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부터 코미디까지 이른바 아저씨 배우 전성시대다. 화려한 외모의 20~30대 청춘 스타 대신 오랜 시간 쌓아온 연기 내공과 중후한 매력의 짙어진 분위기를 무기로 한 40대 배우들이 콘텐츠 시장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김무열, 사이다 액션에 묵직한 감정 연기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은 김무열이다. 지난달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참교육’에서 김무열은 주인공 나화진을 연기하며 국내외 흥행을 이끌었다. 김무열은 극 중 무너진 교권을 바로잡는 교권보호국 감독관 나화진을 통해 법과 제도의 테두리를 넘어 악인들을 거침없이 응징하는 리얼한 액션으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원작 웹툰 특유의 통쾌함을 현실적으로 풀어낸 가운데 김무열은 냉철하면서도 묵직한 카리스마를 앞세워 극을 이끌었다.
탄탄한 체격에서 뿜어져 나오는 날 것 그대로의 주먹 액션은 국내를 넘어 전 세계 팬들을 매료시켰고, 김무열은 코리아 존 시나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실제로 그의 SNS 팔로워는 20만명 수준이었지만 작품 공개 후 140만 팔로워까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타격감 넘치는 액션을 선보인 김무열은 자칫 평평해질 수 있는 액션 히어로 캐릭터에 묵직한 현실감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거침없는 액션뿐 아니라 연인을 향한 애틋한 사랑과 상실의 감정을 촘촘하게 쌓아 올렸다. 절절한 감정 연기는 캐릭터 서사와 극의 몰입도를 더욱 설득력 있게 완성했다. 그의 활약에 힘입어 ‘참교육’은 공개 이후 넷플릭스 글로벌 비영어 쇼 부문 4주 연속 1위를 지키고 있다.
◆‘니가 좋아’ 신드롬 이끈 오정세
오정세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대중을 사로잡았다. 영화 ‘와일드 씽’에서 발라드 가수 최성곤 역을 맡은 오정세는 노래 ‘니가 좋아’로 예상 밖 신드롬을 만들었다. 중독성 넘치는 멜로디와 오정세의 진지하지만 웃음을 안기는 가창이 조화를 이루며 영화 속 설정을 넘어 실제 음악 시장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배우 류승룡, 에스파 윈터 등 스타들도 SNS 챌린지에 동참했으며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수많은 패러디 영상이 쏟아졌다. 오정세 또한 각종 숏폼 영상을 찍는 것은 물론 최성곤으로 분장해 생일파티 상영회를 여는 등 더욱 신드롬을 이끌고 있다.
그동안 여러 작품에서 활약하며 흥행보증수표로 자리잡아 온 오정세는 깊이 있는 감정 연기는 물론 스릴러, 코미디를 자유롭게 오가는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준 바 있다. 이번 작품에서는 이같은 장점이 코믹한 발라드 가수 연기와 결합했고, 덕분에 그의 새로운 인생 캐릭터가 탄생했다. 오정세 특유의 생활밀착형 연기와 더불어 절묘한 표정, 리듬감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틀에 박힌 흥행 공식이 적중했다기보다 캐릭터 자체를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배우의 힘이 다시 한번 입증된 셈이다.
◆소지섭표 중년 카리스마
소지섭 역시 성공적인 안방극장 복귀를 알렸다. 지난 26일 첫 방송한 드라마 ‘김부장’(SBS)은 단 2회 만에 닐슨코리아 기준 전국 시청률 15.7%를 넘겼다. 2회 만에 시청률 15%를 돌파한 건 2021년 ‘펜트하우스3’(SBS) 이후 5년 만이다. 글로벌도 벌써부터 흥행 시동을 걸고 있다. 넷플릭스 공개와 동시에 무려 660만 시청수를 기록하며 글로벌 비영어 쇼 3위에 올랐다. 전 세계 67개국 톱10에 진입했다.
드라마는 전직 특수부대원 출신 주인공이 평범한 회사원이 된 이후 딸을 구하기 위해 다시 거친 세상으로 뛰어드는 이야기를 그렸다. 가장의 사투를 그린 이 작품에서 소지섭은 중장년층 시청자에게는 깊은 몰입감을, 젊은 층에게는 중년 섹시의 정석을 보여줬다.
묵직한 액션과 느와르 장르를 대표해 온 소지섭은 이번 작품에서도 특유의 카리스마를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평가다. 과장되지 않고 절제된 액션을 선보이는 한편 안방극장에 묵직한 감정선을 전달하고 있다. 냉철함과 인간미를 동시에 지닌 캐릭터를 안정적으로 소화한 소지섭의 활약에 김부장 또한 초반 확실한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최근 콘텐츠 시장에서는 배우의 인지도보다 작품 자체의 완성도가 흥행을 좌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는 국가와 세대를 뛰어넘어 다양한 시청층에게 동시에 공개되는 만큼 짧은 시간 안에 캐릭터를 각인시키는 배우의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연스럽게 연기 경험이 풍부한 중년 남성 배우들의 가치도 함께 높아지는 이유다.
이들이 전형적인 아저씨 캐릭터가 아니라 작품의 서사를 주도적으로 이끄는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K-콘텐츠의 외연도 넓어지고 있다. 청춘 스타 중심의 흥행 공식을 넘어 다양한 세대의 배우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할수록 K-콘텐츠의 장르적 다양성과 글로벌 경쟁력 역시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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