아니라 순발력과 현장 대응 능력까지 끌어낸다. 화려한 요리를 선보이던 셰프들은 설거지와 재료 손질, 허드렛일부터 다시 시작한다. 아무도 그들이 유명 셰프라는 사실을 모른다. 오직 칼질과 조리, 손놀림만으로 자신의 실력을 증명해야 한다.

 

대한민국 1세대 스타 셰프이자 26명의 직원을 진두지휘하던 27년 경력의 샘 킴은 이탈리아 파르마의 한 파스타 전문 식당에서 생면 반죽을 전량 폐기당하고, 24년 차 중식 여왕 정지선은 중국 청두의 식당에서 대량 조리가 익숙하지 않아 웍질에 쩔쩔맨다. 11년 차 셰프이자 ‘흑백요리사’ 시즌1의 우승자 권성준은 기본인 감자 손질을 지적받는 굴욕을 겪는다.

 

이 프로그램의 재미는 실력 있는 셰프가 음식을 잘 만드는 모습이 아니다. 이미 실력을 알고 있는 인물이 낯선 환경에서 초심자로 돌아갔을 때 어떤 반응이 나오는지가 핵심이다. 이른바 ‘힘을 숨긴 고수’가 무심코 완벽한 칼질이나 웍질을 선보여 주변을 놀라게 할 때마다 왠지 모를 통쾌함을 안긴다. 

 

그렇다고 단순히 반전의 재미만을 안기지는 않는다. 셰프가 가장 낮은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며 조금씩 신뢰를 쌓아가는 모습은 단순한 요리 경연보다 훨씬 입체적인 재미를 만든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주방에서 적응하고, 현지 셰프와 협업하며,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는 과정이 마치 한 편의 성장 드라마처럼 펼쳐진다. 기존의 쿡방에서는 담아낼 수 없었던 새로운 재미다.

 

◆맛 아닌 ‘손님 지갑’이 심사위원  

 

'스트릿 레스토랑 파이터'의 한 장면.
'스트릿 레스토랑 파이터'의 한 장면.

 

지난달에는 ‘스트릿 레스토랑 파이터’(tvN)가 첫 방송됐다. 마찬가지로 셰프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 프로그램은 요리가 아닌 장사에 초점을 맞췄다. 국내 최고의 요식업자 및 스타 셰프 20인이 길바닥에서 오직 장사 매출만으로 붙는 리얼리티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이연복, 에드워드 권, 홍석천 등의 참가자들은 실제 매장을 운영하며 메뉴를 기획하고 가격을 책정하며 요리를 선보인다.

 

여기서는 음식이 아니라 장사를 잘하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전문가 심사위원의 평가보다 실제 손님이 지불한 돈이 승리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요리 서바이벌과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이다.

 

맛이 아무리 좋아도 손님이 오지 않으면 의미가 없고, 아이디어가 좋아도 운영이 매끄럽지 못하면 경쟁에서 밀린다. 장사 천재라 불리는 조서형은 상권과 유동 인구 분석으로 내놓은 메뉴로 손님들의 눈도장을 찍어 가장 먼저 매출 100만원을 달성한다. 그러나 밀려드는 주문을 감당하지 못해 결국 주문 취소를 결정하고 순위 또한 하락했다.

 

반대로 최상현은 장사 초반 포스기 고장으로 주문이 막혀 변수를 맞았지만 그로 인해 형성된 대기 줄이 오히려 모객 효과를 내며 매출 1위를 찍었다. 더운 날씨에 즉석에서 아이디어를 낸 젤라토도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냈다. 결국 이 예능은 셰프의 기술보다 상권 감각, 메뉴 전략, 현장 대응력 등을 복합적으로 함께 평가하는 것이다. 

 

콘텐츠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단순한 후속작은 살아남기 어렵다. 성공한 포맷을 반복하는 대신 익숙한 소재를 새로운 시선으로 해석해야 한다. 이 가운데 ‘언더커버 셰프’는 정체를 숨긴 전문가라는 드라마적 장치를, ‘스트릿 레스토랑 파이터’는 셰프의 사업 감각을 전면에 내세웠다. 같은 쿡방이지만 완전히 다른 재미를 만들어냈다. 익숙한 소재를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낸 두 프로그램은 셰프 예능이 아직도 진화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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