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여론이 잦아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인가.”
‘32강 진출 실패’, 경기 종료 휘슬은 진작 울렸다. 그러나 실패의 원인과 향후 대책을 설명해야 할 대한축구협회는 엿새째 ‘침묵의 연장전’을 이어가고 있다.
손흥민(LAFC)을 포함한 한국 축구대표팀 2, 3진이 1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홍명보 전 대표팀 감독, 이강인(PSG),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1진은 전날 귀국했다. 전날도, 이날도 별도의 귀국 행사는 없었다. 이로써 사실상 한국 축구대표팀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이 막을 내렸다.
완벽한 실패다. 하지만 정작 협회 수뇌부는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다. 팬들의 분노는 조별리그 탈락에 더해 지도자 선임과 대표팀 운영 과정에서 쌓인 불신이 쌓이고 쌓여 폭발에 이르렀다. 오랫동안 되풀이된 밀실 행정과 미숙한 위기 대응 역시 재차 도마 위에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매번 그랬듯 이른바 ‘방패막이’를 내세운다. 손흥민은 귀국길에서 팬을 만날 때마다 “죄송하다”며 연신 허리를 굽히는 모습을 보였다. 박항서 대표팀 단장 역시 멕시코에서 열린 대회 결산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의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낸 것에 대해 협회를 대표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과거와 비교해도 이례적이다. 2014년 브라질 대회 때는 당시 협회 부회장이었던 허정무 전 감독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2018년 러시아 대회 뒤에도 정몽규 협회장이 참석한 결산 간담회를 마련한 바 있다.
한 체육계 인사는 축구협회를 향해 “지금을 잠시 쏟아지는 소나기 정도로 여겨서는 곤란하다. 협회 밖에서 특별감사와 수사, 제도 개편 논의 등이 논의되고 있는 것 아닌가”라며 “침묵이 길어질수록 스스로 설명하고 수습할 기회는 줄어들고, 개혁의 주도권마저 외부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일본의 움직임과도 대비된다. 일본축구협회는 32강 탈락 직후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의 연임안과 오이와 고 21세 이하(U-21) 대표팀 감독의 승격안을 놓고 차기 체제 검토에 들어갔다.
나아가 이번 대회를 마친 뒤 대회 평가 회의를 열어 감독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일정도 제시했다. 물론 이번 대회 성적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일본 축구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했다는 점이다.
한국 축구를 향한 비판은 이제 정 회장과 홍 전 감독 개인을 넘어 협회의 의사결정 구조와 책임 체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결과를 두고 ‘조직과 인사의 실패’라고 짚었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도 “국민이 직접 확인하고 공감할 수 있는 실질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문을 내놨다.
외부의 압박 수위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특별감사를 예고했고, 대한체육회와 문체부는 차기 회장 선거인단 확대를 비롯한 선거 제도 개선을 논의하고 있다. 경찰 역시 홍 전 감독 선임 과정을 둘러싼 고소·고발 사건의 법리 검토와 관계자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